봄꽃 향기를 따라

화암사 숲길을 걷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어떻게 알게 되나요?

한낮의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 숫자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따뜻한 바람을 통해서 감지하기도 하겠습니다. 시각적인 변화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새순이 올라오고 꽃이 피기도 하고,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을 피우면서 봄은 시작됩니다.

화암사 사하촌 봄꽃 이야기

여러 가지 봄의 소식 중에서 누구나 쉽게 객관적으로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은 꽃인 것 같아요.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곳곳에 봄꽃들이 활짝 핀 것을 보면 분명 봄이 찾아온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완주에 있는 화암사를 찾아 봄꽃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완주 화암사를 가기 위해서는 요동마을을 지나게 되는데요. 화암사 봄꽃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을 주변 밭 가에 심은 매실나무에는 하얀 매화가 가득 열렸고, 마을 길 옆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시골 마을에서는 봄꽃이 농사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해서 마을 주민들은 이때부터 바빠집니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도 잎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은 시우동(始雨洞)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산 바로 아래에 있는 동네라서 비가 가장 먼저 내리기 시작한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우동마을에 봄이 찾아오면 주변 산에는 귀여운 꽃이 살포시 고개를 내밉니다. 노루귀꽃입니다.

노루귀는 어린잎의 뒷면에 하얗고 가느다란 털이 덮여 있어 노루귀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 색깔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이 있는데요. 이곳에는 흰색 노루귀꽃도 보이지만 보라색이 진하게 변한 청노루귀꽃 자생지로 유명합니다.

요동마을 느티나무에서 왼쪽으로 가면 화암사가 있습니다. 화암사 가는 길 중간에 유리온실 건물이 보이는데요. 이곳에 완주군 생태관광지가 조성되면서 만든 싱그랭이 에코정원입니다.

실내에는 많은 화분들이 있어 이른 봄 다양한 꽃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실내 정원 한쪽에는 무인 카페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잠시 들러 봄기운을 느껴보고 차도 마시며 쉬었다 가면 좋겠습니다.

건물 바깥에는 화단을 가꾸어 놓았습니다. 마침 절정기를 맞은 산수유꽃이 주위를 노랗게 물들였습니다. 산수유나무 주변에는 상사화가 소담스럽게 잎이 올라왔습니다. 여러 색깔 상사화를 함께 심어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름철 화암사에 갈 기회가 있으면 상사화를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도 복수초와 분재 등으로 화단을 꾸몄습니다.

화암사 가는 길 봄꽃 이야기

싱그랭이 에코정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화암사 주차장이 나옵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에서는 봄꽃 향연이 펼쳐집니다. 화암사 가는 길에 봄을 인도하는 것은 복수초꽃입니다.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기 전에 꽃을 피워 봄을 초대합니다.

그러다 보니 눈 속에 묻히는 일이 매년 한두 번쯤 발생합니다. 올해도 한창 꽃을 피우던 3월에 눈이 내려 눈 덮인 복수초꽃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복수초꽃은 그런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견디며 결국은 화암사 골짜기에 봄이 찾아오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복수초가 땅에서 꽃을 피우면 나무 중에서는 길마가지나무가 답을 합니다. 가느다란 가지가지마다 달린 꽃송이에서는 향긋한 꽃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이 시기에 숲길을 걷다가 꽃향기를 맡게 된다면 주변에 길마가지꽃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수초꽃이 절정을 이루면 화암사로 오르는 숲길에는 얼레지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폭포 옆 언덕에서 꽃이 피기 시작해서 빠른 속도로 위아래로 들불처럼 번집니다. 그렇게 해서 얼레지꽃 절정기에는 주차장 입구부터 시작해서 절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져 피어 있습니다. 황홀한 풍경입니다.

그 시기에 얼레지꽃과 함께 피는 꽃이 있습니다. 현호색인데요. 잔잔한 꽃을 피워 큰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아한 얼레지꽃과 함께 피어 있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허리를 구부려 가까이 보면 예쁜 꽃입니다.

현호색을 관심 가지고 보다가 제비꽃도 발견했습니다. 현호색만큼 개체 수가 많지 않지만 심심찮게 보입니다. 제비꽃은 봄이 더 깊어지면서 더 많이 보일 것입니다.

복수초 군락지가 있는 숲길을 지나다 보면 작년에 피었던 산수국꽃을 볼 수 있습니다. 새잎이 올라오고 있는데 작년에 피었다 진 산수국꽃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산수국 드라이 플라워입니다. 여름이 오면 예쁘게 핀 산수국을 다시 만날 수 있겠습니다.

복수초 군락지를 지나면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말발도리입니다. 키가 작은 나무인데 햇빛을 좋아해서 나무가 자라지 않는 바위 틈새에 적응하며 살게 되었답니다.

폭포를 지나면 화암사입니다. 절 입구에서 보면 우화루 누각이 정면으로 보이고 그 앞에 매실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이 매실나무는 꽃이 마을 쪽보다 늦게 핍니다.

얼레지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때 매화가 피기 시작합니다. 매실나무는 봄날 화암사를 찾는 사람들을 환하게 웃으며 반겨줍니다.

우화루에서 해우소 가는 길가에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편하게 다녀오라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길을 안내합니다.

우화루 앞에서 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돌계단을 오르게 됩니다. 계단 끝에서 대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계단 옆에 있는 작은 화단에는 목단이 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쯤 후에는 풍성하게 핀 붉은색 목단꽃을 볼 수 있겠습니다.

우화루 가까운 여기저기에서는 산괴불주머니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산괴불주머니는 양귀비목 현호색과 두해살이풀인데요. 키가 작은 현호색과는 달리 키도 크고 노란색 꽃이 피어 쉽게 눈에 띕니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이 보일 것입니다.

화암사 주변은 상사화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봄에는 잎이 무성하게 올라왔다가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잎이 모두 시들고 그 자리에서 꽃대가 올라와 화사한 꽃을 피웁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 화암사를 찾게 되면 연분홍 상사화가 반갑게 맞아줄 것입니다.


완주에 있는 화암사는 건축물이 국보인 사찰이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방문 가치가 있습니다, 봄철에는 방문 목적에 봄꽃 탐방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에 아름다운 화암사를 찾아 봄꽃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사진 = 김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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