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습지생태공원과 강서둘레길 3코스는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도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야생이 꿈틀대고 있지요.

초입에서 2층 전망대가 반깁니다.

이곳에 서면 에메랄드 하늘과 강물 그리고 주황빛 방화대교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풍광이 펼쳐집니다.

탁 트인 창공 아래 펼쳐진 자연을 품에 안고, 걷고 뛰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환상적 공간의 시작입니다.

한강 하류의 습지에는 원시적 생태환경을 되살려놨습니다.

콘크리트 생활에 찌든 도시민의 심신을 치유하는 장소로 탈바꿈했네요.

누구든 홀로 또는 벗과 동행하여 거닐거나 곳곳의 느티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명상에 빠질 수도 있답니다. 잡념과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 버리는 쉼과 비움의 공간이지요.

생태공원 산책길은 계절 따라 갖가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우선 병솔나무꽃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환영의 미소를 짓습니다. 꽃 속에 날아든 나비는 꿀을 모으느라 한창 씨름 중입니다.

병을 닦는 솔을 닮아 병솔나무라고 했다니 정말 안성맞춤이고, 기억하기에도 손쉬운 이름입니다.

또한 호젓한 공원길 양옆에는 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가 한창 무르익고 있으며, 찔레꽃 가지는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탈바꿈 중인 영실의 무게가 버거워 비명을 지르는 듯합니다.

‘쉬어가는 숲’은 키 큰 나무 아래 돌 두어 개 가져다 꾸민 쉼터입니다.

하루 종일 태양열을 받아 따뜻해진 작은 바윗돌에 앉아 숲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지요.

주변의 갈대와 나무, 자그마한 꽃과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는 곳이랍니다. 산들산들 가을바람 속을 거닐며 쉼을 얻기에 제격입니다. 또한 도로를 가로질러 다른 펄밭으로 마실 가던 말똥게는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습지공원은 마치 밀림처럼 중간중간에 작은 물길도 꾸며져 있습니다.

하천 가까이 있는 나무의 허리춤에 허연 흙탕물 자욱이 남아 있습니다. 큰물로 잠긴 흔적입니다. 한강의 하류는 너른 땅을 비워놓습니다.

적지 않은 비가 오거나, 윗동네 댐에 가뒀던 물을 방류하면 하류는 다 가슴에 품습니다. 빈 땅은 빈 그릇(buffer)이지요. 비워두어야 홍수가 나더라도 거친 물살을 품을 수 있답니다. ‘비워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라는 역설을 깨닫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사람도 가끔 비움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 가을에도 변함없이 빈 의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강서까치뉴스 박찬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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