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진산인 보현산에서 발원한 명경지수의 자호천이

영천댐을 채우고 유유히 하류로 흐르다 잠시 머무는 임고강변공원은,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건강한 휴식을 제공하는 이미 유명한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광복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슴 아픈 현대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영천시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은

1950년 한국전쟁을 전후로 보리 공출에 반발한다는 이유와

좌익세력을 사상개조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2018년이 되어서야 건립되었습니다.

위령탑 주변에 조성된 비문에 새겨져 있는 시(詩)가 당시를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해방된 나라, 엄청난 풍년이었으나 이유도 없이 나라에는 쌀이 모자라

혹독한 굶주림 속에서 보리공출에 시달린 1946년, 그해 시월항쟁 이후부터

인민군 '9월 공세' 격전장이었던 한국전쟁 영천전투까지

국민보도연맹 올가미에 걸려 끌려간 수많은 영천사람들이 있었으니

아작골에서 가지골에서 절골에서 수백명씩 학살당한 뒤

눈 감고 귀 닫고 입 봉한채 칠십여년

인간의 마을에서는 가시투성이 엄나무로만 살았던 짐승의 시간이 지나

갈대가몸 비벼 거문고소리 내는 금호강 여기 자호천

일구월심 그 이름 마침내 길게 불러 휘영청 걸어두느니

만리장천에 휘감긴 삼만발 오랏줄 서리서리 풀어내소서

이중기 시 '진혼가'중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조사 결과

영천에서는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260명,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47명,

영천 민간인 희생자 건으로 215명 등 모두 526명의 민간인들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재판받을 권리 등 적법한 절차 없이

무고하게 희생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70년동안 권력과 이념에 잣대속에서 지울수 없는 한으로 남았을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중요한 역사적 공간입니다.

지나쳐 가는 곳이 아니라 건립기를 읽고 건립문을 되새기고

끔찍한 현장사진들을 보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서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반성과 교훈을 얻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영천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 언제나 반전의 중심이었습니다.

임란의병과 낙동강전투의 한축인 영천전투가 그것입니다.

관련 유적과 유물, 전적지와 군사시설 및 체험시설들을

활용한 역사교육과 교훈의 장으로 충분합니다.

역사 교육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한 격동의 시대에

죽임을 당한 무고한 국민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526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영천시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위치; 경북 영천시 임고면 덕연리 132-8


※ 본 글은 새영천 알림이단의 기사로 영천시 공식 입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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