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블로그 기자] 장생포의 숨은 명소, 장생옛길로 오세요!
'울산 남구'하면 뭐가 가장 먼저 생각나십니까?
다른 분들께 물어보면 랜드마크처럼 우뚝 서 있는 <울산 그랜드휠>이 생각난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대체로 울산 남구는 고래의 도시죠.
고래의 도시하면 또 장생포. 그래서 이번에 제가 준비한 글은 장생포에 가볼 만한 곳과 볼거리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주 인적 드물고 이런 글로서 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곳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바로 장생옛길입니다.
'장생옛길'은 장생포라는 지명인 '장생(長生)', 오래 산다는 의미를 담아 건강하게 걸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마을의 옛길로 방디할매들이 고래고기를 머리에 이고 울산장에 가던 길, 선장과 포수가 살던 마을의 역사와 장생포의 생명수였던 우짠샘 그리고 그 시대 소통의 길이자 애환 그리고 추억을 새기던, 이곳은 '장생옛길'입니다.
장생옛길에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민가와 같은 일반 주택 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 담벼락 곳곳에 옛날 장생포의 생생한 모습을 벽화로 그려놓아 당시의 모습들을 연상케하고 상상케했습니다.
조금 아까 언급했지만 장생포의 생명수였던 우짠샘에서 물을 길어 날으는 장생포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실제와 유사하게 잘 그려놓았더라고요. 장생포에 와서 큰 길가에 있는 대표 관광지나 꽤나 유명한 곳들만 가봤지 장생옛길은 저도 사실 처음 가봤습니다. 말 그대로 장생포의 숨은 명소였습니다.
장생옛길 걷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장생포 출신의 유명한 야구선수, 지금은 야구코치로 활약하고 계시는 윤학길 선수를 기억하고 윤학길 선수가 이곳 장생포에서 살 당시의 모습을 잘 묘사해내고 있었습니다.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선수가 장생포에 있을 당시, 매년 가을에 가을 추수 끝나는 논바닥에서 야구를 즐겨 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어릴 적부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 프로선수로 데뷔했고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고서도 야구지도자의 길을 걷는 등 야구로서 출세한 장생포의 대표 인물, 윤학길 선수를 잠시 만나 보았습니다.
'읍내 가던 옛길' 장생옛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장생옛길은 새미골이라는 옛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새미골은 오래된 샘(우짠샘 우물)이 있다는 의미로 샘골이라 불리며 이 길을 1940년대 초 포장도로가 나기 전에 장생포와 읍내를 왕래할 수 있는 유일한 간선도로였으며 장생포 마을 중앙에 있는 마을길로서 장생포 주민들의 옛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의미 있고 역사와 유서 깊은 곳입니다.
장생포 사람들은 이 길을 통해 읍내로 나가 고래고기를 팔기도 했고 남자들은 고래막에서 해체한 고래고기를 지게나 수레에 싣고 운반해 읍내시장에 팔았고 '방디할매'라고 불리는 할머니들은 삶은 고래고기를 떼어다가 소쿠리에 가득 채워 머리에 이고 보부상처럼 주변 마을이나 역, 시장 등에 가져다 팔았습니다.
장생옛길의 벽화들만 봐도 당시 이 길의 모습과 어떤 이들의 공간이었음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생생한 벽화에 포경이 가능한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놓은 포경선 모습과 고래잡이 어선에 몰린 많은 사람들 그리고 어촌마을 장생포의 모습까지 이 길을 걸음으로서 진정 장생포라는 동네가 옛날엔 어떤 모습이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장생포에는 3개의 우물이 있었답니다. 그중 여기 우짠샘만 우물 현태의 샘을 갖추고 있었고 윗마을에 있다고 해서 '우짠샘'이라 불렸답니다. 또 이 골목을 샘이 흐른다 하여 새미골, 샘골이라고도 불렸답니다.
우짠샘은 마을에 생명수 역할을 하였으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고 가뭄이 심할 때도 바다 건넛마을 용잠동에서도 물을 길어갈 정도로 물이 마르지 않았답니다. 우짠샘이 있는 우물터는 당시 장생포 마을 주민들의 소식과 소통을 담당했던 공간이라 여겨지며 90년대 주변의 개발사업으로 수맥이 영향을 받아 더 이상 맑은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답니다.
길을 걷다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옛날 장생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길을 따라 읍내에 고래고기를 팔러 나가는 사람들, 지게나 수세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만 원짜리 한 장 입에 물고 사람들 따라나서는 개 한 마리, 분명 고래문화마을에서 본 그 개랑 비슷해 보였는데 비교해 보니 또 달랐습니다.
장생옛길엔 재밌는 벽화들이 참 많았습니다. '많이 낳아 잘 기르자'라는 말이 무색했던 시절 어린아이들 웃음소리 울려 퍼지는 장생포 옛 마을 모습을 온 벽화에 담아내고 일그러진 아이들 표정에 웃음을 자아내는 재밌는 벽하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같은 벽화인데 장생포에서 장생포만의 벽화라 더욱 눈독 들여 재밌게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이제 장생옛길 2구간으로 갑니다. 2구간 역시나 벽면의 그림으로 가득했지만 조금 전 둘러본 장생옛길 1구간하고는 또 다른 조금은 특별한 벽화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생포 출신의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아파트>, <황홀한 고백>, <사랑만은 않겠어요> 등을 부른 가수 윤수일이 살았던 생가터와 그의 동상, 어릴 적 윤수일의 모습을 조각한 조각상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작은 아파트 한 채가 보이는데, 여기가 태영인더스트리 사택이라고 합니다.
아파트 앞면 그러니까 테라스(베란다) 부분에 가수 윤수일의 LP커버사진과 함께 마치 LP판을 한 데 모아놓은 책장처럼 꾸며놓아 까딱 그냥 지나칠 뻔하다가 고개를 한 번 휙 돌렸더니 보이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가수 윤수일이 장생포에 와서 이곳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해하며 기뻐할지 제가 다 설렜습니다.
하나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누군가에겐 이곳이 생활의 터전이나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지라 주거생활권 지역이다 보니 테마길로 보기엔 다소 어수선하고 환경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들이 많아서 이 부분만 좀 개선된다면 누구나 한 번 오면 다시 또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될 수 있을 텐데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장생포의 숨은 명소를 알려줬는데 안 와보신다면 참 섭섭한 말씀이십니다.
이제 벚꽃 피면 이곳 장생포 벚꽃길에도 벚꽃이 만개를 할 텐데 어서 오셔서 장생옛길 한 번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장생옛길
- #울산남구명소
- #남구관광
- #벽화마을
- #남구포토존
- #숨은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