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이희숙 기자

‘뷰 맛집’ 파사성 탐방,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가을 여행 추천 장소

파사성 이정표 / 파사성 주차장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파사성 안내문을 살피는 방문객 / 파사성 관람 유의 사항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처서가 지나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650에 위치한 파사성을 찾았습니다. 이 산성은 신라의 파사왕(재위 80~112) 때 축조된 산성으로, 삼국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한국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유적지입니다. 최근 이곳의 남문지 성벽이 새롭게 보수되어 다시금 그 옛날의 웅장함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그 웅장한 자태를 확인하기 위해 파사성으로 향했습니다.

2023.10.24. 남문지 보수 공사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파사성은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진출할 당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기지로 축조된 요새입니다. 삼국시대에 시작된 이 성은 한강의 수상 교통과 중부 내륙의 육상 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재축성되었으며, 임진왜란 당시 승려 의엄이 승군을 이끌고 성을 보수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유성룡의 발의에 따라 둘레 1,100보의 성첩을 중수한 기록도 있어 파사성은 오랜 세월 동안 군사적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4.04.01. 남문지 보수 공사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2024.06.02. 남문지 보수 공사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이 성은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1977년 국가사적 제251호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여주시와 국가유산청은 성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번 남문지 성벽 보수 공사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파사성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고 방문객들에게 더 안전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남문지 성벽 보수 공사가 완료된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남문지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하자면, 파사성의 중심 출입구로 성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상징적인 구조물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점차 무너지고 훼손되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로 오랜 기간 방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주시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남문지 성벽 보수 계획을 수립하였고, 2021년 문화재청의 설계 승인을 받아 총 13억 6,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보수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보수작업은 국가유산청의 기술지도 아래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성벽의 구조와 재료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성벽의 견고함을 한층 더 강화했으며, 2024년 6월 28일 마침내 남문지 성벽 35m 구간의 보수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높은 파사성 성벽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파사성은 그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양평과 여주를 접하고 있는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올린 성벽의 둘레가 총 1,800m에 이르며, 가장 높은 성벽은 6.25m로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이곳은 ‘뷰 맛집’과 ‘노을 맛집’으로 불릴 만큼 남한강과 이포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과 저녁 무렵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과 성벽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황홀한 일몰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멀리 보이는 이포보 / 초입 오르막길 시작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파사성에 도착하면 널찍한 주차장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주차장 바로 앞에는 이포보와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어, 남한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잠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파사성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어집니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편도 1.1km로 왕복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칡꽃 / 시원한 그늘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밤송이 / 파사성 배수로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등산 초반부터 짙은 칡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산길을 오르는 동안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이 무더위를 식혀줍니다. 길 곳곳에는 잦은 기습 폭우로 인해 조금씩 흘러내린 흙과 돌멩이들이 뒤엉켜 보입니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계곡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는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해줍니다. 또한 밤나무에 큼지막하게 달린 밤송이들이 가을의 풍성함을 예고하며 여정을 더욱 즐겁게 해줍니다.

계곡 / 콘크리트가 깔린 등산로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비포장 흙길 / 파사성 정상 이정표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길을 오르며 나무마다 들려오는 째랑째랑한 매미의 마지막 울음소리는 이 여름이 떠나감을 아쉬워하는 듯 느껴지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의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자연의 소리들이 파사성으로 향하는 길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남문지의 웅장한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보수 공사를 끝낸 남문지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약 20분가량의 산행 끝에 드디어 남문지 성벽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새롭게 복원된 성벽을 바라보는 순간 그 섬세함과 견고함에서 그 옛날의 웅장함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빈틈없이 촘촘히 쌓여 있는 돌들을 보며 이번 보수작업은 단순한 외관 복원을 넘어, 파사성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 그 시대의 건축 기술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된 듯 다가왔습니다.

남문지 성벽이 보수된 모습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남문지를 지나 성벽을 따라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은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저 멀리 이포보와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그 자체로 장관이며,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땀을 식혀주며 힐링의 시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파사성의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파사성에서 보는 뷰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오르는 동안 돌길 사이에 우뚝 솟은 소나무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 그 자체로 이곳이 왜 명소인지 설명해 주는 듯 보였습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무궁화꽃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며, 구름과 바람, 그리고 내가 하나가 되는 기분을 선사해 줍니다. 구름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시선이 자연스레 이동하며, 저 멀리 양평에서 여주 끝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광활한 풍경은 자연이 직접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이곳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힐링’이라는 단어로 온전히 체감하게 합니다.

파사성 정상에서 보는 뷰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이번 남문지 성벽 보수 공사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된 파사성은 그 역사적 깊이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어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파사성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입니다.

하산할 때는 돌계단이 아닌 남문지 방향 평지로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파사성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단순한 산책을 넘어,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로 이번 가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여러분도 이 특별한 장소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문화유산 발굴 조사 지역 ⓒ 이희숙 여주시민기자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되며, 주차장과 입장료 모두 무료입니다. 현재 문화유산 발굴 조사 지역 표시가 있는 곳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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