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내촌어린이공원

이곳은 동화 속의 마을 같다. 주택들과 도로가 정리가 잘되어 있고, 골목마다 주차된 승용차들도 혼잡하다. 하늘에는 느낌보다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하늘이 맑은 날 서울 서쪽 끝에 있는 개화동 내촌마을과 어린이공원에 대한 첫인상이다.

마침, 겨울의 쌀쌀한 공기와 깨끗한 하늘이 이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더하고 있다.

어느 겨울날 내촌어린이공원에서 바라본 하늘

몇몇이 점심을 함께하고 커피를 핑계 삼아 이 마을에 들렀는데, 나 빼고 모두 여성들이라 자리를 피해줄 생각으로 홀로 근처에 있는 이곳으로 올 생각에 앞마당이 단출하고 예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개화동 내촌어린이공원을 찾은 날은 2월 하순 일요일 오후 3시경이다. 며칠 전에 다녀왔던 신대부석어린이공원이 7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서농협 농자재 판매장이 인접해있다.

온도는 섭씨 1~2도 정도인데 쌀쌀한 바람에 볼이 살짝 아픈 날씨다. 지난번 신대부석어린이공원에 들렀을 때보다 바람이 더 세긴 하다. 내촌어린이공원에서는 구름도 하얗고 더 맑고, 하늘도 더 파랗고, 공기도 더 깨끗함에도 한적하다거나 평온하다거나 그런 느낌을 가질 수가 없다. 찬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시야가 확 트인 공원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촌어린이공원 놀이시설

공원은 입구에서 볼 때 그저 그런 규모 같았는데, 몇 발자국 들여놓으니 놀이터 왼쪽 넓은 마당에 농구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농구대가 내촌어르신사랑방 건물에 가려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놀이터에서 놀이 기구를 타며 시끌벅적한 아이들과 한편에서는 농구공을 던지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마도 농구대는 고학년 또는 중고생들이 주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농구 코트와 운동기구

어린이공원 한가운데서 북쪽을 바라보며 시계방향으로 360도 돌아본다.

북쪽은 맑은 날에 흰 구름만 뜬 높고 파란 하늘색 그 자체다. 동쪽을 바라보니 낮은 건물이 있지만 개화산이 가까이 보이고, 남쪽은 농구대 위로 파란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게 보인다. 서쪽은 김포공항 방향인데, 공원 아래로 펼쳐진 나무들 너머로 온통 파랗고, 비온 뒤 하늘처럼 맑고 높다. 김포공항에서 행주대교와 올림픽대로로 가는 왕복 10차선의 개화동로도 나무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개화산을 등지고 멀리 보이는 나무들과 하늘이 돋보이는 공원이다.

추운 겨울에 파란 하늘이 너무 인상적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없지만, 봄이 오면 친구들과 이 집 저 집에서 뛰쳐나와 이곳을 채울 것 같다. 그리고 궁금하다, 곧 다가올 봄은 이곳을 어떤 모습으로 꾸밀지. 그때 다시 오자는 마음으로 일행들이 나를 기다릴 카페로 발길을 돌린다. 그들이 어디를 갔다 오냐고 물으면, 공원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고 따뜻했다고 딴청이라도 피워보자.

4월의 내촌어린이공원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며 한식날이다. 아침부터 봄비가 주룩주룩 여름 비처럼 내리는 가운데 이곳을 다시 찾았다. 지난 2월 말에 본 풍경이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공원에 들어섰는데, 역시 그 사이에 많이도 변했다. 빗속에서도 봄이 보이는 풍경이다.

봄의 내촌어린이공원

지난 3월 하순에 발생한 산청, 의성, 울산 산불로 공포에 떨게 하던 때에 간절히 원했던 바로 그 빗줄기가 이곳에서 건조한 생명들 깊숙이 적시고 있다.

봄비 맞은 내촌어린이공원

한겨울 동안 추위에 언 듯 견디다가, 몰래 다가와 얼굴을 살짝 보이며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풀과 나뭇잎과 꽃들에게 빨리 모두 보여 달라며 재촉하듯 온 대지에 뿌리는 봄비다. 동백꽃부터,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유채꽃, 튤립, 라일락, 이팝나무, 철쭉까지 줄줄이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 한꺼번에 나오라는듯하다.

이곳에도 벌써 매화가 만개했고, 산수유 꽃과 벚꽃이 듬성듬성 잎사귀들과 어울려 피기 시작했고, 화단에는 명자나무의 꽃들이 빨갛게 아기자기하고, 화살나무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나를 재촉해 이곳으로 부른 봄비가 내게도 봄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한다.

명자꽃과 매화

이 비 후에 여기저기 한꺼번에 폭발하듯 터져 나올 꽃들을 그려보니 황홀하기만 하다. 봄의 선물인 연두색 잎사귀에 꽃향기가 풍기는 초록 세상이 오고 있다.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인사하듯 부지런한 새들도 노래로 봄을 반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운 한 부분이다. 우린 멋지게 행복해하면 된다. 매년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봄은 가까운 어린이공원을 찾아 봄 향기 가득 채워가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겨울 공원에 오면 나무들이 벌거벗은 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보여주고, 봄 공원에 오면 나무들이 초록 옷 입은 채 나뭇가지 사이로 꽃들을 보여준다.

얘들아, 이곳의 하늘과 꽃들과 봄의 향기가 모두 너희 것이란다. 힘차게 뛰어놀자.

강서까치뉴스 명예기자 이병택

{"title":"[명예기자] 하늘에 반하고 봄에 젖은 내촌어린이공원","source":"https://blog.naver.com/gangseokkachi/223832308596","blogName":"서울특별시..","domainIdOrBlogId":"gangseokkachi","nicknameOrBlogId":"서울 강서구청","logNo":223832308596,"smartEditorVersion":4,"lineDisplay":true,"m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