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 대해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눠요! 2024 과천시 사회적경제주간 행사 시네마토크 영화 <까치발> & 권우정 감독
지역 소멸,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회적기업 주간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지역 사회, 민간 등과 더 많은 협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정현곤 원장-
매년 7월 1일은 ‘사회적 기업의 날’입니다.
올해로 17주년인 이날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사회적기업가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죠.
그리고 사회적기업의 날부터 1주간을 사회적기업 주간으로 부릅니다.
올해 사회적기업 주간에도 전국 19개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들이 각 지역에서 사회적기업, 지역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과천시에서도 사회적경제조직 56개가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며, 사회적기업 주간을 맞이해 의미있고 뜻깊은 여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과천시는 7월 3일과 4일, 과천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강의실(과천시민회관 2층)에서 시네마 토크와 북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과천시와 과천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굿스니저가 주관 및 주최한 이 행사는
시민들을 초대해 영화와 책을 통해 전문가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으로 꾸몄습니다.
3일에 진행된 '시네마 토크'는 권우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까치발> 상영과 함께 권우정 감독을 초대해 토크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4일에 진행된 '북 토크'에서는 지원센터 오픈도서관 내 사회적경제 분야 도서들을 읽은 후
과천, 경기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 창업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024 과천시 사회적경제 주간 행사 첫 날인 7월 3일 시네마 토크 시간에 맞춰 시민들이 하나둘씩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7시라는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고 강의실을 모두 메우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강의실 불빛을 모두 소등한 채 다큐멘터리 영화 <까치발> 상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성 농민의 삶을 그린 새로운 시선으로 화제를 모은 <땅의 여자>(2009) 이후
10년 만에 완성한 권우정 감독의 작품인 영화 <까치발>은 뇌성마비 징후를 가진 딸 정지후와 엄마 권우정의 성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지후가 뇌성마비의 외적 징후 중 하나인 까치발로 걷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함을 느끼는 엄마 권우정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지요.
영화는 아이의 장애 여부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한국 사회의 장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 차별과 혐오의 진실, 사회적 돌봄 문제 등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여러 불안감들을 가감없이 잘 보여줍니다.
감독은 본인이 겪고 있는 시간들을 솔직하게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장애를 향한 사회의 시선, 사회적 돌봄 문제 등
우리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려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공감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까치발>을 올해 사회적경제 주간 행사로 상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사를 주관한 사회적협동조합 굿스니저 최지연 이사장은 “올해 상반기, 과천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서 ‘가치ON스쿨’이 열렸다. 이는 시민이 사회적경제기업과 만나 관련 주제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작년엔 '환경'을 주제로 진행된 데 이어 올해는 ‘돌봄’을 주제로 진행했다. 이후로 시민들과 ‘돌봄’을 주제로 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영화 <까치발>을 발견하였고, 사회적경제주간 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같이 나누고자 했다." 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약 90분 영화 상영 이후, 2부 순서로 영화 <까치발> 권우정 감독과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다음 작품 촬영차 경상북도 구미에 있다가 이 행사를 위해 올라왔다는 권우정 감독은 짧은 자기 소개와 함께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토크 콘서트는 최지연 굿스니저 이사장의 진행 아래 이뤄졌습니다. 여러 대화들 중 일부분을 담았습니다.
(Q. 참석한 시민들 A. 권우정 감독)
Q.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A. 영화를 3~4년간 만들면서 50~60명 정도 장애인 가족들을 인터뷰했어요. 그동안 우리 아이가 장애인일 수 있다는 불안으로 수많은 두려움들이 저를 지배했고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가 나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것 같고, 친정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 같고, 사회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시선 등등으로 하루하루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의 장애 경중에 따라 부모 삶의 행복의 척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누워 있는 중증장애인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도 삶의 행복이 떨어지지 않았죠. 즉, 아이의 장애가 어떻든 내 삶의 행복과 무관하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저는 ‘내가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니 신이 내게 보내준 것이다’라고 말하는 종교적인 이유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아이는 저와 다른 것뿐이거든요. 까치발은 아이의 불안이 아닌 나의 불안에서 불거져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지후를 통해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Q. 영화 초반 동화 ‘사랑에 빠진 마녀 루시’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는데 왜 그 동화를 사용했나요?
A. 그 동화는 프랑스 동화예요. 예전에 프로듀서로 일했을 때 어느 지인이 동화책을 선물해주고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줬어요. 그런데 아이가 외울 정도로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영화를 제작하면서 여기 나오는 마녀 루시와 천사의 관계가 함께 티격태격하는 저와 아이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이만 나레이션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이 영화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최종 버전으로는 같이 읽는 형식으로 편집했습니다.
Q. 지금 지후가 영화에서보다 더 많이 성장했겠네요. 어릴 적 나의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해요. 아이가 어떻게 영화를 바라봤는지 궁금합니다.
A. 지후가 2011년생으로 올해 중학교 들어갔어요. 유아독존하는 나이대죠. 하하. 지후가 영화를 보고 제게 했던 여러 질문들 중 하나가 ‘엄마, 나 장애인이야?’였는데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에서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명확히 정하지 않았듯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한때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에 망설이기도 했어요. 영화 개봉을 접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지후와 얘기하면서 이 작품은 엄마의 일기이자 너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뭘 하든 아예 관심이 없어요. 하하.
Q. 감독님이 보시기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영화를 만들기 전과 후로 좀 달라졌나요?
A. 지금은 지후가 일반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때는 대안학교 등에 지후를 보내면서 지후와 함께 경험한 바로는 비장애인, 경계선지능 아이, 장애인 등을 통합하는 교육이 어렵다라는 점에 씁쓸했어요. 장애인도 함께하는 지역 사회로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돌봄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해 공론화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Q. 영화 <까치발> 외에 정신장애인 등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조명하는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얘기하는 등 공론화가 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A.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추천해요. 거식증을 다룬 다큐 영화인데 저보다 더 잘 만든 작품이라 꼭 한 번 봤으면 해요. 이외에도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개봉되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으니 한 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큐 영화에 많이 관심들 가져주세요 ^^
영화 주인공처럼 갑자기 찾아온 장애를 가진 내 가족을 향한 불안함을 솔직히 표현한 시민,
생애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면서 앞으로 다큐 영화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시민,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너무 모질게 대한 것 같아 반성한다는 시민 등 영화를 보고 느낀 다양한 반응들을 주고받았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권우정 감독과의 토크콘서트는 시민들의 박수와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 한 40대 시민은 “한 아이를 사회가 돌본다는 것이 왜 중요한 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영화 속 엄마를 보면서 비장애인인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나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라며 소감을 말했습니다.
과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눈 권우정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관객과의 공감이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의도,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봐주시고 공감해주셔서 제작자로서 힘이 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지연 이사장은 “영화를 통해 시민들과 ‘돌봄’에 대해 생각해보고 왜 중요한 지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들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과천시에서는 과천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가 되고 더 나아가 협동조합이나 다른 조직체를 만들어서 지역 내에서 관련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일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니 과천시 내 협동조합들과 지원센터에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천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경기도 과천시 통영로5 과천시민회관 2층
02-3677-2461
평일(월~금) 09:00~18:00
김진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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