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성큼 다가오던 날, 일곱 용들이 천사와 한바탕 춤을 추며 놀았다는 전설을 품은 무룡산 등정을 마쳤습니다.

호수 산책길로 명소가 된 둘레 3.6km 송정 박상진호수공원을 둘러본 소감기를 포스팅합니다.

화동부락 성황제단이 있는 곳을 지나, 화봉못을 들머리로 봄이 오는 무룡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소리에 발장단 맞춰 걸으며 산에 나를 맡겼습니다.

휘어지고 가파른 산길이 내가 휘적휘적 걸어갈 인생길임을 앞장서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한 꽃으로 옷을 입고 꽃밭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 하늘을 인 나무들이 봄 축제에 어울리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습니다.

산에는 때까치가 나뭇가지에 앉아 청승을 떨고, 다람쥐도 경쾌하게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매봉재를 지나자 따스한 햇살이 정수리에 꼽힙니다.

숲과 함께 어울려 생경한 유희에 빠져 있는데 산수유와 진달래와 산수유가 나더러 놀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무룡산을 봄꽃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살랑살랑 악보를 입힙니다.

바람에 저마다 가지를 흔들며 내는 풍경소리에 맞춰 무룡산 무도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바람의 질량감에 못이긴 척 흔드는 진달래와 산수유 춤의 맵시는 현란했습니다. 춤의 원조가 나뭇가지 동작임을 강조하듯이 말입니다. 음악과 춤은 산에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거친 호흡음을 내뿜으며 심장박동 같은 발라드 음악이 흐르는 무룡산 음악회를 즐기며 가파른 산을 오릅니다.

음의 조화가 탁월하고 황금비율의 성량은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음대여서 평온을 줍니다.

그 어떤 음악회가 무룡산 음악회와 견줄 수 있을까요? 세상 어느 가수가 이만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일상에 지친 심신에 위안과 평안을 주는 무룡산 음악을 들으며 산을 오릅니다. 신령한 음률이 승천하다 구름까지 감동시키는 듯합니다.

전나무, 참나무, 박태기나무가 부르는 격조 높은 성악의 매력에 매료됩니다.

묵언 중인 소나무가 청중(聽衆)처럼 유희를 즐기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음률의 흥에 겨워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려 장단 맞추며 산허리를 오릅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호흡을 다스려 봅니다. 돌탑과 정자가 무언의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었습니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가파르고 허리를 굽히는 각도를 크게 해봅니다. 산 높이에 맞춰 살아있는 것들은 몸을 낮추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살아남는 처세술이라 일러 줍니다. 깔딱 고개를 오르면서 산이 주는 가치를 한 뼘 더 읽습니다.

일곱 용들이 천사와 한바탕 춤을 추며 놀았다는 무룡산의 전설을 듣습니다.

아리따운 천사와 춤추는 환상에 빠져 봅니다. 천사의 관능적 여색에 반해 한동안 휘청거리다가 봄을 시샘하는 봄바람에 정신을 차려보니 전설 속의 눈먼 용처럼 홀로 정상에 남아있었습니다.

신이 만든 무룡산 정상은 무릉도원입니다. 정자 바다를 달리는 선박이 보이고, 거대 석유화학공단이 망원경에 잡힙니다.

무룡산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천혜의 휴양소입니다.

마법같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며, 산 아래 뭇 풍경이 외롭고 헛헛한 삶의 고독을 없애주는 놀이터입니다.

살다가 힘들 때, 오르면 좋은 무룡산. 처진 어깨를 어루만지며 어머니처럼 토닥거려 주는 무룡산이 제격일 겁니다.

삶에 치일 때 찾아가고, 가슴이 답답할 때 찾아가는 놀이터가 되어 줄 겁니다.

하산을 하는데 유려한 산수화가 펼쳐지고 천사가 뒤따라올 것 같습니다.

왔던 길을 뒤돌아봅니다. 구부정한 등산길이 정직하고 올곧은 직선이 좋긴 해도 때론 삐딱하게 걷는 재미도 있는 법이라고 숭엄하게 일러줍니다. 내 인생의 길도 저렇게 굴곡지게 살아왔지 싶기도 합니다.

비록 구부정한 인생의 길이었지만 쓰러지지 않고 무사히 걸어온 것이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워 봅니다.

산 아래 민가에까지 발을 뻗친 계곡이 정답게 누워 있는 무룡산. 능선을 수놓은 아름다운 산수화가 걸작입니다.

마치 붓으로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진달래가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며 벌과 나비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산허리를 휘어 감고 있는 광경이 선경입니다. 자연이 마술을 보여주는 듯 안개로 그림을 그려내 환희를 줍니다.

하늘에 비손하듯 구도의 몸짓으로 솟구친 나무들의 재롱잔치에 신선놀음을 해봅니다.

