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덮인 겨울날 운치 있는 모습을 선사하는 '옥류각'

한겨울, 동춘당 생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조선의 선비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유학자의 정신이 깃든 이 길은 사계절마다 다른 멋을 뽐내지만, 특히 눈 내린 날에는 고즈넉한 운치를 더합니다.

대덕구 비래동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비럭골'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곳입니다. 이 지역에는 고성 이 씨 동족 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옥류각은 학문을 논하던 공간이자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득한 정취를 자아냅니다. 이제 눈 덮인 옥류각을 오르는 길을 따라 함께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겨울의 정취 속에서 마주한 고즈넉한 풍경을 소개합니다.

비래동 선비마을 5단지 아파트에서 정부 고속도로 방향으로 진입하면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경부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좌측으로 새롭게 조성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정면에는 두 개의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전기부터 만들어진 지배계급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비래동 고인돌은 '성혈'이 새겨진 고인돌로, 성혈이란 바위 표면에 홈처럼 파인 작은 구멍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고인돌 주차장 건너편에는 약 600년의 세월을 간직한 대전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우뚝 서 있습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이 나무 아래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느티나무 당상제'가 열립니다.

이 행사는 주민들이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며 소망을 담아 제를 올리는 전통 행사로, 대보름의 밝은 달빛 아래 공동체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동춘당 생애 길은 조선 시대 학자 송준길의 삶과 사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이 길은 그의 학문과 철학이 깃든 공간을 연결하며, 동춘당의 일생이 담긴 이야기들을 품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녹색길로, 사색과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마을을 지나 조금씩 산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오솔길이 펼쳐집니다. 눈 덮인 길을 따라 옥류각으로 향하다 보면 겨울의 정취가 한층 더 깊이 느껴집니다. 사계절 중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설경 속에서, 차분한 자연을 마주하며 걷는 순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푸른 숲과 역사적인 명소가 어우러진 계족산 명품 숲길은 대전의 대표적인 자연 탐방로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곳곳에 자리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경관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비래 골 길을 따라 약 800m 정도 오르면, 동춘당 송준길 선생과 관련된 '초연 물외(超然物外)'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눈이 내려 글자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바위 위에 새겨진 흔적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옥류각 앞에는 송준길 선생의 학문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 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성리학과 심학: 조선 시대 유학의 핵심 사상인 성리학과 심학(心學)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으며, 이는 인간의 마음을 닦고 수양하는 데 중점을 둔 학문입니다.

▶ 동춘당의 학예: 송준길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교육 철학을 소개하며, 그의 가르침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설명합니다.

▶ 옥류각(玉流閣): 166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학문을 닦고 자연 속에서 사색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조선 시대 선비들이 학문과 덕을 쌓으며 교류했던 중요한 장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옥류각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학문과 정신 수양의 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덕구 비래동에 자리한 느티나무는 약 140년의 세월을 견뎌온 보호수로, 지역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온 소중한 존재입니다. 높이 15m, 둘레 2m에 이르는 이 느티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상징적인 나무로, 1990년 5월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옥류각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로 지어진 정자로, 팔작지붕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지형에 맞춰 바위 위에 세워졌으며, 각 기둥의 높이를 다르게 하여 구조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루를 띄운 독특한 방식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건축적 특징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름인 '옥류(玉流)'는 골짜기를 따라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학문과 사색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지금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옥류각은 계곡을 향해 자리 잡고 있어 정면이 아닌 측면을 통해 출입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입구에서 가까운 두 칸은 마루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쪽 한 칸은 온돌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흔치 않은 측면 출입 방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옥류각이 엄격한 격식을 따르는 공간이라기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색하기 위한 누각 건축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옥류각 뒤편에 위치한 비래사 앞에는 수령 약 210년의 향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향나무는 1990년 5월에 대전광역시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대전 지역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향나무 중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나무는 높이 약 7.5m, 둘레 약 1.7m로 그 독특한 자태와 향기는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비래사는 대덕구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옥류각과 함께 세워졌다고 합니다. 1647년 중수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대적광전은 사찰에서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으로, 이곳에 목조비로자나불 좌상이 봉안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불상은 2014년 보물 제1829호로 지정되었으며, 대적광전에 모셔진 이 귀한 불상을 감상하며 그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느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비래사 뒤편을 따라가면 고즈넉한 산자락 속에 자리한 석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이 석탑은 단정하면서도 견고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래사를 찾는다면,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석탑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 산행 길은 계족산, 계족산성, 칠현성으로 이어지는 길로 자연 속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길의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어 자신의 체력과 경험에 맞춰 산행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여유롭게 걸으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비래사와 석탑을 지나 다시 옥류각으로 내려가는 길, 눈 덮인 산사 풍경이 고요한 여운을 남깁니다. 하얀 눈길 위로 남겨진 발자국은 이곳을 찾은 이들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함 속에서 잠시 머물러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옥류각은 조선 효종 때의 유학자였던 동춘당 송준길 선생을 기리기 위해 1693년 숙종 19년에 세워진 누각으로, 제월당 송규렴이 중심이 되어 건립했다고 합니다.

계족산 자락에서 흘러 내려오는 골짜기를 가로질러 지어졌으며,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물이 자리할 곳만 다듬어 세운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건축 방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학을 보여주며, 전통 건축에서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순응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눈 덮인 겨울날, 고즈넉한 풍경 속에 자리한 옥류각은 한층 더 운치 있는 모습을 선사합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곳은, 겨울에도 그 고요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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