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겨울 풍경이 함께하는 대모암

겨울이 깊어갈수록 자연은 더 조용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순창 대모암은 바로 그러한 겨울 풍경과 어우러져 일상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가파른 오르막길까지 차가 올라간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대모암을 찾았습니다.

밤사이 눈이 내렸는데, 그 양이 많지 않아 대모암에서는 눈 구경을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대신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이 고운 낙엽길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 대모암을 찾으면 눈꽃이 핀 나무들과 하얀 이불을 덮은 지붕들이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모암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겨울의 맑고 차가운 공기는 한층 더 청명해지며 방문객의 마음을 정화해 주는데요, 한겨울의 대모암은 사찰 특유의 고즈넉함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대모암'을 안내하는 간판이 있어 살펴보았습니다. '순창 여인들의 길'이라는 안내 간판에는 순창 여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서도 보입니다. 순창 여인들의 길은 인정샘→산동리 남근석→창덕리 남근석 →대모암→홀어머니 산성→귀래정→설씨부인 권선문→물통골 약수터→고려직제학 열부이씨려→요강바위 순이 이어지는데요, 양씨부인의 얼이 서린 전통사찰이라는 글귀에 사찰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홀어머니 산성 안에 자리한 대모암은 선운사에 속한 암자로 특히 아기를 낳지 못하거나 아들을 갖기 원하는 부인들이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던 장소로 유명합니다. 대모암에 들러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많은 사람이 희망과 믿음을 품고 찾아오곤 했습니다. 입구부터 돌부처가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백제 시대의 산성터인 순창 대모산성 북쪽에 자리 잡은 대모암은 역사의 흔적과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대모암은 1933년 학성이 창건한 사찰로, 6.25 전쟁 때 거의 폐사되었다가 1973년 법당을 중수하면서 다시 생명을 얻었습니다. 이후 범종각과 대웅전을 차례로 세우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특히, 대웅전은 팔작지붕을 가진 정면 3칸, 측면 2칸의 목조 건물로, 단청으로 장식된 내부와 외부의 벽화가 인상적입니다.

대웅전 벽화에는 꽃과 나무를 그린 화훼도와 인간의 변화와 성숙 과정을 함축한 것을 소 찾는 모습으로 표현한 십우도가 담겨 있어 사찰의 깊은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성숙의 단계인 원상도 보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원상의 단계는 자신이라는 주어도 사라져 깨달음이나 신앙심, 그 어떤 것도 말로 표현하거나 의식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는 건데요, 불교에서의 공이나 무의 경지를 이야기합니다. 대모암의 고즈넉한 공간은 이러한 깨달음의 경지를 탐구하고, 마음을 비우는 데 더없이 좋은 장소로 다가옵니다.

대웅전 안에는 17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모암 목조여래좌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엄지와 중지를 맞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불상은 승려 조각가인 희장의 작품으로 여겨지며,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불상 내부에서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불교 서적들이 발견되어 대모암의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대웅전 건물 앞에는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배롱나무가 눈길을 끕니다. 겨울을 맞이한 사찰 주변의 나무들은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깊은 정취를 자아냅니다. 한겨울 대모암은 맑고 차가운 산속의 공기와 더불어 자연이 만들어낸 침묵 속에서 고요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순창 대모암은 고요한 겨울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처럼 다가옵니다. 불상과 벽화가 전하는 깊은 역사의 무게, 그리고 사찰 경내를 감싸는 찬 바람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겨울 그림을 연상시키며, 마음속 고요함을 선물합니다.

여름 내내 곱게 연꽃을 피웠던 경내 작은 연못은 겨울이 되자 그물이 드리워진 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연못 위에는 철판으로 연결된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마치 징검다리처럼 이곳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더욱 특별한 정취를 더해줍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지금, 순창 대모암을 찾아 잊혀진 시간과 마주해보시기 바랍니다. 대모산성의 역사적 배경과 사찰의 평화로움이 어우러진 대모암은 추운 겨울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순창 대모암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197-22

063-653-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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