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봉순이 자연아띠’[2025년_2월호]

한지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봉순이 자연아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빛을 머금은 한지 전등갓이 방문자를 반긴다. 포근한 감성에 빠질 때쯤 한지로 만든 가방과 양말이 이목을 끈다. ‘정말 한지로 만든 것 맞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지의 새로운 매력을 만나고 아름다운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 ‘봉순이 자연아띠’를 찾아가 봤다.

글 두정아 사진 김성재

'봉순이 자연아띠'의 곳곳에 전시된 한지 조형물과 작품들

천년의 숨결 담긴 전통 한지

여주 북내면에 자리한 ‘봉순이 자연아띠’(이하 ‘자연아띠’)는 차 한 잔 마시며 한지 공예품을 감상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한지문화복합공간이다. 한지조형작가인 봉순이 대표가 3년 전 문을 연 곳이다.

“북내면은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가 많이 자생해 있는 곳이에요. 산기슭에 둘러싸여 맑은 물이 흐르는데, 닥나무가 물을 좋아해요. 80년대까지만 해도 한지 관련 공장들도 있었다고 해요. 건물 앞마당에서 닥나무를 직접 보실 수도 있습니다.”

‘아띠’는 친한 친구라는 뜻으로, 자연에서 만나는 편안한 친구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봉 대표의 마음이 담겼다. 한지는 닥나무 등의 나무껍질을 주원료로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섬유로, 풀 역할을 하는 황촉규를 섞어 다양한 공예품을 만든다. 여러 번 덧대고 말리며 완성된 작품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한지는 자연에서 나온 천연 소재죠. 자연 친화적이다 보니 정서적으로도 많은 안정감을 줍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큰 가치가 있지만, 우리 산업 전반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내장재로도 쓰이고, 진동이 중요한 스피커에서도 한지가 사용되지요. 우주선 등 미래 산업 활용을 위한 연구도 진행될 만큼, 한지는 소재로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자연아띠’의 1층에는 무인 카페와 함께 봉 대표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가방과 파우치, 양말 등 한지로 만든 다양한 실용적인 소품도 판매되고 있다. 봉 대표는 “한지는 가볍고 뛰어난 내구성과 보존성을 자랑한다”라며 “생활실용품으로도 활용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2층은 체험장으로, 예약을 통해 주로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경기투어패스 프로그램도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봉순이 대표가 한지 전등갓을 바라보고 있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문화

봉 대표는 초대전 개최를 위해 여러 차례 해외를 방문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한글과 한지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열성을 다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한국 문화에 관심도 많고 한지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도 합니다. 내구성을 위해 한지 공예품에는 옻칠 작업을 하는데, 던져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집니다. 외국인들은 종이로 만든 것이 이렇게 단단해질 수가 있느냐며 놀라워합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한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복원에 우리 한지가 쓰일 만큼 갈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봉 대표는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한지문화산업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한글을 모티브로 한 한지조형작품 개발 연구’를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세종대왕릉이 자리한 여주에서 한글과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전파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예술과 도시가 하나 되는 문화가 여주에서 꽃 피우길 바랍니다. ‘자연아띠’가 전통의 아름다움을 만나면서 실용적인 가치도 보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소 경기 여주시 북내면 여양2로 796

문의 0507-1336-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