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
안양천 꽃길 아침 산책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입추가 지났지만 8월 폭염은 여전하다.
말복과 처서 사이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매미 소리는 멀어지고 풀벌레 소리가 우렁차다.
아직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계절의 순환은 막을 수 없다.
아침 이른 시간 안양천 꽃밭으로 가는 길에 능소화가 눈길을 붙잡는다.
둑길에 핀 능소화가 부잣집 여인처럼 아름답다.
기와집 담장에 어울리는 능소화가 천변 나무를 붙잡고 여름을 즐긴다.
안양천변 썩은 나무 기둥에 미국능소화가 치렁치렁 달려있다.
죽은 벚나무에 미국능소화가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벚나무는 능소화 힘을 빌려 다시 태어난 것이다.
둑길에서 안양천 고수부지로 내려 선다.
아담한 작은 꽃동산이 울긋불긋 찬란한 모습이다.
손바닥만 한 꽃동산에 부처꽃이 화려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꽃동산 가족에 꽃범의꼬리도 한 몫한다.
시골 울타리 주변에 드물게 보이는 꽃이 안양천에서 선보인다.
작은 꽃범의꼬리도 꽃동산의 당당한 한 가족이다.
노란 마타리꽃에 부전나비가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사실 오전 8시 출근시간인데 안양천은 덥다.
뜨거워지고 있는 시간인데 나비가 작은꽃 꿀을 탐하고 있다.
꽃길 틈새로 비치는 세상이 평화롭다.
누구는 출근하고, 누군가는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세상의 시계는 안양천에서도 바쁘게 움직인다.
작은 꽃동산 주변을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꽃범의꼬리와 마타리 꽃이 잘 어울린다.
여름철은 꽃이 귀한 철인데 안양천 꽃밭 꽃향기에 흠뻑 젖는다.
나무수국 하얀 꽃이 탐스럽다.
꽃동산에 꽃들이 작은데 나무수국만 큼지막하다.
먼 곳에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꽃동산 한발 건너 조성된 백일홍 꽃단지로 간다.
조그만 단지에 백일홍이 만발했다.
백일홍은 백일간 핀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일홍 꽃단지 건너편 서울은 직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광명과 서울을 잇는 안양천 징검다리는 출근길로 바쁘다.
강아지풀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강이지풀이 고개 숙이면 가을이 시작된다.
실바람이 강아지풀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며 가을 문턱을 넘는다.
안양천변에 강아지풀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물감을 찍어 놓은 듯한 백일홍 꽃밭을 천천히 걷는다.
참 걷기 좋은 안양천 꽃길이다.
폭염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백일홍 꽃밭에서 아침 시간 잠깐의 여유를 얻는다.
안양천 꽃밭 산책을 끝내고 도덕산으로 갈 요량이다.
도덕산으로 가기 전에 백일홍 꽃밭에서 꽃멍을 좀 더 즐긴다.
이곳에서 오래도록 꽃향기에 취하고 싶지만 더위가 몰려온다.
고추잠자리가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나비는 아직도 마타리 주변을 빙빙 돌며 꽃을 탐한다.
파란 하늘 아래 불어오는 바람결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꽃범의꼬리 너머 사잇길에 비둘기 가족이 모여있다.
별반 먹을 것도 없는 곳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구수회의를 하는 것인가.
꽃밭에는 벌과 나비들의 일터이고 사람들은 단지 구경꾼이다.
안양천 꽃밭에서 둑길로 오른다.
비탈길에 곱게 핀 메꽃이 손짓한다.
우리 토종 꽃인 메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렌즈에 담는다.
안양천에서 도덕산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가는 길에 맥문동이 유혹한다.
다시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보랏빛 맥문동을 담고 또 찍는다.
맥문동이 피고 상사화가 피면 가을이 가깝다.
도덕산 가는 풀숲에 잎과 꽃이 만날 수 없는 상사화가 곱다.
여름꽃인 능소화가 빗물에 떨어지고 백일홍이 지면 가을이 찾아 올 것이다.
폭염에 지친 몸은 가을이 기다려진다.
- #광명시_안양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