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3월 함안 여행/야생화 명소] 강지계곡으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야생화를 만나러 갔더니...
강지동마을회관에서 저수지를 지나 산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계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되는 겨울의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만 같았다가도 낮에는 영상의 기온으로 오르는 상황이 되자 마치 봄이 온 것만 같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은 해마다 야생화가 피는 계곡을 향해 달려갔지요.
마을 입구에서 보게 되는 하늘색 벽의 집은 마치 나침반처럼 기억을 따라 강지계곡을 가고 있는 제게 잘 찾아왔다고 무언으로 격려를 해 주는 것처럼 얼마나 반갑던지요.
강지 마을이 있는 강명리(康命里)는 강지리와 장명리가 병합되면서, 한 글자씩을 따서 붙인 지명으로서, 육 가야(六伽倻) 중 아라가야(阿羅伽倻)에 속하였던 강명리는 757년(경덕왕 16)에 함안군(咸安郡)으로 개칭되었고, 995년(성종 14) 함주(咸州)가 되었는데, 원래는 본래 상리에 속하였는데, 1914년 3월 1일 부(府)·군(郡)·면(面) 통폐합으로 산내면과 병합된 함안군 읍내면 강명리가 되었다가 1918년 함안군 함안면 강명리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답니다.
함안면의 남쪽에 길게 자리하며 북쪽으로는 함안군 함안면 파수리·봉성리·북촌리, 남쪽으로는 여항면, 동쪽으로는 산인면, 서쪽으로는 창원시와 접해 있는 강명리의 계곡을 오르다 보면 활곡소류지를 만나게 되는데 예전 이맘때 저수지 건너편에 만개한 매화 군락을 봤었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더군요.
매화가 피면 그 주변의 야생화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설마 하는 불안감도 살짝 생기더라고요.
활곡지를 지나면 차 한 대 지나다닐만한 임도가 나오게 되는데, 눈 안에 들어오는 풍경은 아직도 겨울잠에서 못 깨어난 모습이라 마음이 점점 더 불안불안했답니다. 왜냐하면 봄마다 만났던 야생화를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지요.
강지계곡을 가면서 만나게 되는 두 번째 저수지인 영담(대) 소류지입니다. 이 시설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소류지이기 때문에 오물 투기나 오염물질 유입 등의 행위를 하면 안 되겠고 물이 좋다고 수영이나 물놀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 기본으로 알고 계실 테죠? 그런데도 경고문이 있는 것을 본다면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몰지각한 분들이 있는가 봅니다.
야생화 피는 계곡에서...
봄을 알리는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입구부터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줄기로 인해 제법 소란스럽습니다.
유달리 돌이나 큰 바위들이 많은 이곳 주변입니다.
강지골 북쪽 영담 소류지가 있는 골짜기에 돌산(石山)이 있어 1970년까지만 해도 함안의 상석(床石), 비석(碑石) 등 석물(石物)을 비롯한 석공예(石工藝)가 이곳에서 다 이루어지다시피 해 삶이 풍족한 편이었다고 알려졌었는데요.
자연보호를 이유로 채석이 중단되면서 석공예가(石工藝家)들이 객지로 떠나는 등 전업하는 바람에 사양길을 걷다가 요즈음은 석공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 이곳 강지계곡은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품 같은 포근함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도 갖추고 있는 곳이랍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계곡 곳곳에는 언 땅에서 녹아내린 겨울의 흔적을 다 씻어내릴 요량인지 물소리 경쾌하게 바위들을 치도곤을 하면서 훑고 내려오는 물들의 반란에 마음까지 통쾌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야생화 대신 이끼가...
주변을 돌아다녀도 작년 그 이전 해에 봤었던 야생화는 아직도 봄인 줄 모른 채 두껍게 덮인 바짝 마른 낙엽들을 이불 삼아 자고 있는 것인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계곡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발밑에서 올라오는 습한 기운 때문인지 꽃 대신 보이는 연둣빛 이끼들이 오히려 제 시선 속에 담깁니다.
약 12,000 종의 선태식물류 식물이 지구상에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한두 종류의 이끼를 이렇게 유심히 봤었나 할 정도로 정성들여서 담아보네요. 우주 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끼의 강한 생명력 앞에서 겸손함을, 겸허함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성애'라는 꽃말을 가진 이끼는 홍수나 가뭄을 방지하고 다른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에서도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며 작은 동물들에게 안식처와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단양의 이끼터널, 제주 효명사 천국의 문,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등 많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 혹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기도 하는 데 이끼가 일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한데 함안 강지 계곡의 이끼는 풋풋한 첫사랑을 품은 십 대의 모습 같기도 한 꾸밈없는 모습이어서 그 순진함에 저의 소녀 시절을 되돌아보게도 하는 것 같아 잠시 가쁜 호흡 내려놓고 쉼을 즐길 수 있어 좋았네요.
