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으로 떠나는 역사 기행 -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익산 시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했나?
익산시에서는 2021년부터 민간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4회에 걸쳐 9,000여 점의 기록물이 수집되었습니다.
시에서는 이렇게 수집한 소중한 민간 기록물을 잘 보존하면서 널리 활용하기 위해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을 만들어 2024년 12월 23일 준공식을 했습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준공
준공식이 있던 날 유난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이 참석해서 행사장을 훈훈하게 해주었습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을 비롯해서 여러 내빈과 민간기록위원회 위원들, 기록물 기증자, 주민들이 참여해서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이 들어선 건물은 1930년 붉은 벽돌로 지었습니다. 옛 익옥수리조합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인데요. 그런 역사적 가치 덕분에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중요한 역할을 새로 맡게 되었습니다.
1층 상설전시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지만 다락까지 포함하면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에는 기증자 명예의 전당, 상설전시실, 보이는 기록 수장고 등이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는 기록물 기증자 이름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중한 자료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한 따뜻한 마음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해야겠습니다.
1층 대부분 공간은 상설전시실로 되어 있는데요. 여러 주제로 분류해서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기록 익산의 역사가 되다’ 코너는 여러 사람의 일기가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기록 방식 중의 하나가 일기인데요. 비록 영인본이지만 이춘기 일기는 1961년~1990년 30년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훌륭한 기록물입니다.
이 일기는 2018년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유고집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서국정 일기는 해방 직전 1944년~1945년을 기록했는데요. 정읍공립고등여학교 학생 시절 일본어로 쓴 일기입니다.
일기 내용을 아들이 한글로 번역해서 함께 전시된 것이 특징입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갈함을 꼭 닮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익산 시민들의 아픈 기억 중의 하나인 1977년 이리역 화약열차폭발사고 관련 기록물도 별도로 전시되었습니다. 주로 사진 기록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상황부터 수습해 가는 과정이 앨범 속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중 당시 각 신문 1면에 공유되었던 폭발 현장 사진 원본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농업과 시민 생활’코너도 있습니다. 익산시의 경우 농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답게 관련 기록물도 많이 수집되었습니다. 그중 일제강점기 기록물도 보입니다. 소작료 통지서,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발행한 대출금 상환 영수증 등은 농민들의 애환이 담긴 그 시대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집안의 역사와 기록’에는 족보와 문집류 등이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전시 기록물 중에는 북산유고와 모은유고(영인본) 등이 있습니다. 북산유고는 1919년 3.1운동 당시 48인 중의 한 사람인 독립운동가 우정 임규의 문집입니다.
모은유고는 1876년 무과에 급제해서 어모장군 훈련원 첨정을 역임한 모은 정동식의 문집입니다. 모은 정동식은 1910년 국권이 상실되자 유서를 남기고 전주 공북루에서 순절했습니다.
‘익산 마을 풍경’사진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내 거리 풍경과 1960~70년대 농촌 지역의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에는 많은 것이 기록되어 있어 시간이 흐른 현재의 모습과의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일상생활 단면을 기록한 사진들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당시의 결혼식, 회갑연, 야유회 문화 등을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잘 보여줍니다. 사진 속에 기록된 유적, 건물, 거리 풍경을 통해서 시간 여행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조선시대 문인인 표옹 송영구(1556~1620)가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영인본도 전시되었습니다. 한문과 한글 혼용해서 쓴 편지로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글과 삼강행실 3권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남성 사대부 문인의 한글 서체 흐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록물입니다. 표옹 송영구는 익산시 왕궁면 출신으로 지금도 장중마을에는 망모당이 남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물건들도 지난 시대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전화기나 삐삐 같은 것들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진화되어 가는지 알 수 있고요. 전화카드나 광고용 성냥 등에는 그 시기에 있었던 광고주 정보가 기록되었습니다. 단순한 물건이지만 기록 매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는 기록 수장고는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장과 전시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복합 공간입니다. 이번 달 특별 전시품은 제1회 익산시 민간 기록물 수집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광복군 수화물 포대>와 <이름표>입니다.
1층 전시실에는 다양한 주제로 많은 기록물들이 있어 천천히 살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기록물 하나하나가 간직한 옛이야기를 듣는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2층, 기록으로 배움의 미래를 새기다
2층 전시실은 교육 관련 기록물로 채웠습니다. 익산시는 교육도시답게 많은 학교가 있어 기록물도 어느 분야보다 풍부한 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층은 ‘기록으로 배움의 미래를 새기다’ 주제로 전시실을 꾸몄습니다.
교육 관련 기록물 중에는 사진, 앨범, 성적표, 상장, 졸업장, 교과서, 교지, 문예지, 학교 역사를 기록한 자료, 향교 관련 기록물 등이 있는데요. 가장 많은 기록물이 있으면서 관심을 끄는 것은 사진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학생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됩니다.
여러 사진 중에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1956년에 이리역(현 익산역)에서 찍은 남성고등학교 군산선 통학생 사진인데요. 이 시기에 고등학생이라면 이런 사진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라인 기차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끼리 모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차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터우’ 모델입니다.
학생 시절 받은 상장이나 성적표 등도 많이 수집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상장을 받을 정도 모범생들이라면 특히 보관해 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성적표를 보면서 그 시절 내 성적은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겠지요?
낡은 교과서도 전시되었습니다. 비슷한 교과서로 공부했던 기억이 있을 수도 있겠고요. 더 오래전에 사용했던 책이라서 처음 볼 수도 있겠습니다. 2층 전시실에서는 교육 관련 여러 기록을 통해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다락이 나옵니다. 예전에 문서고 등으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높이가 높아 특별한 전시 장소로 활용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곳은 영화 ‘동주’를 촬영한 곳이기도 한데요. 한쪽에서는 영화 한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 줍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을 돌아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역사 공부는 책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시민들의 기록 자체가 지역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기록하는 일상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요
즘은 기록하는 매체도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익산 시민들의 정성으로 탄생된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익산의 역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사진=김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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