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찾아 논산으로 떠납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해 묵은 시름은 출발과 동시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오늘 여행지는 논산시 상월면 주곡리입니다. 마치 지붕 없는 박물관이며,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여행 코스입니다.

고즈넉한 산길을 마치 스님이 만행하듯 혼자 걸으면 만 가지 화두가 자연의 화답으로 사라져 버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빛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절대로 급하지 않습니다. 바닥은 온통 낙엽으로 포장되어 있어 이효석 선생의 수필인 ‘낙엽을 태우면서’가 아니라 ‘낙엽을 밟으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멋진 산책길이 있습니다.

선비계단에 도착하면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 자연과 교감을 할 때에는 나는 버려야 합니다. 철저하게 버려야 합니다. 자연이 내 마음에 슬그머니 들어오면 나는 사라지고 자연만 남습니다.

급하지 않은 만큼 어렵지도 않습니다. 깊게 물들어 가는 나무를 세다 보면 어느새 매봉재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온통 가을입니다. 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사실 명승지에 가면 지금 보다야 더 멋진 풍경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찾는 시간은 가질 수 없을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찌 보면 가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복잡함만 보고 오겠지요.

논산시 상월면 주곡리는 계룡산에서 뻗어 내려 끊어질 듯 이어질 듯한 구릉지 기슭에 기대어 있어 산의 정기가 가득한 곳입니다. 주위에는 낮은 산들이 마치 품에 안은 듯합니다.

마을 입구에는 그 유명한 장승이 있습니다. 이 장승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마을을 밤에 습격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마을 사람들을 구했다고 합니다.

왜군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을 사람으로 오인하여 사격을 했는데 마을 백성들은 이 총소리에 놀라 황급히 피신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장승제를 지냅니다. 매년 음력 정월 열 나흗날에 나라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마을 제사로 지낸다고 합니다. 주곡리 장승제는 1992년 10월 28일 논산시 향토문화유적제 2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장승을 지나면 웅곡정이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을에서 조성한 연꽃밭이 보이고 마을에서 조성한 멋진 정원도 보입니다. 또한 마을 둘레로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주곡리는 마을 앞에는 노성천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노성산이 있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듯 우뚝 솟아 있습니다. 마을 뒤에는 산이 있고 마을 앞에는 물이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의 언뜻 봐도 명당 중에 명당이란 생각이 듭니다.

명당에서는 위인이 나온다는 말은 허사가 아닌 듯 이곳에는 인재가 많이 배출된 곳이라 전해져 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백일헌 종택이 나타납니다. 백일헌 고택은 영조 3년 (1727년)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영조 대왕이 하사한 가옥입니다.

입구에 높이 자란 은행나무는 고택의 위용을 대변하듯 늠름하게 버티며 자라고 있습니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은행나무가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백일헌 종택 뒤에는 두 그루의 감나무에 빨간 감이 열려 마치 지붕을 호위하는 듯합니다.

백일헌 종택 뒷산에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백일헌 종택 사색의 길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백일헌 선생의 유배시가 있는데 어버이를 그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백일헌 종택은 한 달 뒤에 보수공사가 끝난다고 합니다. 그래도 빛이 아름다운 오후 종택을 조용히 돌아보면 조선시대 고택의 정제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백일헌 종택을 뒤로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충헌사가 나옵니다. 붉은빛의 홍살문이 답사객들을 반깁니다.

충헌사는 청주 양씨의 시조인 충헌공 암곡 양기 선생의 영정을 주벽에 모시고, 그 좌우에 그의 후손 네 분인 양치, 양희지, 양응춘, 양훤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안내문을 보면 양기 선생은 중국 원나라 정승으로 재임 중 노국공주를 모시고 우리나라에 왔다가 귀화하여 금자숭록대부의 품계를 받고 공민왕을 보좌하였으며, 당시 우리나라의 폐단이었던 세공 삭감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충헌사는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가 멋진 모양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단청빛은 사당에 걸맞게 중후한 멋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논산시 상월면 주곡리 답사는 가을을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나를 찾아보고 문화유산을 보면서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주곡리 방문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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