작년 강지계곡에서 만났던 야생화들...
돋아날 때 모습이 마치 꿩이 모이를 쪼는 듯한 모습, 그리고 수컷의 목털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을 가진 꿩의바람꽃, 색이 오묘한 빛을 띠고 있어서 '현 (玄)', 중국의 동북부는 북방 민족이 지배하던 호국 (胡國)에서 생산되어서 '호 (胡)', 그 묘가 서로 꼬인다는 뜻으로 '색 (索)'이 쓰여서 현호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현호색, 꽃이 피었다 해도 불과 며칠 사이에 져버리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 가지고 적기에 자생지를 찾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은 만주바람꽃, 안쪽 밑부분에 짙은 W자형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는 얼레지 등 봄의 천사들이 가득했던 기억은 그저 추억이 되어버린 강지계곡은 여전히 겨울의 세력이 넘실대고 있는 가운데 봄의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것 같았답니다.
꽃 대신 야생...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혹독한 채찍질 앞에서 자연도 움츠러들었었나 봅니다. 비록 야생화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큰 나무 밑동에서 이끼와 함께 버섯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담아 보았네요.
계곡을 나오면서 만난 복수초
계곡을 제법 돌아다녀도 야생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행을 하고 지나가시던 한 분께서 이번 겨울이 너무 추워서 꽃들이 아직 피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에 야생화 찾기를 포기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계곡을 내려오다가 복수초를 만났지 뭐예요?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복수초는 기온에 따라 개화시기가 달라지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해요.
2025년 기준으로 남부지방에서는 1월 말부터, 중부지방은 2월 말에서 4월 초까지 개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해가 있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국내에서 생육하는 복수초(줄기가 분지하지 않고 꽃이 1개만 달리며, 잎보다 꽃이 먼저 개화하고, 꽃잎보다 긴 꽃받침이 8장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는 해발 800m의 높은 산지에 생육하고 있어서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복수초속 식물은 대부분 개복수초(줄기가 분지하고 꽃과 잎이 함께 나오며, 꽃받침이 꽃잎보다 짦음)이며, 특히 제주도에서는 세복수초(제주도에만 자생, 잎이 가늘게 갈라지고 회백색을 띰)만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측금잔화(황금색 잔 모양의 꽃), 원일초(설날에 피는 꽃), 설련화(눈색이꽃, 눈 속에서 꽃이 핀다), 얼음새꽃(빙리화, 얼음 상이에 꽃이 핀다)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한자어로 ‘복’과 ‘장수’를 뜻하며, 꽃말은 '영원한 행복, 부활, 슬픈 추억'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답니다.
주로 습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복수초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약용식물로도 사용되어 왔다고 하는데, 비타민C, 플로보노이드, 사포닌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복수초의 효능을 알려드릴 테니 참고만 하세요.
복수초의 효능
1. 강심 작용이 있어서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2. 이뇨작용이 있어서 부종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3. 소화기계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간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복수초는 주로 차로 우려내어서 마시거나, 식사에 첨가하여 섭취할 수 있고, 잎과 꽃은 신선하게 사용하여 샐러드에 넣거나 국물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독성이 있답니다. 특히, 생으로 섭취할 경우 독성이 나타나는데 반드시 조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알칼로이드, 사포닌의 효과 때문에 과다 섭취 시 구토,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에 함부로 취하시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비록 야생화들을 보지 못하고 돌아선 제 걸음 위에 복수초와의 만남은 봄을 향한 그리움이 되어 감사가 되었답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강지계곡도 야생화들로 봄이 한창일 테죠. 그날을 기대하면서 오늘 만난 복수초에 대한 자작시 한 편 남기면서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련화(雪蓮花) /조윤희
긴 세월 차곡차곡 머문 노송 아래는
샛바람 흐르는 봄의 장단에 맞춰
이끼 낀 바위 틈 사이에서
잔설 헤치고 *설련화 한 송이 피었다
산 너머 달려온 햇살 끄트머리 따라
바둥바둥 대며 미끄러지면서
봄 향한 겨울 흔적 속에서
끝끝내 찾아 나선 걸음을 반긴다
어느 누군가 드려진 기도의 잔처럼
빛살 알갱이 덮어쓴 제단 위에
봄꿈 품은 황금빛 꽃 잔은
행복한 설렘으로 그대를 노래한다
끝내 인내하며 품어줄 봄 품에 기대어
그리움을 불러댔던 시간의 결 속에
가만히 그대를 옮겨 심은
마음의 정원은 영원의 축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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