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그림 회원전,

부채 그리고 바람길

순창에 내려와 살아보니 귀농인, 귀촌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일상이 무척 바빴다. 농사철만 바쁜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부지런한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더운 여름이라 길에서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실내로 들어가 보면 참으로 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배움에 대한 비용 지출도 부담스러운데, 순창에서는 시간만 내면 된다. 가끔 인기 강좌는 참여하고 싶어도 명단 밖으로 밀려나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렇게 내 의지로 늦은 배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렇게 봄철에 모집해서 시작하는 강좌들의 결과물은 여름부터 전시회 이름으로 현수막이 걸린다.

오늘 소개할 전시회는 먹그림 순창 회원전이다. 옥천미술관 2층에서 사군자 반과 문인화 반을 이끄는 지도교사 법은 스님이 회원들과 함께 섬진강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순창의 예술 아지트이자 미술관 이름 그대로 섬진강의 전망 맛집인 섬진강 미술관은 전라북도 대표 원로작가였던 박 남재 화백이 이곳 별관에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작업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故박 남재 화백은 1929년 순창읍에서 태어나 향년 91세로 작고하셨다. 당시 6년제이던 중학교를 16살 때까지 다니다가 서울로 전학을 가서 서울대 미대 조소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몇 달 후에 일어난 6.25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 화백이 고향을 떠난 지 70여 년 만인 2016년 12월 고향인 순창 구남마을로 귀향하게 되었다. 이후 섬진강 미술관 명예 관장을 맡으며 노익장을 과시하였고 작고하기 전까지 이곳 섬진강 미술관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였다.

검은 먹이 하얀 화선지에서 부드럽게 춤을 추듯 미술관 앞 풍경은 섬진강 물줄기처럼 유유하다. 읍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미술관은 섬진강을 따라 직선도로를 달리다가 작은 시골길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이번 부채 전이 아니라도 섬진강 미술관 신관 언덕에 오르면 바쁜 일상을 잊게 하는 평화로운 풍경에 누구나 압도된다.

정면에 출렁다리로 뜨거운 채계산이 누운 채 나를 보고 있다. 산이란 올라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데 바로 이곳 미술관에서 보는 뷰포인트가 일품이다.

이번 전시회는 30대부터 90대까지 세대를 초월한 남녀노소 회원들이 ‘먹’이라는 소재로 각자의 재능을 부채에 펼쳐놓았다.

섬진강 강바람이 솔솔 부는 어느 정자에 앉아 붓끝으로 자유롭게 춤추는 듯한 배움을 누리고 싶다면 먹을 가까이해도 좋지 않을까.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미니 선풍기를 손에서 놓지 않을 수가 없는 날씨지만 자연의 풍광이 담긴 아름다운 부채를 손에 들거나, 먹그림 회원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시원한 여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먹그림 회원전, 부채 그리고 바람길

전시 기간 : 8월 13일 ~9월 1일

운영시간 : 10:00~18:00 (월요일 휴관)

문의 : 063-653-2296

위치 : 전북 순창군 적성면 평남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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