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보면 더 신비로운 야경을 품은 '초지진'

가끔 야간에 강화를 둘러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신비로운 '야경'을 관찰할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밤이 되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강화를 빠져나가거나, 혹은 카페나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식사를 즐기고 집이 있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분들도 많은데요. 한번 쯤은, 앞서 소개해드렸던 남산근린공원과 같은 야경 명소를 방문해보시거나 이번에 소개해드릴 '이 곳'에 들려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돈대, 진, 보와 같이 외적의 칩입을 막기 위한 군사적 방어시설은 이미 강화 관내의 여러 곳에서 관찰할 수 있고 또 쉽게 답사할 수 있는데요. 야간에 방문하신 경험은 거의 없으실 것 같습니다. 이 곳 초지진은 이러한 유적들에서 대표적으로 야간에 라이트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더라고요. 저도 야경 찍는 것을 좋아하고, 또 초지진이라는 사적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번엔 저녁시간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초지진은 이렇게 야간이 되면 멋진 조명이 가동되어 웅장하고 멋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데요. 초지진 바로 앞에 있는 전용 야외주차장도 그대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주차걱정이나 진입로의 걱정은 전혀 안하셔도 좋겠습니다. 이 날은 비와 눈이 조금 섞여서 내리는 날이었는데요. 아마 악천후의 조건만 아니라면 일몰 후에 초지진을 비추는 조명이 항상 점등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야간에 초지진을 답사해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밝은 조명이 비춰지는 곳이지만, 실제로 초지진이 만들어져 1600년 효종 대에 처음 구축되었을 때는 이러한 불빛 하나 없이 촛불이나 횃불로 진을 지켰을테니까 말이죠. 그것도 오늘 처럼 추운겨울에는 우리 선조들이 더 혹독한 조건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셨을 것 같습니다.

초지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동절기 기준)개방되어 있고, 본래 운영시간에 방문하면 성인 1명 기준으로 700원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물론 야간에는 내부로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데요. 야간에는 초지진 주변 답사만 가능하기에 따로 입장료를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971년 사적으로 지정된 초지진은 본래 1656년(효종7년)에 강화유수 홍중보가 처음 설치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866년에는 병인양요가 발발했는데 이때 프랑스 함대의 로즈 소장과 전투를 벌인 곳이며, 1871년에는 미국 아시아함대 로저스 중장이 침입하였을 때 필사적으로 방어를 해냈던 곳이기도 합니다. 1875년에는 그 유명한 일본의 군함인 운요호와도 일전을 치루었죠.

현재의 초지진은 본래 허물어져 돈의 터와 성의 기초만 남아 있던 것을 1973년 초지돈만 복원한 상태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의 높이는 약 4m에 달하고 장축이 100m쯤 되는 타원형의 돈대로, 위에서 보면 하트 모양처럼 생겼더라고요. 큰 발굴의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돈 안에는 조선 말의 대표 1문이 포각 속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안선을 지키기 위해 조성되어 근세에 외적의 침입을 막아낸 호국의 상징 초지진인데요. 성벽 주변을 답사해보면 실제 포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안내문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견고한 초치진과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산화한 조선의 군인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프랑스, 미국, 일본 함대와 싸워 많은 분들이 전사하시고 전사자 교환비는 말도 안될 정도로 처참했지만, 전략적 승리로 외세의 침입을 오랫동안 막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지진 주차장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초지대교'와 함께 서해바다의 야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이 꽤 넓어 이렇게 경관조명이 켜져 있는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한번 쯤은 야간에 강화를 답사하고 여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익숙하게만 느껴졌던 유적들도 새로운 시각과 매력으로 여러분들을 맞아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