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전국적으로 유달리 날씨가 화창하고 행사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평택이라는 도시에도 같은 날에 열리는 열 몇 개의 대형 행사 플랜카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4 평택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슬픔의 방문>의 저자 장일호 작가(시사IN 기자)가

지난 9월 28일 오후 2시 안중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찾아 '지난 4월 배다리 도서관 강연 때도

이렇게 좋은 봄날에 시민들을 찾은 것이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였는데,

오늘도 같은 마음이 든다'면서 자리에 참여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시사 저널 기자라는 그의 직군과 본인의 깊은 내면을 파헤쳐

꺼내놓았던 문체에서 사뭇 진지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고 게다가 이름마저 남성적이기까지 한

'장일호' 작가는 책이 주는 느낌과 달리 보다 유쾌하고 친근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섰습니다.

작가는 자신을 도서관이 키운 아이라고 소개하면서 "공공도서관은

가난과 약자까지 품어주는 공간으로, 소비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강의에 앞서 강연 중에 먼저 나누는 소설 속 문장이 있다면서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에 등장하는 문장을 소개하였습니다.

우리가 이 한 자리에 함께할 수 있기 위해 작용했던 아주 많은 행운에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안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행운이 작용해야 한다.

태어나야 했고 자라야 했고

먹어야 했고 사고를 피해야 했고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불운을.

경애의 마음 │ 김애란 지음, 창비 펴냄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독자들 앞에서 이야기합니다.

사전에서 어휘의 정의를 들춰보는 것이 익숙한 장일호 작가는

<교란攪亂>이라는 어휘가 '마음이나 상황 따위를 뒤흔들어서 어지럽고 혼란하게 함'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그는 자신이 "정상성의 범주를 흔드는", "'교란'하는 사람"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슬픔의 방문> 곳곳에는 그런 장면들이 포착됩니다.

그때 독자인 우리들은 '무엇이 맞는 걸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장일호라는 사람이 "세상의 많은 단어들을 '나'의 사전 안에서 의미하는 바를 다시 찾고,

'나'만의 단어장을 생성"해 낸 것처럼 말입니다.

"주어진 의미로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담아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일호 작가는 자신의 저서인 <슬픔의 방문>에 대한 독자들의 여러 궁금증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의 내용 중에는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이야기들도 다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강설애 편집자가 제안한 제목이기도 한 <슬픔의 방문>이라는 제목을 자신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설애 편집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며 강설애 편집자는

"슬픔이 방문할 때...슬픔과 조용히 우는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장일호 작가 자신은

"시끄럽게 하고 싶다!"면서 '세상의 슬픔은 조용히 울지 않고 널리 알리고 의제화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그런 의미에서 '방문'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는데,

그 중 '어떤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나 많이 모이는 곳에 써 붙이는 글'이라는 뜻을

이 책의 제목을 통해 품게 되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슬픔의 방문>는 에세이지만 결코 개인의 서사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지 않습니다.

죽음, 일, 결혼, 출산, 페미니즘, 장애, 질병 등 세상의 가장 처절하고 낮은 삶들에 맞닿아 있는 문제들에 가닿아 있습니다.

강연에서 나누었던 "세상을 뒤흔드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시각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 독자로서 행복으로 꽉 찬 2시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안중도서관 이수경 관장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또 수많은 독서인과 잠재적 독서인들을 위해 애쓰는 공공 도서관장으로써의 고민들을

질의응답시간에 풀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가 정답을 내어주지만은 않을 수 있지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일 수 있었습니다.

장일호 작가는 책에 자신이 원하는 생전 장례식의 모습을 그려놓았습니다.

그 중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진 사람만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 사진이 그 입장권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떠는 장일호 작가님이었습니다.

다 함께 오늘의 순간을 영원한 순간으로, 찰칵!

작가와의 만남에서 저자의 사인을 놓칠 수는 없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동행했던 독서 모임 지인들과 기쁜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촬영했습니다.

책이라는 매개로 함께할 수 있는 인연들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슬픔'을 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 내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것을 내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해 보라"는 조언과 함께

"나를 찾아왔던 수많은 슬픔이 지금에 이르기 위한 무수한 쓸모였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을 선사해준

장일호 작가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인과 함께 챙겨주신 자신이 좋아하는 민트티 티백을 선물해 주신

작가님의 다정함에 다시 한번 반하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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