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서원우


농구장과 풋살장 그리고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어 송파구민들의 여가생활을 책임지는 송파근린공원 입구에는 두 개의 비석이 있습니다. 백제고분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 있는 두 개의 비석, 오랜시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유실되고 전쟁의 피해를 입는 등 수난을 겪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를 알려주는 비석들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개의 비석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행어사이공건창영세불망비 (行御史李公健昌永世不忘碑) >

위 사진의 비석은 인천 강화도 출신의 이건창 암행어사의 불망비입니다. 비의 주인공인 이건창(1852년 ~ 1898년)은 조선시대 통틀어 최연소 과거시험 급제자인데 무려 만 14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는 바람에 4년간의 임용유예를 거쳐서 벼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창의 최연소 과거시험 합격은 정치적인 이슈와도 결합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당시 전국구로 유명한 수재였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벼슬에 올랐다가 26세부터 암행어사로 활동을 하는데 탐관오리들의 횡포를 적발하고 백성들을 구제하는 등 조선 후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암행어사로 알려집니다. 암행어사 활동을 하며 다녀간 지역인 경기 하남시, 인천 모도와 강화도 그리고 송파구 근린공원에 이건창의 암행어사 활동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유독 송파구 비석이 특이한 점은 다른 곳에 있는 비석들은 암행어사라는 글자가 전부 새겨져 있는 반면 송파구 불망비는 한자 ‘암(暗)’ 이 빠진 ‘행어사(行御史)’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신분을 감추고 활동을 했지만 송파구 지역에서는 신분을 드러내고 백성들의 고초를 해결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비석의 뒷면입니다. 앞 글자 광서(光緖)는 당시 청나라 덕종 광서제의 연호로서 1875년부터 1894년까지 제작된 조선시대의 비석에 공통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후 갑오개혁 이후 청나라 연호를 철폐했기 때문에 청나라 연호가 새겨진 마지막 시대의 비석입니다.


<을축년 7월 18일 대홍수기념비 (乙丑大洪水紀念)>

1925년 송파구를 포함한 서울의 일대 지형도를 바꾼 을축년 2차 대홍수를 기념하여 세운 비석입니다. 1차부터 4차까지 발생한 을축년 대홍수 중에서 2차에서 발생한 홍수가 지금의 서울인 경성부를 통째로 휩쓸었습니다. 당시 구도심이었던 남대문 앞까지 물이 차올랐으며 일산, 용산, 성수, 강남, 잠실 지역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여 400여 명의 사상자, 1만 2천여 호의 가옥이 침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홍수의 영향으로 석촌호수 자리에 있었던 송파강으로 흐르던 한강의 본류가 북쪽의 신천강으로 바뀌어 오늘날의 한강 유역이 결정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강의 본류가 바뀌고 지형이 변화할 정도로 비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에 서울 이곳저곳에서 이 홍수와 관련된 유적이 남아 있으며 서울 강남구의 봉은사 경내에도 대홍수 때문에 위기에 빠진 송파지역 잠실 백성들을 배를 띄워 구제한 봉은사 주지스님의 봉덕비가 있을 정도입니다.

(봉은사) 나청호 대선사 수해구제 공덕비(羅晴湖大禪師 水害救濟功德碑)

을축칠월 홍수회양 선부잠실 변상이창 칠백팔인 호호창황 아사자제 덕불가망

(乙丑七月 洪水懷襄 船浮蠶室 變桑而滄 七百八人 呼號蒼黃 我師慈濟 德不可忘)

내용 : 을축년(1925년 7월) 홍수 재해로 인해 위기에 빠진 708명을 배를 띄워 구제한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오른쪽) 증수사십팔척 (왼쪽) 유실273호

다시 을축년 대홍수비로 돌아와서 비면의 뒤쪽을 보면 피해 상황을 기록을 해놨습니다.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한 날을 1925년 7월 18일로 정확히 기록을 해놨기 때문에 향후 역사적인 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세운 비석이기 때문에 특유의 일본양식의 비석과 함께 옆에는 대정(大正 : 다이쇼일왕 연호) 15년: [서기력 기준 1926년]이라는 설립기일까지 표기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다이쇼 연호는 파여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옆면에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한 총탄 흔적이 생김으로써 굵직한 사건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송파근린공원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옛 비석 두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비석들을 조사해 보면서 놀란 부분은 우리나라에 있는 비석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청나라와 일본제국의 연호를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우리가 흔히 다니는 길가에 이렇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기념물들이 의외로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 것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계신 송파구에서 주변에 이렇게 오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역사의 산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 암행어사 이건창 불망비 , 을축년(1925년)대홍수 기념비

● 위치 :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2길 29 송파근린공원 (백제고분로에 인접한 위치 소재)

● 특징 : 야외 전시 및 24시간 관람 가능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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