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민낯을 마주하는

국도 따라

탁 트인 바다와 푸르름을 내뿜는 산, 고요하게 물결치는 호수, 단란하고 정겨운 마을 사이사이를 지나는 길, 삶의 민낯을 마주하는 국도로 내달린다.

오르락내리락 굽어진 30번 국도

높다란 산길과 탁 트인 벌판을 오르내리다가 드넓은 바다를 향해 가는 길. 대구에서 출발해 남부 지방을 가로질러 부안 보안면에 이르는 30번 국도는 변덕스러운 삶의 모습을 닮아 있다.

소백산맥 자락 아래 산골 마을인 무주 무풍면에서 무주 구천동을 지나면 진안 용담호에 이른다.

용담호 물가를 부드럽게 굽이돌아 동화 속 초원처럼 펼쳐진 임실 치즈마을과 가을이면 구절초 피는 정읍 산내, 태인을 지난다. 내륙을 뒤로하고 변산반도 북쪽을 돌아 짭조름한 소금 냄새 풍기는 어촌에 다다른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땅도 끝나니, 쉼 없이 걸어온 발을 잠시 쉬게 해도 좋겠다. 푸른 산과 깊은 호수, 너른 바다가 차창에 드나드는 동안 일상의 풍경은 저만치 물러난다.

바닷바람 품은 77번 국도

서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부산으로 향하는 77번 국도 여행에는 파도를 타고 온 바닷바람이 동행한다.

77번 국도는 한반도 최북단인 경기도 파주에서 아랫마을 부산까지 L 자를 그리며 꺾어지는 기다란 길이다. 서해안과 남해안 가장자리를 훑으며 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데, 바다 위 대교와 그 아래 해저터널을 통과하면서 독특한 경관을 펼쳐 보인다.

전북은 군산 하굿둑부터 새만금방조제를 건너 부안 곰소에서 한 번 끊기고, 곰소만을 넘어 동호해수욕장에서 전남 목포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부안과 고창을 연결하는 다리인 노을대교(가칭)가 완공되면 도내에서만 두 번 바다를 가로지르며 서해안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물오른 자연을 만나는 17번 국도

바다만큼이나 물오른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깊은 산이다. 한껏 채도를 높인 풍경과 생생한 자연의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17번 국도는 전남 여수에서 경기도 용인까지 이어지는 길로, 전북의 구간은 남원에서 완주 운주면까지다. 17번 국도는 도내 대표적인 산 옆을 지나며 깊은 자연으로 이끈다.

남원~전주 구간인 춘향로에는 지리산이, 전주역에서 완주군을 거쳐 충남 금산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대둔산이 함께한다. 땅 위의 많은 일들이 나고 죽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한결같은 산을 지나노라면 움츠러든 마음이 곧게 펴진다.

전주~금산 구간은 물까지 좋다. 만경강 변에서 바람을 쐬고 대둔산 품에 안긴 운주 계곡에 들러 눈을 적시자.



글,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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