무룡산을 내려와 산림도로를 끼고 있는 단풍 산길을 걸어 송정 저수지를 거처 박상진호수공원을 방향으로 하산을 계속합니다.

넓은 무대가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산 사이로 멀리 보이는 정자 바다를 조망해 봅니다.

박상진호수공원으로 하산했습니다. 공연장에는 자연이 성대한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2010년~2014년에 걸쳐 조성했으며, 면적 272.000평방미터에 관리사무소 및 전망대, 다목적 마당, 야외 학습장, 미로정원 등을 조성하였고 습지원도 있습니다.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인 박상진 의사와 연계시켜 이름을 정한 이곳은 역사의식 고취와 교육의 장으로도 일조하고 있었습니다.

산으로 에워싸인 골짜기에 공연장이 나오고 모형 토끼가 만추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목가적이었습니다.

계곡에는 돌탑을 쌓으며 자신의 염원을 기원하려는 한 분이 열심히 돌을 쌓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제법 큰 화봉못이 삼 그림자를 품고 봄의 연가를 부르고 있는 풍경이 평온을 안겨 주고 있었습니다.

호수에 산과 구름이 선명하게 보이고 여유 가득한 정취를 한껏 보여줍니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호수에서 모성을 느낍니다.

봄이 오는데 호수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물결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호수는 평온을 선보이며 사색에 젖게 합니다. 풀쩍 뛰는 물고기의 몸짓도 보입니다. 넓고 포근한 호수의 평온이 빈 가슴을 가득 채워 걸음까지 가뿐하게 해 줍니다. 호수 둘레길을 걷는 내내 해방감이 밀려옵니다.

나무가 고개를 숙여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고개를 숙이는 때입니다'라 외치며 고개를 숙일 것을 유인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고개를 숙이며 살라며 일러 줍니다.

상처를 치유해 줄 것 같습니다. 호수를 흠모하는 몸짓인가요. 소나무가 가지를 호수에 내려 낯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호수도 파랑을 일으키며 나무의 고백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

​호수는 계곡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을 포용으로 받아 주고 그만큼 댐 위로 토해 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샘에서 시작한 물의 여정은 지류들과 융합이 되었을 것이다.

​바위를 깎아 산허리를 돌며 물길을 틔우고, 생명체 젖줄이 되었을 것입니다.

손 없는 바람에 등 떠밀려 일렁이기도 하지만 호수는 의연하게 앉은 자리를 지켜냅니다.

몸을 낮추어 물속을 들여다봅니다. 고기들이 식솔을 거느리고 저희끼리 몸을 흔들며 유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

산 그림자를 품은 수려한 비경에 눈은 호강하고 흥으로 가득 찬 기분입니다. 오후의 역광을 받은 숲은 환상적입니다.

그냥 기분이 팔딱 일어서게 만듭니다.

박상진 의사의 호를 딴 고헌정에 앉으니 마음은 몰입과 환희를 반복합니다.

마음의 혼탁을 씻어주는 호수가 일으키는 샤먼에 달콤한 휴식을 취해봅니다.

호수가 차린 성찬 위로 잔잔한 평온을 누려봅니다.

호수는 여전히 근엄하고 묵직한 에너지를 안겨줍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삶과 살벌하게 싸워 이기기만을 생각하는 내게 위로를 주고 있나 봅니다.

왠지 오늘은 호숫가를 산책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한껏 여유로 가득해 보입니다.

​2022년 3월에 북구 송정동 주민자치회가 설치한 우체통과 LED 전광판이 돋보입니다.

주민 의견을 모아 시민참여형 마을 교부세 사업으로 제안, 선정돼 1억 1천1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했습니다. ​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를 주제로 한 대형 우체통은 높이 5m, 폭 1.8m의 크기로, 방문객 누구나 엽서를 쓸 수 있도록 엽서와 펜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3개월, 6개월, 1년 뒤 등 배달 받기 원하는 시기에 맞춰 엽서가 주소지로 배달된다고 합니다.

우체통 우편물 수거와 발송, 전광판 운영은 본 사업을 제안한 송정동 주민자치회가 맡고 있습니다.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란 주제를 달고 편지를 쓰게 유인합니다.

'송정 박상진호수공원' 여행 편지를 문학소년이 되어 적어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흙길을 걸어 호수를 돌아 나왔습니다. 몸만의 나들이가 아닌 생각과 사유의 호수 산책이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슬그머니 마음을 사로잡아 내 마음을 호수가 되게 합니다. 사유하는 호숫가 둘레길 순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침묵하고 있는 영험한 호수는 내 안의 불행을 거두고 행복을 건넵니다.

한 번쯤 무룡산에 올랐다가 '송정 박상진호수공원' 둘레길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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