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궁류면에 난 상처가 싸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의령 4·26추모공원에 서다.

의령군 블로그기자 조윤희

궁류봉황대 공설운동장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청정로 1209-32(지번. 평촌리 산61-3)

-부속시설: 게이트볼장, 족구장

궁류면을 다 돌아보지 않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으로 잠시 잠시 운전하다 멈추게 하는 매력을 가진 풍경들이 많이 있는 곳 같습니다.

4월 벚꽃으로 환했을 천변의 벚나무들을 보면서 이곳을 지나다니기만 하다가 오늘은 다리를 건너 보기로 했네요.

벽계지의 맑은 물이 마을을 끼고 흐르는 것인지 마을이 물 가까이 모인 것인지 가구 수 몇 안 되는 마을을 보았는데 오늘 제가 들어선 곳 맞은편은 일붕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그 위세에 놀라기도 했던 곳이기도 해요.

많지 않은 인구수에 비해 어찌나 사찰이 크고 화려하던지 가을 단풍 화려할 때 들러보기로 하고 일붕사 맞은편에 위치한 궁류공설운동장으로 걸음을 향했네요.

궁류공설운동장의 풍경을 가슴에 담으려면 벚꽃 필 때 와야 할 것 같았는데 더운 열기를 피할 만한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평상이 있던데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물더군요.

공설운동장이라고 하면 일단은 트랙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모습과 사뭇 거리가 먼 잔디가 운동장 전체에 깔려 있더라고요.

게이트볼장, 족구장으로 사용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은 더워서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고 9월 초의 뜨거운 햇빛과 그 아래 저만 이 공터에 있었네요.

이곳은 궁류 면민이 만든 운동장이라는 점과 잔디의 상태가 참 좋은 것을 보면서 여전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답니다.

이 넓은 공간에서 가을 운동회라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소가 너무 아깝고 좋아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제가 봉사하고 있는 노인대학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서 이곳에서 소풍 겸 운동회라도 하면 좋겠다고 하는 욕심 말이지요.

의령 4·26 추모공원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9

궁류봉황대 공설운동장 옆에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40년 전 총기 난사로 의령군 궁류면 주민 62명이 숨진 '우순경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의령 4·26 추모공원' 이랍니다.

"따뜻한 양지에,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라는 유족 의견에 따라 올해까지 궁류공설운동장 인근 궁류면 평촌리 9번지 일대에 7천9백여㎡ 규모로 '의령 4·26 추모공원'을 만들고 있다지요.

1982년 4월 26일 저녁부터 4월 27일 새벽까지 궁류면 4개 마을인 석정, 압곡 2구, 운계 1구, 평촌마을에서 벌어진 참사는 의령 궁류지서 우범곤 순경(당시 27세)의 무모한 만행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우 순경이 동거인과 말다툼을 벌인 뒤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 2자루와 실탄, 수류탄을 들고나와 탈취한 후 총기를 난사하여 사망 56명, 부상 36명 중 총 90명의 희생자를 발생시켰답니다.

외부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유일하게 통신시설이 있던 궁류 우체국으로 들어가 전화교환원과 집배원을 사살했고, 4개 마을을 돌며 불이 켜진 집이나 사람이 모인 집에는 어김없이 들어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총을 난사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다음 날 새벽 평촌마을에서 인질로 잡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하면서 끝이 났지요.

이 희대의 사건에서 공권력은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 당시 출동한 경찰들은 진압에 소극적이었다고 해요.

그 와중에 상이 있어서 장례 조문에 참석했던 주민들과 불 꺼진 가구는 처참했던 죽음에서 면할 수 있었다고 하시던 아버지의 회상이 떠오르더군요.

직접적으로 당한 슬픔과 악몽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 갔지만 2018년 위령비 건립 추진 위원회가 구성되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여론이 제기되면서 2021년 오태완 군수 취임 이후 적극적인 의지로 국무총리 면담을 통해 국비 7억 원을 확보했으며, 그 후 유족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의령 4·26 추모공원 조성 사업 추진 위원회'가 구성되어 2024년에 '의령 4·26 추모공원'과 '의령 4·26 위령탑'을 건립하게 되었다고 해요.

의령군 궁류면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난 지 42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궁류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침묵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살아온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만든 위령탑 앞에 서니 그날의 아비규환을 알지 못했던 제가 비록 이방인이라도 전해지는 아픔과 남은 분들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석재 벽으로 둘러싸인 모양에 하얀 새를 두 손으로 날려 보내는 형상으로 '하얀 새'는 희생자들의 넋을 좋은 곳으로 날려 보낸다는 의미이고, '두 손'은 희생자들의 넋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유족들의 간절함으로 오랜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위령탑은 탑 최하단의 기단 길이와 탑신의 1단 높이를 각각 4.26m로 설치하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더했고, 3단으로 확장되는 탑신의 형상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간절함을 표현했다고 해요.

눈 닿는 곳마다 아름다움으로 다가온 궁류면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뒤안길이 잊혀서는 안되겠고 다시는 일어나서도 안되겠고,,, 아름다운 공간에 세워진 위령탑과 추모공원이 완공되고 나면 다시 걸음을 해야겠습니다.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에 그리고 평안을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닿기를 기도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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