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공원 속 깊은 인문학 ‘능골어린이공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무심코 눈 내린 풍경을 보다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부리나케 옷을 챙겼다. 눈 내린 풍경을 보는 순간, 능골어린이공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공원은 화곡4동의 옛 이름인 능골마을에서 유래된 공원일 거라는 생각에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늘은 섣달그믐날, 까치설날이다. 까치는 또 강서구의 캐릭터 새로미의 설날이라는 생각까지 겹쳐 이래저래 마음은 더 급해졌다. 나무에 핀 눈꽃 풍경을 상상하며 눈이 녹기 전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눈 온 후 오전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고, 눈밭 위에 발자국들만 여기저기 보인다. 벌써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이다. 첫눈에 첫 발자국에 눈꽃 핀 나무를 기대했던 마음은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첫인상은 시설들이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 6월에 노후 시설 정비 사업으로 새 단장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보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조합놀이대, 그네, 흔들놀이 기구, 회전놀이 기구 등 다양한 놀이 기구로 갖춰진 놀이터는 <단풍나무 오두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풍 모양의 장식들로 꾸며졌다.
어린이놀이터 뒤에는 상체 근육 풀기, 역기 내리기, 하늘걷기, 양팔줄당기기, 노젓기, 허리 돌리기 등 어른들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고 온 김에 운동기구 하나하나 돌아가며 몸을 풀다 보니 손이 시린 것도 잊은 채 조금씩 숨이 차오른다. 운동으로 추위도 가실 즈음에 하늘을 향해 힘차게 양팔 벌려 기지개를 켜니, 소나무 세 그루의 꼭대기 가지들 사이로 구름에 묻힌 해가 희미하게 보인다.
소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건물들을 끼고 사철나무와 이름 모를 작은 나무들이 좌우로 가지런히 자리 잡은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그곳을 따라 걷다 보니 쌓인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하는 소리가 난다. 더 크게 소리가 들리도록 성큼성큼 힘줘 걷다가 겨울잠 자는 나무들과 동물들을 깨울까 하는 우려에 까치발을 하고 조심조심 걸어도 본다.
그렇게 몇 발짝 더 걷다가 마주한 키 큰 나무를 쳐다보니 가지마다 뽀송뽀송 회색 털로 쌓인 꽃망울들이 솟아있다. 눈을 비벼가며 자세히 바라보니까, 금방이라도 필 것 같은 목련 꽃망울들이었다. 이 추위에 꽃이라니, 그것도 섣달그믐날인데 금방이라도 피려고 하는 모양새이다.
나무 위 꽃망울들을 촬영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웬일인지 작동이 안 된다. 손이 곱아서 그런가, 고장인가, 이리저리 만져보고, 흔들어도 보고 했지만 도통 작동이 안 된다. 다행히 고장은 아니고 배터리 방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쉽지만 목련 꽃망울 촬영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오라는 뜻인가 자위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급히 서두른 탓에 배터리 잔량도 모르고 나온 결과다.
햇빛이 쨍한 어느 날 오전, 까치설날 방문 후 4일째 되는 날에 목련 꽃망울을 촬영하러 다시 왔다. 까치설날에 쌓인 눈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풍경은 따듯하고 하늘도 맑다.
아이들에 엄마들에 강아지들까지 아주 활기차고 따듯한 풍경이다. 까치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내는 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늘진 산책로에서는 여자아이들 셋이 뭔가 얘기하며 웃고 떠들고 있고, 그네를 타는 아이들과 흔들의자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밝고 생기발랄해 보인다.
목련 꽃이 필 때 다시 올 마음으로 꽃망울들을 사진에 담고 공원을 나섰다. 곧 다가올 봄엔 이 아이들과 엄마들과 활짝 핀 목련과 이름 모를 나무들이 어떤 모습으로 공원을 채울지 궁금하다.
설날 전에 눈과 추위 속에서 아무도 없이 쓸쓸했던 공원이 나흘 만에 그렇게나 활기차고 따듯한 풍경으로 바뀐 모습을 보니 문득 “삶이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힘내자. 행복이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 능골어린이공원 ↓↓↓ ]
강서까치뉴스 명예기자 이병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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