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봄바람에 춤추는

오월의 느티나무

충남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178-8


▲ 수령 830년과 550여 년의 느티나무가 있는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때 이른 더위에 가만히 숨죽이던 오월. 토닥토닥 빗방울은 느티나무를 물들인 연둣빛에 더 짙은 물감을 풀어 초록의 세상으로 변신할 준비를 마치었습니다. 쏟아지는 햇살 가득한 오월의 봄날, 부처님을 오신 날 맞이에 분주한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를 다녀왔습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대웅전 전경 1.

성불사는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태조산의 깊은 골짜기 안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사를 오르는 길은 언제나 고즈넉하지만, 오월은 부처님 오신 날 때문에 약간 분주합니다. 비탈을 오르며 붉어진 볼에 시원스레 스치는 봄바람은 느티나무숲을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에서 가장 고즈넉한 적묵당 풍경.

사찰 입구의 ‘일주문’을 거치면 돌계단 축대가 마중해 줍니다. 산비탈의 지형을 살려 반원형의 석축 계단을 쌓은 것인데 마치 야외공연장 같습니다. 곱게 피어난 야생화가 지천으로 돌계단에 앉아 멀리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봄바람에 세속의 번뇌가 씻기듯 상쾌함을 줍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따갑다면 웅장한 느티나무가 만든 넓은 나무 그늘도 그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해마다 10월에는 산사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일주문.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야외공연장.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비탈길과 계단 두 갈래가 있습니다. 양쪽 모두 운치 있지만, 돌계단을 향해 적묵당(寂默堂)을 통하는 길을 권해드립니다. 가파른 계단이라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수령 550여 년의 느티나무에 기댄 적묵당은 말 그대로 고요하기만 합니다. 산바람에 처마 끝 풍경소리가 유일하게 적막을 깨는 소리로 더없이 편안함을 줍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계단길.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비탈길.

이어진 대웅전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지 않은데 대신 유리창이 나 있습니다. 이 창문을 통하여 대웅전 뒤편 암벽에 완성되지 않은 입상의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설화에 의하면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왕건)는 전국에 사찰을 건립하도록 했는데 도선국사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 백학(白鶴) 세 마리가 날아와 대웅전 뒤쪽 암벽에 불상을 조성하다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갔고 이를 기리기 위해 성불사(成佛寺)를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대웅전 전경 2.

▲ 천안 성불사 대웅전에는 주불 대신 유리창 너머로 미르불이 모셔져 있다.

지금도 성불사 대웅전 뒤편으로 세로 248㎝, 가로 357㎝ 크기의 사각형 암벽에 희미하게 마애불상의 형태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절리현상으로 얼굴과 신체 전면이 떨어져 윤곽만 어렴풋한데 코가 솟아 있고 손의 형태가 남아있고 오른발과 발가락은 선명합니다. 왼발은 흔적이 없는데 이를 백학이 불상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의 미륵불. 백학이 바위를 쪼아 불상을 만들려고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애불 오른편 암벽에는 삼존불과 십육 나한상이 선명합니다. 나한상은 서로 마주 보거나 기도하는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데 바위를 둥글게 파내어 마치 감실 같은 공간으로 표현했습니다. 바위에 석가삼존과 십육 나한이 함께 부조된 경우는 국내에서 유일한 경우로 충남도 유형문화재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십육 나한상.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관음전이 있는데 석조 보살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보살좌상은 세종시 조치원읍 대성천(川)에서 준설작업을 벌이다 발견된 전형적인 고려 시대 석조불상으로 충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불상의 광배 윗부분이 깨어져 붙여 놓았는데 오른쪽 무릎의 일부도 파손되었습니다. 관을 쓰고 연꽃 가지를 들고 있는데 둥근 얼굴에 짧은 목으로 이목구비가 다소 비대칭적입니다.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관음전 전경.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의 석조 보살좌상.

대웅전 마당에서는 천호지를 배경으로 안서동 대학가 일대가 시원스레 한눈에 펼쳐집니다. 대웅전을 나와 바라보는 경치도 좋지만, 담장 주변에 나무를 잘라 놓은 의자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풍광은 한 폭의 산수화입니다. 대웅전 아래 범종각도 수령 830여 년의 느티나무가 높이 14m, 둘레 5.6m의 우람한 풍채로 산비탈을 받치고 있습니다.

▲ 천년고찰 성불사에서 바라본 천안시 안서동 전경.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를 지켜온 수령 830년의 느티나무.

▲ 천년고찰 천안 성불사 범종각.

성불사는 바쁜 것이 없습니다. 수백 년을 버텨온 느티나무와 지천으로 피어나는 야생화 길을 호젓하게 걷다가 돌계단에 느긋이 걸터앉아 멀리 산 아래 불어오는 봄바람에 자신을 맡겨 보세요, 그리고 고개 들어 느티나무숲 하늘을 보세요. 오월의 하늘은 그렇게 처음부터 푸르렀습니다.

성불사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불사길 144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장군바라기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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