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의 가치 확산을 위해

여주시친환경농업연구회

기원전 460년경,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을 남겼다. 좋은 음식을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를 찾는 것이 필수다. 건강해지는 미래를 꿈꾸며 바른 먹거리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여주시친환경농업연구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경수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노력

친환경 농업은 단순히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차원이 아닌 생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건강을 지키고 농업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둔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있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검사해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환경에서 생산한 농산물임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친환경 농업 인증은 크게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나뉜다. 유기농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에, 무농약은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되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3분의 1만 사용해 생산하는 농산물에 부여된다. 따라서 유기농 인증 획득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유기재배를 하려면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기간을 최소 3년 이상 가진 후 토양 분석 등을 거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여주에는 이러한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가가 200곳이 넘는다. 그 중심에는 ‘여주시친환경농업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있다. 유기농, 무농약 생산 출하와 친환경 농업 기술 공유를 위해 지난 2000년 회원 80명으로 출발한 연구회는 현재 22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1997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시작해 연구회를 3년째 이끌고 있는 김동섭 회장은 유기재배에 잔뼈가 굵은 농업인이다. 병상에 있던 지인이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산업 요소로 부각되기 시작한 때였다.

“누군가는 손도 많이 가고 인증도 까다로운 친환경 농사를 왜 짓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지요. 안타깝게도 큰 병에 걸리신 분들이 몸의 회복을 위해 뒤늦게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조금 더 일찍 좋은 음식을 섭취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해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은 계기가 되었지요.”

농부의 정성으로 자라나는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 농업은 그야말로 ‘잡초와의 전쟁’이다. 새벽 4시부터 랜턴을 끼고 잡초 뽑기에 돌입한다는 김 회장은 “제초제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해결되겠지만, 친환경 농산물은 사람이 일일이 잡초를 뽑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스갯소리로 ‘잡초 뽑고 뒤돌아서면 다시 자라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해충 방지를 위해서는 직접 제작한 해충 포획기를 이용한다. 커다란 통을 거꾸로 세우고 그 안에 조명을 켜면 나방 등의 해충이 모여들고, 조명 주위에 부착된 끈끈이 판에 달라붙은 해충은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나방은 한 마리가 알을 600~800개 정도 낳습니다. 나방 한 마리를 잡으면 해충 600~800마리를 잡는 것과 같죠.”

화학비료 대신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데,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유박이 대표적이다.

“지난 겨울은 너무 따뜻하기도 했고 비도 많이 왔습니다. 감자를 심어야 하는데 땅이 질척거려 어려움이 많았지요. 또한, 날이 따뜻할수록 해충도 늘어납니다. 날씨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니 농민들이 환경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지요.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농가들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오리농법이 대표적이다. 논에 오리를 풀어 해충을 잡는 친환경 농사법을 시도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야생동물의 공격 등 변수가 많아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대부분의 농가들은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모내기 이후 논에 우렁이를 풀어 넣으면 우렁이가 잡풀을 먹는데, 제초 비용을 절감하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는 작물에 보람도

지난 2월에는 품목별 연구회 회장단 협의회가 창립되며 여주 농가들이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협의회는 36개의 품목별 농업인 연구회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및 지원을 협의하고, 타 연구회와의 소통으로 기술 및 정보교류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한 여주 농가의 다양한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감사를 맡았다.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크기도 작고 못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상품 경쟁력에서 밀려 거의 헐값에 팔리지요. 아직은 소비자들이 반듯하고 큰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친환경 농산물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연구회는 농가의 소득 증대 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주를 비롯한 국내 친환경 인증 농가들이 해를 거듭하며 그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까다로워지고 지원이 늘지 않는 탓이다. 김 회장은 “결국은 경제적인 논리로 흐르게 되어 있다”라며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농가에서는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했다는 자부심은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화학적인 요소 없이도 하루하루 커가는 작물을 보면 뿌듯할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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