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 봄이 찾아왔어요!

마치 버킷리스트처럼 저에게는 오래전부터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 있습니다. 경주의 안압지, 부산의 삼광사, 남원의 광한루 정도가 있는데요.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야경이 참 예쁘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올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블로그 기자단을 수행하게 되면서 마침내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이었던 남원 광한루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집이 있는 전남 나주와는 제법 멀어 남원에 숙박해야 했는데요. 광한루원의 야경 사진을 담을 계획이므로 차라리 잘 되었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남원 시내를 걸으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남원 광한루의 낮과 밤


광한루원은 동서남북으로 여러 문이 있으며 저는 주차장에 제법 가까운 서문을 통해 입장했습니다. 하절기와 동절기 관계없이 오전 8시부터 18시까지는 입장료를 받고 그 이후(21시까지)로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날 두 번에 나누어 광한루원을 찾았는데요. 주간과 야간을 나누어 모습이 달라지는 광한루원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매표소에서 발권하니 남원사랑상품권 2천 원을 주셨는데요. 인근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상품권을 사용하면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광한루원의 정원은 한국 정원의 미학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굽어진 소나무길 사이로 어디선가 들리는 은은한 가야금 음악 소리가 더해져 정원을 걷는 여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월매집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춘향전’을 배경으로 지어진 곳으로 춘향전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춘향전의 줄거리를 대략이라도 아신다면 더욱 재미있게 와닿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광한루가 보이는 연못인 ‘연지’와 그 위를 떠받드는 ‘오작교(烏鵲橋)’가 보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은하수 출사 여행을 떠날 때 아버지께서 제게 늘 하시던 말씀이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 만나는 칠월칠석에 은하수가 정말 잘 보이더라.” 였는데 MBTI 중 극J 성향인 저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은하수는 달의 위상이 그믐 무렵이어야 하고 광공해 지수가 낮은 곳을 가야 하며, 특히 날씨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여야 해요.”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저희 부자는 매년 은하수 얘기가 나오면 저런 식으로 늘 다투곤 하지요.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오작교는 바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모티브로 지어진 다리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커플이 오작교 위를 지나면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겠지만 저와 같이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들은 오작교 위에서 광한루를 찍으면 반영이 선명한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기에 이날에도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분들께서 오작교 위에서 사진을 담아 가셨습니다.

연지에는 정말 많은 잉어가 살고 있었는데 잉어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습니다. 잉어 먹이 자판기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사람이 오는 곳을 어찌 알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잉어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오작교 앞에서 어떤 중년의 신사 분께서 제게 휴대폰을 주시더니 사진을 부탁하십니다. 제 카메라를 보시고는 “아무래도 작가님이시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사진을 찍어드리는 동안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해서 사진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구도를 찾아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사진을 보시고 흡족해하셨는지 멀리 타지에서 여행 목적으로 남원을 오셨다고 했는데 저 역시 나주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광한루는 1414년 정승을 지냈던 황희(黃喜) 선생이 ‘광통루(廣通樓)’라는 이름으로 지은 누각으로 이후 1444년 정인지(鄭麟趾)가 광한루로 이름을 바꾸었고 정유재란 이후 소실되었다가 1626년에 재건하여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건물이 점점 북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1870년대에 보수 차원에서 기울어짐을 바로잡고자 광한루 뒤쪽에 ‘월랑’이라는 계단을 설치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광한루는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광한루 3D 촉각모형’을 통해 광한루의 전체적인 느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광한루는 춘향전에 나오는 주 무대이자 남원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고 우리나라 보물 제281호로 지정될 정도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무게감이 있는 건축물입니다.

장소를 번갈아 가며 찍어본 광한루의 모습입니다. 이날에는 밤이 되면 다른 모습으로 변할 광한루의 모습을 기대하며 약간의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에 온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 같은데요. 마치 방콕의 신전인 ‘왓 아룬’의 황홀한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해가 지기 전부터 미리 자리를 차지하며 기다리는 마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간 촬영을 위해 잠시 숙소로 복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저녁 촬영 전 광한루원의 철쭉 사진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남원 광한루의 낮과 밤


광한루원 서문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담벼락에 은은하게 들어오는 조명을 보며 왠지모를 기대감을 증폭시키는데요.

광한루원에 들어서는 내내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하며 감탄하며 정원을 걸었습니다.

광한루원의 야경을 찍는 동안 거울처럼 투명한 반영에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직은 선선한 봄바람과 여유롭게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 역시 광한루의 아름다운 모습에 하나같이 감탄 일색이었습니다. 불과 한두 시간 전에 같은 곳을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디 못해 황홀했습니다.

광한루원 밖 ‘남원예촌’의 모습도 그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사진을 최대한 한 장이라도 제대로 건지기 위해 가로로도 찍어보고 세로로도 찍어보고 심도값도 바꿔가며 찍어보는데 지나가는 어떤 중년의 여사님께서 일행에게 “저 오빠 봐봐. 완전 프로페셔널 하게 찍는다.”라고 흘리듯 말씀하시니 단전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 고생했습니다.

수많은 전등이 비추는 황홀함을 저 혼자만 누리려니 마치 분에 넘치듯 과한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았습니다. 남원은 밤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제94회 남원 춘향제(24.05.10 ~ 05.16)를 앞두고 곳곳마다 연등을 설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춘향, 컬러에 반하다.”라는 이번 축제 테마에 어울리게 밤이 아름다운 남원시와 광한루원의 모습을 제대로 조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치 남원시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인 것처럼 화려한 조명과 불빛으로 수 놓았는데요. 혹시 이번 춘향제를 맞아 남원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남원에서 하루 숙박해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주간보다 야경이 아름다운 광한루원과 남원예촌 거리를 사진과 함께 거닐다 보면 오랫동안 간직할 예쁜 추억 하나 건져가실 수 있으니까요.



글, 사진=조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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