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상남도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의식주(衣食住)가 아닙니다. 의식+아파트입니다. 63%.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 삽니다. 아파트에 관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려보려면 경남 진주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 내에 있는 토지주택박물관을 찾으면 그만입니다. 물론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에 관한 역사와 문화는 이곳이 전문입니다.

LH 사옥 정문 지나 왼쪽, 별관처럼 있는 공감동(共感棟)에 박물관에 있습니다. 1층은 홍보전시실과 카페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황헌만 사진가의 <집을 닮은 삶, 삶을 담은 집> 기증사진전을 관람합니다.

이어서 많은 대한민국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관한 특별한 전시가 1층에서 우리의 걸음을 불러 세웁니다. 타임 터널을 지나고 박물관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향합니다.

올라가는 계단에서 다시금 걸음을 붙잡는 그림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한 진주성(晉州城)을 중심으로 한 경관을 그림으로 재현한 지도(진주성도)가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오늘날 진주성과 진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2층 전시실로 들어가자 ‘우리의 국토, 땅과 집의 역사가 시간을 거슬러 가듯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십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석기 시대 사람들이 돌을 이용해 자르고 찌는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에서 문득 오늘날 스마트폰이 겹쳐 보이는 까닭은 뭘까요? 그들에게는 지금의 스마트폰이 석기가 아닐까 싶네요.

청동기 시대 마을의 형성은 물론이고 이들의 삶이 깃든 집에 들어갑니다. 아늑합니다. 재현한 집을 나오자,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에 건립한 당시 사람들의 집을 재현하는 과정(실험고고학 프로젝트)을 담은 영상물이 우리를 반깁니다. 기둥과 서까래 같은 목재를 돌도끼로 잘라서 칡으로 얼기설기 엮고 짚과 억새 등을 엮어 만든 보금자리.

이들의 온기를 전해 받고 걸음을 옮기자, 고대 국가시대 집이 나옵니다. 안악 3호분 벽화에 나온 고구려인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고구려 주거 건축을 비롯해 백제와 신라의 주거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고 당시 궁궐이나 사찰 등을 지었던 각종 무늬 있는 벽돌이 천천히 둘러보게 합니다.

여기를 지나자, 마당에 핀 매화가 아름다운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이 나옵니다. 화려한 정원을 만들기보다는 집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차경(借景) 문화를 엿봅니다. 아울러 주거 공간의 지역별 민가 형식과 여기에 깃든 사상을 살펴봅니다. 전시대 한가운데에 있는 가로 241cm, 세로 38cm의 종이는 1587년 분재기(分財記)입니다. 경북 안동에 거주했던 청주정씨 정두(鄭枓)가 사망한 뒤 부인 권 씨가 아들 정사성(鄭士誠) 등 7남매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들과 딸 구분 없이 균등하게 재산을 나눈 사실을 전시창 너머로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울산에서 태어나 1870년부터 1933년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쓴 심원권의 빛바랜 일기가 시간의 무게처럼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일기 덕분에 당시 민중의 삶을 아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록의 중요성도 일깨웁니다.

이어서 서울 청계천에 가설했던 빗물의 양을 측정했던 수표교가 나옵니다. 맞은편 창에는 조풍류 작가의 서울 풍경이 한국화로 다리를 건너는 우리와 함께합니다.

일제 강점기 이른바 문화주택이 나옵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해방을 맞고 한국전쟁의 폐허. 도시 팽창. 1962년.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가 나옵니다. 재현한 집을 본보기 집처럼 둘러봅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포스터가 오늘날 쏟아지는 저출산 대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시실을 나서는 데 ‘사람은 터전을 만들고 터전은 삶을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강렬하게 우리를 배웅합니다.

2전시실은 토목과 건축 오랜 역사를 보여줍니다.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인 흙을 비롯한 건축자재와 각종 건축, 토목 기술을 톺아봅니다.

곳곳에는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물론 어린 자녀와 함께 안전에 유의하면서 대패질도 할 수 있습니다.

남자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땅바닥을 다지는 성(城)을 만드는 과정도 보면서 진주성을 비롯한 우리에게 남겨진 역사 유물인 각종 성에 깃든 당시 민중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온돌의 구조와 난방 원리를 쉽게 배우듯 구경하고 전시실을 나설 무렵 인간의 배설물, 변소의 발달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2전시실을 나서면 “별빛이 흐르는 다리는 건너 바람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로 향하게 합니다. ‘아파트: 새로운 삶을 담다’라는 기획전시가 우리를 맞이 합니다. 대한민국 사람 63%가 사는 우리의 보금자리이면서도 욕망의 덩어리로 불리는 아파트에 관한 역사와 문화가 펼쳐집니다.

아파트의 진화와 발전 과정을 지나면서 미래의 우리 아파트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내내 궁금해집니다.

아파트의 일생을 기록하고 풍경을 그린 사람들의 흔적을 구경합니다. 덩달아 우리 사는 아파트의 풍경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우리가 설계한 것은 집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삶을 설계한 것입니다.”

전시실을 나서 기다리는 나의 아파트로 향하는 내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게 합니다.

LH토지주택박물관

✅ 주소 : 경상남도 진주시 충의로 19 (충무공동 227-2)

⏰️ 관람 시간 : 월~토 오전 10시~오후 5시.

📍 휴관일 :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 창사기념일(10월 1일), 노동절(5월 1일)

💰입장료: 무료

📞 문의 : 055-922-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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