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도시, 영월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지난날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책방 사장으로 활약하는 요조 님이 영월에 방문했다. 문화도시센터의 주관으로 문화 행사를 하나 기획/진행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작가와 함께하는 1박 2일 독서 캠프’다. 원래 작년부터 캠핑 좋아하는 서울의 한 책방 사장님과 내가 둘이서 뭔가 재미난 일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왔던 아이디어다. 대학생 시절 MT처럼 손님들과 함께 1박 2일간의 독서 캠프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로 시작해서 서울과 영월을 잇는 책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려 했는데, 이래저래 여건이 맞지 않아서 유야무야 된 기획이었다. 여건이 맞지 않는다는 말은 둘러한 말이고, 실상은 비용이 너무 커서 놓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재미난 프로그램인 건 분명했지만 자영업자 둘이 일을 벌이기엔 수지가 맞지 않았는데, 마침 문화도시의 도움으로 시도해 볼 수 있었고 그 반응은 예상했던 것만큼 무척이나 뜨거웠다. 대흥행!

도시에서 영월로 내려왔을 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간 경력을 쌓은 기획자라는 포지션은 영월에서 찾는 곳도 없고, 구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중,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영월에 문화 활동과 행사의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가 왔다. 분야는 다르지만 사실 세상 모든 기획은 하나의 줄기와 다름없으니 이전 노하우를 살려서 오늘날까지 틈틈이 일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문화 기획자(?)라는 조금 요상한 포지션에 서 있는 것 같은데, 감투야 뭐 큰 관심이 없고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것에 기쁘기만 할 뿐이다.

가끔씩 산으로 놀러 오는 다른 자영업자분들이 있는데, 이야기를 좀 나누다 보면 확실히 요즘에는 사장님들이 다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례로, 예전에는 숙소 사장님이라면 그저 손님들이 와서 편히 쉬었다 가는 공간만을 제공했다면, 요즘의 숙소 사장님들은 손님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위해 연구한다. 요가든 명상이든 텃밭 체험이든, 단순히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니라 숙소에서 경험과 추억을 남기는 ‘공간’이 되려 노력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음식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역사나 레시피, 또는 음식과 연관된 재미난 에피소드를 도슨트처럼 손님에게 제공함으로 특별한 ‘공간’으로서 기억되고자 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삶과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서 나는 모두를 응원한다.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공간’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진심으로 영월이 정말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는데, 이 확신은 다른데 있지 않다. 행정도시, 기업도시, 산업도시, 공업도시, 혁신도시 등등 도시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수많은 수식어들 사이에서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는 역시나 문화도시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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