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SNS 상으로 봤었던 수달래를 작년 거창 여행 중 감질나게 봤었던 게 너무 아쉬워 수달래도 볼 겸 시간을 내서 여행 삼아 온 곳이 거창 월성계곡인데 가는 길이 얼마나 드라이브하기 좋았던지요. 게다가 다른 곳은 이미 꽃이 다 떨어졌는데 월성계곡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벚꽃이 이방인을 향해 기다랗게 늘어진 가지로 해사하게 맞아주고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었답니다.

남덕유산(1507.4m)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이 5.5㎞의 계곡인 월성계곡은 호젓한 분위기로 거창의 피서지로 최고로 꼽는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와 함께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물 위에 또 하나의 숲이 빠져든 월성계곡은 생각보다 서정적이었고 정적인 분위기여서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먼저 담고 있는 사진작가님들이 계신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으니까요.

월성 계곡의 지명은 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월성 마을에서 유래하였다고 해요. ‘월성(月星)’은 월성리 마을 남쪽 월봉산(月峰山)의 옛 이름인 월성산(月星山)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며, 달이 마을 앞 성삼봉(城三峰)에 비친다 하여 ‘월성(月城)’이었던 것을 현재의 ‘월성(月星)’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대요.

선인들의 흔적들이 정자나 계곡의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으며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함께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계곡의 상류부에서부터 네 명의 신선이 놀다 갔다는 사선대(四仙臺), 월성숲, 신선이 내려와서 놀았다는 강선대(降仙臺), 행기숲 등이 분포하고 있는 월성계곡의 소나무들이 수려한 모습으로 흐르는 물을 향해 뻗어있는 모습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길을 만들어냈고 불편한 곳은 데크로 길을 연결해 놓아서 새로운 기운으로 봄의 부름에 앞다투어 나무에서 땅에서 푸른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 걸을 때마다 귓가에서는 자연의 소리로 행복하더군요.

월성 계곡의 폭은 넓지는 않으나 계곡 상류의 유역 분지를 이루는 산지가 높고 유역 분지의 면적이 매우 넓고, 계곡의 상류부는 남덕유산, 삿갓봉, 무릉산, 금원산, 월봉산 등에 의해 둘러싸인 침식 분지가 나타나며, 1,000m 이상 높고 산세가 깊은 덕에 연중 수량이 매우 풍부하여 계곡을 따라 캠핑, 숙박 시설,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답니다.

중생대 화강암 기반암 지역 위에 계곡을 따라서 매끄럽게 다듬어진 화강암 위로 월성천이 곡류하며 하천을 따라 작은 규모의 폭포, 소(沼), 하식애, 화강암 암반 등 다양한 화강암 풍화 지형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월성계곡의 수달래를 만나러 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수달래

-꽃말 : 사랑의 아름다움

수승대부터 월성계곡까지 연결된 물줄기 중 어디가 포인트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이동하다가 몇 대의 차들이 길가에 주차한 것을 보고는 아마도 여긴가 싶어 동행하신 작가님과 함께 내려선 곳으로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도로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서자마자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서출동류 물길 트래킹 길'이라고 써진 안내 표지판을 보고 들어온 길에 잔잔하게 흐르는 물 위에 핀 수달래. 물색 치마에 수달래 색의 저고리를 입으면 참 곱겠다 싶을 정도로 자연이 빚어낸 색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미소가 그려지더라고요.

사진을 담는 중 저희보다 늦게 오신 사진작가들이 장비를 챙겨들고 계곡으로 들어오셔서는 원하는 곳에서 꽃과 계곡의 모습을 찍어 나가는 모습이 의도한 것도 아닌데 함께 담겨버렸네요.

모처럼 거창으로 여행을 왔는데 날씨가 맑음이 아니어서 실망을 했는데 수달래를 찍으려면 날씨가 흐려야 좋다는 말을 어디에서 본 게 기억이 나더군요.

햇빛이 뿌려놓은 빛 조각에 반사되지 않아서 그런지 꽃빛이 너무도 환상적이지 말입니다.

이름만 봐서는 진달래가 물가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줄 알았는데 봄에 진달래가 피고 난 뒤에 오염되지 않은 물가의 험한 바위 틈에서 피어나는 분홍색 꽃을 말하는데, 철쭉과 비슷해서 산철쭉으로 불리는 꽃을 수달래라고 부른다지요.

봄에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오는 진달래, 철쭉과 달리 수달래는 잎과 꽃이 동시에 피어나고, 주왕산 수달래뿐만 아니라 월악산 송계계곡, 지리산 달궁계곡이나 뱀사골계곡, 거창의 수승대 계곡도 유명하답니다.

물가에 피는 꽃이니 물의 흐름도 함께 담으면 좋을 텐데 기술도 없고 장비도 없어서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만 담아내니 꽃들과 계곡에 미안하긴 하더라고요.

전날 비가 와서 그런 것인지 움푹 팬 바위 위에 고인 물 위에 고스란히 담긴 반영을 빠뜨리면 안 될 것 같아 담아봅니다. 바람이 이때만큼은 숨을 죽이며 저의 페이스에 맞춰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지분거리는 바람에 길 잃은 수달래 꽃송이의 모습이 참 곱고 처연하게 보이는 것이 제 마음의 어느 한구석에서 시(詩)를 끄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월성 계곡 수달래처럼/조윤희

엉겨 붙은 그림자끼리

너른 바위 위에서 수런댈 때

지나가는 바람이 엿듣고

안겨주는 푸른 고자질에

나도 어느새 신록이 되어

그늘진 자리 하나

꿰차고 앉았습니다

푸른 하늘을 바라봐도

온갖 꽃들 가득한

꽃밭에 앉았어도

봄이 물어다 놓은

계곡을 따라 걸어도

멈출 수 없는

그대 생각에

맘 놓고 울고 싶어

계곡에 핀 수달래 속으로

조심스레 숨어들었습니다

허락된 시간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데도

침울한 적요(寂寥)에 눌려

차마 말을 삼키며

*궁벽한 언덕에 기댄 채

외로이 흐느끼는 숨소리

그대는 모를 수밖에요

사무치는 그대 생각에

오늘 밤은

하얀 달빛이라도

*바장이며 세어야겠습니다

월성 계곡 수달래처럼

*바장이다 :

1.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2.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머뭇머뭇하다는 우리말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바위 위에 그것도 틈이라고 벌어진 사이에서 호기롭게 봄을 예찬하고 있는 수달래의 모습은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외치는 아우성처럼 다가와 저를 감동케 합니다.

주로 군락을 이루며 4~5월경에 절정을 이루는 수달래는 지금부터 만개한 모습으로 상춘객을 부르고 사진작가들을 유혹하고 있지요.

볼수록 빠져드는 수달래의 모습은 4월 말에서 5월 초정도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꽃구경하고 싶으신 분들은 행장을 어서 챙기셔야겠어요.

'사랑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처럼 꽃은 그렇게 봄의 시간을 노래하고 유혹하듯 그러면서도 조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계곡이다 보니 등산화나 장화 같은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반드시 잘 갖춰서 신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푸름이 가득 들어찬 계곡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맡겨도 좋고 꽃을 한없이 군락으로 봐도 좋고 유려한 바위들을 바라봐도 좋고... 물 안에 있는 고디들을 잡아도 좋았던 하루의 시간은 제게 아름다움이라는 추억으로 저장되겠지요.

지친 시간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월성계곡으로, 봄의 시간 속으로, 수달래의 유혹 속으로, 봄이 내민 손짓과 상쾌한 봄바람 가득한 거창으로 꽃 구경 오세요.

월성계곡

✅ 주소 :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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