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해녀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곳

제주해녀박물관

에메랄드빛 물빛과 고운 모래 가득한 백사장

세화 해변은 언제 가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습니다.

매월 5와 0으로 끝나는 날 세화해변을 찾으면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세화오일장에서

오일장의 정겨움도 만나고

더불어 해녀박물관까지 돌아볼 수 있는데요.

해녀박물관엔 숨겨진 뷰맛집도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전시실인 1층과 2층을 지나 3층에 오르면

옹기종기 자리한 작은 세화리 마을과 아름다운 세화해변

한 눈에 들어온답니다.

해녀박물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세화리 마을

정말 앙증맞죠?

해녀박물관은 제주올레길(20코스 또는 21코스)을 걷다가

아니면 세화오일장을 찾았다가

근처 숨비소리길을 걷다가 들렸었는데

전시물들을 보며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말았었죠.

이번에는 구좌에서 나고 자란 전문 해설가님과 함께

투어를 하고 보니 해녀박물관이 제주의 보물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에공, 그동안 봤던 건 모두 수박 겉핥기였네~~' ㅎㅎ

해녀박물관은 원래 2006년에 개관했는데요.

사실 10여년 후인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일부러 방문하는 분들도 많지요?

해녀박물관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제주인의 삶과 문화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나 성읍민속마을, 혹은 제주민속촌을 가지 않고도

해녀박물관에서도 척박한 제주땅에 발딛고 살았던

옛 제주인들의 문화와 삶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답니다.

해녀박물관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 관람시간 : 09:00~18: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입장료 : 1,100원 (성인), 500원 (청소년)

제주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완벽하게 구현된 제주 옛 집

제주해녀박물관

'안거리, 밖거리, 목거리~~ 이게 대체 뭐야? 뭐 이렇게 어려워?'

어리버리 제주 이주민 초창기에는

몇 번을 들어도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던 단어들인데

이제야 조금씩 머릿속에 윤곽이 잡혀가는 제주도의 집 구조

해녀박물관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바로 이 제주도의 옛 집이에요.

​해설가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안거리는 안채, 밖거리는 바깥채를 의미하는데

두 채의 건물은 모두 1자형 구조에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1자형인데 왜 그런지 이제야 알겠네!'

"내륙의 집들은 'ㄱ'자형인데, 제주도의 집은 단순해요. 1자형이죠.

건물은 안거리 1채가 기본인데

집을 더 넓히고 싶으면 같은 1자형 집인 '밖거리'를 한 채 더 짓고,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면 안거리와 밖거리 사이에 '목거리'를 지어서 살았어요."

이렇게 집의 형태도 다른데 제주도의 집이 내륙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육지의 집과 달리 제주도의 집에는 온돌과 굴뚝이 없어요.

바람이 너무 세서 굴뚝이 없고

온돌은 해녀들에게 상당히 불편했다고 합니다.

온돌이란 게 '필요할 때만 난방을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방을 데우는 시스템인데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돌아와 곧바로 온돌방에 들어가면 살이 뜬다고 해요.

그래서 온돌 대신 만든 게 굴묵이에요. 일종의 개별난방인 셈이죠.

육지의 아궁이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제주도의 집은 안거리든 밖거리든

집 1채가 거의 대부분 3칸으로 구성돼 있다고 해요.

집의 외형적인 모습에 이어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이 계속됩니다.

"왼쪽 끝에 부엌이 있고, 제주에선 정지라고 하지요.

바로 옆 건물 가운데에 마루가 있는데 제주에선 이걸 상방이라고 해요.

그리고 다시 상방의 오른쪽에 구들(방)이 있고요."

"부엌을 보면 왼쪽에 솥단지들이 있고, 돌화로가 있는데요.

이 돌화로는 제주도 삶의 출발점이 바로 '부엌'이라는 걸 보여주는 물건이에요.

