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단] 당신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2025년 송파책박물관 기획특별전 <책 속에 꽃 핀 사랑>

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이정선

새해를 맞아 송파책박물관에서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기획특별전의 이름은 ‘책 속에 꽃 핀 사랑'. 사랑! 듣기만 해도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단어인데요.

송파책박물관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 들어서자 전시 제목만큼이나 전시실도 핑크, 보라, 노랑을 주요색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네요.

특별전의 주제는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사랑 이야기로,

문학과 잡지 등의 서적은 물론, 편지나 일기 등 다양한 기록 속에 담긴 사랑 이야기를 총 4부로 나눠 소개합니다.

1부 ‘설렘의 첫사랑’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 '춘향전'과 풋풋한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등을 통해 사랑이 처음 피어나는 순간의 감정을 조명하는데요. 대형스크린을 통해 황순원 소설 '소나기'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 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황순원 「소나기」

2부 ‘사랑의 성장’에서는 1900년대 초반 등장한 ‘자유연애운동’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연애 문화를 소개하는데요. 연애편지, 전화, 삐삐 등 시대별로 달라진 사랑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90년대 유행했던 삐삐를 실물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운데요. 당시 연인들이 숫자로 주고받던 암호를 눌러보며 아날로그 감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재미로 보는 추억의 삐삐 암호번호 뜻풀이

0024 - 영원히 사랑해

017942 - 영원한 친구사이

100024 - 많이 사랑해

3부 ‘이별의 자취’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구성했는데요.

이별의 슬픔과 사랑의 아픔을 섬세한 한국적 정서로 승화시킨 김소월의 '진달래꽃' ‘못 잊어’, 농촌계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개인의 사랑을 포기한 심훈의 소설 ‘상록수’,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방황, 상처 깊은 사랑을 절박한 언어로 그려낸 ‘겨울여자’ ‘별들의 고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4부 ‘사랑의 서약’에서는 전통적 혼례 문화부터 근대적 사고의 확산으로 나타난 자유로운 결혼관까지 각종 자료에 담긴 사랑의 약속과 변화하는 결혼 문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글이 있었는데요. 김소월 시인의 시, ‘부부’입니다.

부부 - 김소월

오오 아내여, 나의 사랑!

하늘이 묶어준 짝이라고

믿고 살음이 마땅치 아니한가.

아직 다시 그러랴, 안 그러랴?

이상하고 별납은 사람의 맘,

저 몰라라, 참인지, 거짓인지?

정분으로 얽은 딴 두 몸이라면.

서로 어그점인들 또 있으랴.

한평생이라도 반백년

못 사는 이 인생에

연분의 긴 실이 그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