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청련암의 고즈넉한 여름 풍경을 보러 가다! ☆
"본 콘텐츠는 수원시 SNS 시민 서포터즈가 취재한 내용입니다."
올여름 긴 장마로 여름다운 여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장마가 끝난 후 미루었던 피서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저는 피서 대신 조용한 산사를 찾았습니다. 북캉스, 호캉스 등 ‘○캉스’가 유행인데요, 불교의 ‘佛’ 자를 붙인 ‘불캉스’는 없네요. 그래서 불캉스 개념으로 도심 속의 수원의 청련암을 찾았습니다.
청련암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있습니다. 보통 사찰에 일주문이 있는데요, 여기는 불이문이 있네요. 불이문(不二門)은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속된 마음을 돌려서 해탈의 세계에 이르게 한다’라는 의미를 갖는 문이라고 합니다.
불이문 두 개의 기둥을 보니 화강암으로 세워져 있는데요, 기둥에 용이 음각되어 있습니다. 올해가 ‘푸른 용’의 해라고 하는데요, 육십 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하는 갑진년(甲辰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용 기둥에 눈길이 한 번 더 갔습니다.
불이문을 지나면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은 차량 15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데요, 제가 갔던 날이 법회가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차량이 많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법회를 피해 가신다면 주차에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주차장을 지나면 청련암 부설 연화유치원이 있습니다. 유치원 옆에 놀이터도 있고 노란색 유치원 승합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휴일이라 아이들은 보지 못했는데요, 사찰에 유치원이 있는 것이 조금은 낯설고 특이했습니다.
유치원 앞 텃밭에는 가지, 고추, 토란, 고구마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농촌 풍경을 보기 쉽지 않은데요, 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보며 자연학습을 하겠네요. 텃밭을 직접 보고 가꾸는 것은 아이들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찰로 들어서는 입구에 청련암 유래가 적힌 안내판이 있습니다. 청련암은 14세기 진각국사 천희(千熙)가 창건했다고 하는데요, 그 후 쇠락을 거듭한 끝에 1902년 사찰을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각은 환희루, 대웅전, 극락보전, 칠성각, 독성각, 봉향각(요사채) 등이 있는데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청련암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전각은 환희루입니다. 전각 이름 뒤에 누각을 뜻하는 ‘樓’ 자를 붙였는데요, 누각처럼 2층으로 세워졌고, 위층에 범종각이 있습니다. 경내로 들어서는 계단 좌우에 큰 절 사천왕문에서나 볼 수 있는 금강역사 탱화가 있습니다. 이 탱화가 청련암에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는 겁니다.
경내로 들어서 환희루 2층에 있는 범종각을 가봅니다. 사찰에 범종이 있는 곳을 범종각 또는 범종루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단층일 경우는 각(閣)이라고 하고, 중층일 경우 루(樓)라고 합니다. 청련암은 단층이기 때문에 범종각입니다. 청련암 범종각에는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4가지 법구 중 종, 목어, 법고가 있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덮여있고 날씨도 후덥지근했습니다. 환희루를 지나 청련암 경내에 들어서면 마당에 석탑이 있고, 석탑 뒤로 여느 사찰처럼 중앙에 대웅전이 있습니다. 대웅전 좌측에 환희당과 극락보전, 독성각이 있고, 우측에 칠성각, 요사채가 있습니다.
중앙의 대웅전 지붕은 날개를 편 듯이 날렵합니다. 제가 갔던 날이 일요일이었는데요, 많은 불교 신자가 대웅전에 모여 법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청아한 독경 소리가 광교산 기슭 조원동에 울려 퍼졌습니다. 대웅전에 경기도 유형문화재 ‘영산회상도’가 있는데, 법회 중이라 들어가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웅전 좌측에 극락보전이 있습니다. 극락보전에는 중앙에 아미타불, 그리고 좌측에 대세지보살, 우측에 관세음보살이 가부좌를 틀고 불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다른 사찰에 가면 무슨 보살인지 잘 몰랐는데, 여기는 보살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극락보전 우측에 독성각이 있습니다. 독성(獨聖)은 스승이 없이 혼자 깨달음을 얻는 성자를 말합니다. 독성각 안에는 19세기에 제작된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48호인 독성도가 있는데요, 머리가 벗겨진 독성이 수행하는 모습입니다.
대웅전 우측에 칠성각이 있습니다. 칠성각에는 칠성님과 칠성탱화, 19세기 후반기에 만들어진 산신도가 있습니다. 칠성도와 산신도 모두 경기도 문화재자료인데요, 청련암은 19세기 후반의 불화가 다수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청련암 유래 안내판 참조)
칠성각 바로 아래 스님들이 거주하는 요사채 봉향각이 있습니다. 다른 전각과 비교해 단청하지 않은 것은 스님들 거주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봉향각은 고종의 정실 명성황후가 후손이 없어 걱정하던 중 엄 상궁이 이곳에 기거하면서 칠성각에서 기도하며 마침내 영친왕을 잉태하였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날씨가 흐리더니 이내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쨍쨍 내리쬡니다. 저는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요사채에서 대웅전 법회 불경 소리가 들려와 마치 깊은 산속 산사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이런 게 불캉스 아닐까요?
요사채에서 보니 배롱나무가 보입니다. 배롱나무의 한자 이름은 백일홍(百日紅)인데요,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다고 해서 혹은 개화기간이 100일 정도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개화 시기는 대체로 6~10월입니다.
배롱나무는 보통 사찰에서 많이 심었는데요, 그 이유는 출가 수행자들이 껍질을 수시로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적 욕망과 번뇌를 벗어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라는 의미에서 경계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법회가 끝난 후 불자들이 모두 사찰을 나간 후 대웅전 처마 밑 그늘에 앉았습니다. 조원동 일대가 한눈에 보입니다. 지금 조원동은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섰는데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청련암 앞은 광교산 산줄기를 따라 형성된 촌락이었을 겁니다. 수원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일일신우일신 하며 몰라보게 바뀌었습니다.
대웅전 벽에 심우도가 있습니다. 심우도(尋牛圖)를 그대로 해석하면 소를 찾는 그림이라는 뜻인데요, 불교에서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단계를 동자나 스님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서 10단계로 묘사한 불교 선종화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수원시 조원동의 청련암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불이문에 청련암을 광교산 청련암이라고 했는데요, 사찰의 역사기 14세기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니 참 오래된 사찰입니다. 대웅전 아래에서 바라본 2024 수원 광교산 청련암의 여름날은 마리아나 릴케의 시구처럼 뜨겁고 위대한 하루로 기억될 것입니다.
청련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일로 335
※ 불이문 지나 주차장이 있으며 무료 주차임
2024 수원시 SNS 서포터즈 이재형님이 작성해 주신 글입니다
이재형 서포터즈님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rotc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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