원시시대 한 칸짜리 집에 살 때는 오두막 하나에 부석이 있고,

그 안에서 난방도 하고 불도 피고 했다고 하거든요. 물론 식사도 거기서 하구요.

아주 오래 전 옛 집에는 부석이 상방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이걸로 미루어봐서는 부엌에서 상방으로 분화돼 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아래 왼쪽 사진이 가운뎃방인 상방(마루)인데요.

왼편 부엌 쪽으로 살레(식기를 놓아두는 곳)가 있고

그 위로 소반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이 소반을 제주도에선 '차롱'이라 부르는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담아두는 용기에요.

대나무로 만들고 뚜껑이 있는데 방이 작아서 펼쳐놓을 수 없으니

사이즈를 달리 해서 포개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죠.

뚜껑이 있고 사이즈가 작으면 '차롱', 그리고 사이즈가 크고 뚜껑이 없으면 '구덕'

이라 하는데 구덕은 갓난아이의 요람이라고 보시면 돼요."

해녀들은 애기구덕에 아이를 눕혀 바로 옆에 두고 일을 했다고 해요.

애기구덕 아랫부분에는 물론 천을 깔았는데

이 구덕이 대나무라 아기가 '쉬'를 해도 잘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롱은 대체 어떤 물건일까요?

"차롱의 갯수가 많으면 제사가 많은 종가집일 경우가 많아요

뭔가 담아야 할 음식이 많은 거지요.

제주에선 제사는 무조건 남자들의 몫이었는데

이때문에 상방에는 제사를 주관하는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상방 오른편의 방과 왼편의 부엌만 여자들의 공간이었지요.

과거 남자들은 제사만 모시면 되고, 집안일이며 밭일은 모두 여성들이 도맡아서 해야 했지요."

해녀박물관에 전시된 제주 옛 가옥의 구조. 왼쪽부터 정지(부엌), 상방(마루), 구들(방).

"그런데 안거리, 밖거리, 목거리뿐 아니라 마지막에 분화돼 나온 공간이 하나 더 있어요.

제주어로 '고팡, 즉 창고예요."

'고팡'이란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제야 정확히 알았네요. '창고'

안거리, 밖거리의 '거리'는 대체 어디서 온 단어일까요?

"'거리'는 몽골의 '게르'에서 유래된 단어인데요.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몽골의 게르처럼 방 한가운데 기둥이 세워진 집도 발견되었어요.

1950년대까지 중산간 마을에 존재했던 사냥꾼들의 집인 '말코지집'이 게르하고 같은 형태에요."

제주도의 집은 1자형으로 구조가 단순하니 집을 지을 때면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 함께 짓는 등 부조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해요.

집 짓는 날 남자들은 나무를 하고, 여자들은 물을 길어오고

집주인은 점심식사를 대접하고요.

제주의 초가지붕은 볏집을 이용하는 육지와 달리 '새'로 엮었는데

이때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작업을 함께 했다고 해요.

성읍민속마을에서 12월 말 새를 엮는 모습

제주도의 음식 문화

제주해녀박물관

"육지에선 국이나 찌개가 상 한가운데 놓이는데, 제주에선 그 자리에 밥이 놓여요.

제주도는 논농사가 안되는 곳이라 쌀이 없으니까

거친 곡식을 넘겨야 해서 국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서민들의 밥상은 여기 전시된 것처럼 2-3가지 반찬에 야채가 전부였어요.

전복이나 다금바리를 잡아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잡아온 것들은 모두 내다 팔아야 하니 자신들이 직접 먹지는 못했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다른 점이 확 눈에 들어오는 제주도의 밥상이에요.

동그란 상 한가운데 큼지막한 그릇에 밥이 담겨 있고, 국 2개와 반찬이 놓여 있지요?

이게 바로 옛 제주도의 전형적인 밥상이라고 해요.

제주도의 음식문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하나는 주식이 거칠어서 국과 죽 문화가 발달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든 양념을 된장으로 한다는 점이라고 해요.

