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아래 작은 마을 대가족 김장하기 좋은 날, 김장잔치
주로 11월이나 12월에 하게 되는 김장을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부터 이른바 '품앗이'문화 속에 김치를 함께 담그던 것이 오늘날의 김장 문화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만 있다고 합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김장 작업은 연중 큰 행사나 다름없었지만,
핵가족화와 식단의 서구화, 외식의 보편화에 한 가정에서 소비하는 김치의 양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도시화와 함께 이웃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보편화로 장독을 땅에 묻어서 보관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또한 예전과 달리 제품화된 김치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김장의 필요성은 더더욱 줄어들었고,
김치를 사먹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김장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집안에서 직접 김장을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맛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의 김치 맛이 다르고, 대부분 본인이 원래 먹던 맛의 김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김장의 양이 줄어들기도 했어도 입맛에 맞는 김장을 하게 됩니다.
김장철이 되면 배추나 무와 같은 채소류와 마늘, 젓갈류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모여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치를 많이 담그고 뒷처리까지가 힘든 일인지라 김장하는 날에는 김치 속과 수육을 삶아 보쌈으로 곁들어 먹으며
온가족이 함께 김장잔치처럼 즐기기도 합니다.
김장은 우선 김치의 주재료가 되는 채소를 씻어서 소금에 절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소금을 뿌려 숨을 죽입니다.
이후 큰 통에 젓갈, 고춧가루, 마늘 등을 여러 재료를 더해 김치에 필요한 양념을 만들고, 염장해 둔 배추, 무를 양념에 버무리게 됩니다.
2013년 12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행위가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김장하기 좋은 날
'겨울의 반 양식'이라 하여 김장하는 날엔 대가족들이 다함께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눠 먹으며 우애를 다지게 되는 잔치날입니다.
영천시 보현산 아래 작은 마을에 사는 여든의 노부부와 인연을 맺은 지 불과 몇 년.
어느새 친정아부지, 엄마 같고, 도시에 사는 아들, 딸이 된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어르신 가족들과 함께 김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배추, 무부터 모든 것들을 무농약, 저농약으로 키웠다며 평소에도 엄마 손맛나는 시골반찬,
손두부, 묵, 장아찌 등 늘 맛있게 해서 싸보내주십니다.
그냥 늘 한~~차 가득 실어줍니다.
“도시에 더 좋은 거 많아도 촌에 꺼가 더 맛있네.”
“어머니, 김치가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김장하면 꼭 불러주세요.”
했던 말을 기억하시고 불러주셨습니다.
다 준비해 놓았을텐데 그냥 갈 수 없다 싶어 포항까지 가서 어르신 좋아하시는 게도 찌고, 오징어도 사고 싱싱한 생선도 사들었습니다.
과메기 먹을 철이니 과메기도 사고, 싱싱한 굴도 사들었습니다.
마을 입구 삽적에 주차를 하고 좁은 골목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니 이미 김장 끝무렵입니다.
어머님은 김장하러 오라지만 이미 몇날 며칠 전부터 밑반찬도 다 만들어 반찬통마다 가득가득 담아두셨고,
호박죽 좋아한다고 죽도 끓여놓고 묵은지까지 한 통 담아주십니다.
김장은 커녕 다 해놓은 김치를 담에 꾹꾹 눌러 담아오기만 하고 김장날 먹는 맛있는 점심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올해는 쪼매만 하니까 금방 끝나네. 손에 양념 안묻혀도 돼.”
조금만 하신다 해도 200여 포기입니다.
마당 한쪽에 자식들의 김치통이 가득합니다.
그래놓고도 엄마의 보물창고에선 자꾸 뭔가가 더 나옵니다.
모자라면 또 와서 더 가져다 먹으라는 말도 잊지 않으십니다.
김장은 단순히 음식을 준비하는 걸 넘어 가족을 사랑하는 맘과 정성, 사랑이 가득가득 담긴 우리나라만의 전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장은 좋은 날 좋은 맘으로 해서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듯 가족이 함께 모여 정성껏 김치를 담그고 이웃과 나누는 그 순간들이 넉넉하고 흐뭇한 맘으로 행복을 짓는 김장 잔치입니다.
올겨울 양식을 마련한 뿌듯함에 행복이 밀려옵니다.
“별맛 있을라나 몰라. 먹어봐. 담에 와서 더 가져다 먹어.”
“예, 어머니, 담에 올 때 마카롱 사들고 올게요.”
보현산 아래 작은 마을 김장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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