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정취 만끽하며 역사·문화 탐방 떠나 볼까

‘영월루’와 ‘영월근린공원’

우리가 딛고 사는 땅은 곧 역사의 현장이다. 영월루는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이자, 다양한 여주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신비로운 전설이 깃든 곳, 영월근린공원으로 봄맞이 역사 나들이를 떠나보자.

글. 두정아 사진. 김경수 참고자료. 여주시사


시민의 건강 쉼터 영월근린공원

여주대교 남단에 위치한 영월근린공원은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함께 다양한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강 건너편의 천년고찰 신륵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여주대교와 나란히 있는 연인교를 통해 신륵사관광지를 오갈 수 있다.

영월근린공원은 특히 봄이 되면 화려한 꽃들이 색색의 꽃망울을 터트리며 화사한 빛으로 공원을 물들인다. 곳곳에 토끼가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조깅하는 시민은 물론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시민, 반려동물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여주 지역민들의 건강 쉼터이자 휴식 공간이다. 크기는 3만 8,903㎡(약 1만 1,768평)으로, 1998년 6월 착공해 이듬해 완공했으며 지난 2021년 재정비돼 편의성이 높아졌다.

영월루 아래 기암 절벽에 새겨진 ‘마암’ 바위

오랜 역사 품어온 영월루

공원의 언덕 위에는 고풍의 2층 누각이 눈에 띄는데 경기도 지정문화재(도 문화재자료 제37호)인 영월루(迎月樓)다. 파사성과 함께 여주의 전망 명소로 손꼽힌다. 중층누각 형태의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다. 팔작지붕이며 낮은 기단과 기다란 몸체, 치켜 올라간 지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세기 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영월루는 본디 옛 여주 관아의 정문이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관아가 철거되자 당시 신현태 군수가 지금의 자리에 옮겨 세웠다고 한다. 명칭 역시 기좌제일루에서 영월루로 변경됐다.

영월루의 누마루에 올라서면 남한강이 굽이치는 아름다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려한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고려 말기의 문신 목은 이색(李穡)은 ‘여강의 굽이굽이 산이 그림 같아서 반은 단청 같고 반은 시와 같네(驪江一曲山如畵 伴似丹靑半似詩)’라고 읊었다. ‘달을 맞이한다’는 뜻을 지닌 만큼, 영월루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절경이다. 2005년 경관조명이 설치돼 야경도 즐길 수 있다.

마암의 전설을 아시나요?

영월루 아랫길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면 깎아지른 듯한 커다란 기암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당대 시인들이 시와 풍류를 즐기던 명소 중의 명소다. 바위에는 마암(馬巖)이라는 글자가 힘있는 필치로 새겨져 있어 운치를 더한다. 마암은 여주 지명의 유래가 되는 글귀로 더욱 특별함을 안긴다. 여주의 지명은 골내 근현-황효-황려-여흥-여주로 변천됐는데, 이중 황려는 마암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바위에서 황마(黃馬)와 여마(驪馬)가 솟아나 고려시대 여주의 지명이 황려(黃驪)가 되었다고 한다. 여주 출신 대문호인 이규보의 한 시에는 ‘두 마리의 말이 기이하게 물가에서 나왔다 하여, 이 때문에 고을 이름이 황려라네’라고 적은 내용이 있다. 이 바위는 거센 물살을 가로막으며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구실도 했다. 여주의 대표적 성씨인 여흥 민씨의 시조가 탄생했다는 전설도 흥미롭다. 전설에 따르면, 마암 굴속에서 아이가 솟아 나와 민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왼쪽부터)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탑과 그리스군 참전기념비, 대한민국 보물 91호 92호 삼층석탑

호국 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영월근린공원에는 여주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현충탑이 세워져 있다. 매년 현충일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추념식이 거행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충탑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해군 중령 고 장남섭 외 957위의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9년 6월 시민들의 성금으로 처음 제막됐다. 이후 1981년 4월 탑 기단부를 설치하는 등 보강 사업을 실시했고 2004년 11월 재건립에 착공, 이듬해 준공했다.

2008년 준공된 호국 무공수훈자 공적비도 만날 수 있다.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무공훈장을 받은 용사와 월남전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싸운 민헌훈장, 국가 안전보장에 기여한 공으로 보국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 등의 위혼을 기리기 위한 공적비로, 예비역 육군소장 이기용을 비롯해 111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리스 전쟁용사들을 기리며

공원을 걷다 보면 그리스군 참전기념비도 만날 수 있다. ‘그리스’가 아닌 ‘그리이스’로 표기해 당시의 시대성을 느끼게 한다. 유엔의 회원국인 그리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851명의 일개 보병 대대와 62명의 제13공군수송단 그리고 9대의 C-47기로 구성된 그리스군이 1950년 12월 한국에 도착했고, 곧바로 전선에 투입됐다. 5,532명의 군인과 8명의 여성 간호 장교들로 이뤄진 그리스군은 1953년 7월 휴전할 때까지 최전방에서 한국을 위해 싸웠다. 총 186명이 전사했으며 6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영토보전을 위해 희생한 그리스 용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1974년 10월 여주휴게소 내 기념비가 처음 건립됐고, 2021년 12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강변유원지 선착장에서 운행하는 황포돛배

대한민국 보물인 고려시대 석탑이 나란히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나는 특별함도 있다. 대한민국의 보물 제91호와 제92호로 지정된 ‘여주 창리 삼층석탑’과 ‘여주 하리 삼층석탑’이 단아한 모습으로 나란히 서 있다.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옛 절터에 있던 것을 1958년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세종대왕 역사 기록 도자 벽화도 볼거리다. 2001년 세계도자엑스포를 맞아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숭모하고 후대에 길이 남기기 위해 제작됐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뿐 아니라 과학기구 등의 발명과 제작에도 앞장섰다. 해시계와 별시계의 기능을 하나로 모아 낮과 밤의 시각을 측정할 수 있는 천체 관측기 ‘일성정시의’, 가장 널리 알려진 해시계의 일종인 ‘앙부일구’ 등을 형상화한 도자 벽화를 구경할 수 있다.

황포돛배 타고 물길 따라 절경 감상

봄의 남한강을 즐기며 영월루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해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강변유원지 선착장에서 운행하는 황포돛배(세종대왕호)는 지난 2005년 고증을 거쳐 건조한 목선으로, 조선시대 주요 운송 수단이었던 황포돛배를 재현한 유람선이다. 여주는 한강의 상류지류인 남한강이 가로지르는 고장으로, 조선시대 4대 나루 중 이포나루와 조포나루 두 곳이 여주에 있었을 정도로 서울과 중부권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수상교통 중심지였다.

황포돛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신륵사, 영월루, 마암 등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주시에서 운영하는 세종대왕호는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인해 운행을 잠시 중단했는데, 복구공사를 마친 후 올해 상반기에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영월근린공원]

▶ 주소 경기도 여주시 주내로 13

▶ 문의 031-887-2114

[황포돛배]

▶ 주소 경기도 여주시 강변유원지길 105

▶ 문의 031-887-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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