"제주도에 없는 게 3가지 있어요. 쌀, 소금, 철이 없었는데

그래서 소금이 아주 귀하고 엄청 비쌌죠.

조선시대에 아전들이 창고에서 한줌의 소금을 훔치면

쌀 두말과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니 얼마나 비쌌을지 짐작이 가시죠?"

제주도의 마을 '정식'을 파는 식당들에서 국으로는 주로 된장국을 내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네요.

그래서 제주도는 국 끓이는 법도 아주 단순하다고 합니다.

해녀박물관에는 기본 상차림 외에도 다양한 음식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런 음식들은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해요.

그리고 또 제주도 음식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떡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이에요.

아래 사진 왼쪽 전시물을 보면 떡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네모난 건 땅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둥그스름한 건 하늘 모양, 그리고 반달 모양도 있죠?

또 여기 두쪽이 붙어 있는 떡살은 '절병'이라고 하고

별 모양으로 생긴 요건 여러분들도 많이 봤을 거에요. 지름떡이에요.

떡살의 종류가 많은 건 제주도의 제사 문화가 왕실 교본에서 나왔기 때문이에요.

조선시대에 목사들이 제주에 와서 보니 무속이 상당히 강한데

유교식 제사 문화를 퍼뜨리려다보니 집집마다 제사 문화가 달라 방법이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왕실 교본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제사 교본을 만들면서 떡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녀들의 필수품, 허벅과 잠수복

제주해녀박물관

물항아리인 허벅은 집집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었는데요.

"수도가 들어오기 전, 여자들이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이 허벅을 지고 물길러 가는 거에요.

허벅이 이렇게 주둥이가 좁은 게 이동하는 동안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 허벅에 물을 담아 오면 지세항아리(물항아리)에 담았는데

지세항아리는 일부러 구멍을 숭숭 나게 만들어서

구멍에서 물이 나올 때 열기도 함께 빠져나가도록 만들었다고 해요.

물이 늘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집 여성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보려면 지세항아리 속 물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물을 길으러 가야 하는데 항아리가 비어 있으면 게으르다는 의미겠죠?"

해녀박물관이니 해녀복부터 물질도구까지 해녀들의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는데요.

왼쪽 사진은 고무로 된 잠수복이 나오기 전의 옷이에요.

"고무옷이 나온 건 1970년 경인데, 그전까지는

제주도가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된 물질옷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적삼으로 만든 이런 잠수복은 조선시대 이형상 목사가 디자인한 것인데

그전까지는 해녀들이 물에 들어갔다가 여기 저기 걸리기도 하고

벗겨지기도 해서 아예 옷을 벗고 물질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이형상 목사가 직접 물질옷을 디자인해 보급했다고 합니다."

벨벳 치마도 전시돼 있는데요, 벨벳은 부유층의 여성들만 입을 수 있는 고급품에 속했다고 합니다.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는 벨벳 치마

제주 해녀들은 항일투쟁에서도 선봉에 섰는데요.

그건 바로 야학의 힘이었다고 해요.

글을 깨우치기 전에는 해산물을 다는 저울도 늘 속임을 당하고, 자신의 이름도 속임을 당했는데

야학에 다니면서 글을 깨치고 나니 그동안 속았던 게 분했던 거지요.

이후부터 해녀들이 제대로 된 권리찾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녀박물관에는 이외에도 칠머리당영등굿, 불턱, 출가 물질 등

해녀 문화와 관련해 다양한 물품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박물관에도 해설사분이 계시니 방문하신다면 해설을 들어보는 걸 추천드려요.

해녀들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영등굿'

해녀들의 쉼터 '불턱'

1층 전시장 오른편에는 영상이 상영되는 곳도 있는데요.

전시장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해녀문화를 만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해녀와 어부들이 물질 작업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곳인 '해신당'

해녀박물관 잔디마당 오른편에는 해신당도 남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해신당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제주해녀박물관에서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해녀의 삶을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제주해녀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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