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상남도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조윤희

지난 6월에 의령향교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거기에서 오래된 수령의 배롱나무들을 본 게 기억이 나서 지금쯤은 만개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다녀왔답니다.

다시 보게 된 의령향교의 모습은 8월을 짊어진 채 뒤쪽으로 배롱나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외삼문(外三門. 향교의 정문)인 솟을대문의 수인루의 문들이 굳게 닫혀 외부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은 여전한 것 같아 보입니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도 없어서 그런지 6월에 왔을 때와 달리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양현재(養賢齋)라는 편액이 걸린 건물 뒤로 보이는 배롱나무가 눈 안 가득히 들어오는 것을 보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인 양현재는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한 칸씩 있고 왼쪽의 방 옆에 부엌으로 유추되는 공간이 한 칸 있는 것을 보니 이곳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유생들에게 제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문묘가 있으니 제례 용품을 보관하는 제기고(祭器庫)인가 싶고 또 한편으로는 향교의 관리인이 거처하는 교직사(校直舍)인가 싶기도 한데 설명이 없어서 그저 유추해 본 생각을 늘어놓아 봅니다.

양현재를 지나면 보게 되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익공계 팔작지붕인 명륜당(明倫堂)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곳은 강학의 공간인 강의실로 단단하게 다져진 돌 기단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앞에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배롱나무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세웠는지에 대한 정확한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의령 향교는 의령읍 동동에 있던 것을 조선 선조 15년(1582년) 현감 이함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하며 동재와 서재를 두어 학생들이 기숙하며 학문을 배울 수 있게 한 여느 향교의 구조와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더라고요.

의령향교의 동재와 서재는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형태로 2칸의 방과 한 칸의 대청마루를 가지고 있고 동재와 서재의 차이점은 서재에는 대청마루의 한쪽 방향으로 난간이 둘러져 있다는 것 외에는 쌍둥이 빌딩? 인 것 같았답니다.

향교의 외삼문인 수인루를 안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4단의 석축 위에 원형 주초를 놓고 긴 원주를 세우고 그 위에 누각을 만든 형태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인 누각 안쪽에는 '찬앙루'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으며, 이곳에서 유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손님을 맞는 곳으로 사용되던 것 같습니다.

보통 향교에서 학교 공간에는 강의실인 명륜당과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었으며, 교생들은 명륜당에서 교관에게 강의를 듣고 토론하기도 하였으며, 명륜당을 교관의 거처로 쓰기도 하였다고 하지요. 동재와 서재는 명륜당의 양쪽에 위치하며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하였다는데, 조선 후기에 양민의 입학이 늘면서 동재는 양반의 자제, 서재는 양민의 자제가 사용하여 교생들의 신분을 구별하기도 했다 합니다.

향교의 건물 배치는 향교가 위치한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달랐는데, 향교를 경사지에 세웠으면 문묘가 뒤쪽에 있고, 평지에 세웠으면 문묘가 앞쪽에 두었대요. 문묘가 앞에 위치한 경우를 전묘후학(前廟後學)이라 하고, 문묘가 뒤에 위치한 경우를 전학후묘(前學後廟)라 하는데 그렇다면 의령향교는 전학후묘(前學後廟)겠지요?

조선의 향교는 대부분 외삼문을 들어서면 강의실인 명륜당이 보이고 명륜당 양쪽에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으며, 명륜당 뒤를 돌아 내삼문을 지나면 문묘 공간이 나타나는 형태로 건물을 배치한 것은 향교에서 교육 공간보다 문묘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군요.

문묘는 공자가 태어난 음력 8월 27일에 향사를 지내는 등 5성(공자, 맹자, 안자, 증자, 자사), 송조 4현(송나라 정호, 주희 등), 우리나라 18현(설총, 최치원, 안향 등)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향하는 곳인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참 운치 있는 의령향교에 배롱나무의 가지들이 더해지니 사진 찍는 분들에게 참 좋은 곳이기도 하겠더라고요.

의령향교의 각 건물들은 급경사지에 세워졌는데, 여러 개의 가파른 계단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축대를 몇 층이나 세워 그 위에 대성전을 만든 것을 보면 의령의 지형을 고려한 건축임을 엿볼 수 있는데 아름드리 울창한 푸른 잎 사이로 붉은 꽃물 오른 배롱나무 중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는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배롱나무에 대하여

-다른 이름: 간즈름나무, 간지럼나무, 목백일홍, 자미(紫微), 자미화(紫微花)

-꽃말: 부귀, 부귀, 애교, 웅변, 자유로움

대성전과 서재 사이에 유독 눈에 들어온 흰 배롱나무가 얼마나 크던지 사람이라면 나이라도 물어볼 텐데...

백 년을 훨씬 넘은 것이 아닌가 싶은 흰 배롱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요.

모과나무처럼 얼룩이 있고 심지어 원숭이도 나무에 올라가면 미끄러질 정도로 나무껍질이 미끄럽고 부드러운 배롱나무에 흰색 꽃이 피는 흰 배롱나무의 꽃말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이라지요.

무궁화, 자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3대 꽃나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부처꽃과에 속하는 배롱나무는 7~9월에 주로 분홍색 꽃이 피지만, 일부 흰색 꽃이 피기도 하답니다.

과거에는 선비들이나 유학자들이 서원, 향교에 심었고, 절에서도 심었다고 하지만 근래에는 공원, 아파트 단지 내에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며 추위에 약한 배롱나무는 간즈름나무, 간지럼나무, 목백일홍, 자미(紫微), 자미화(紫微花)라고 불리며 한방에서 자미화(紫微花)라 하여 약용을 한대요.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활엽소교목인 배롱나무는 옛날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보다 배롱나무를 더 사랑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자줏빛 꽃이 핀다고 해서 자미화라고도 하고 이 꽃이 많이 피는 성읍을 자미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도 하지요.

꽃은 양성화로 7월부터 늦가을까지 피는데 홍자색 또는 흰색 꽃이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꽃말은 '부귀, 자유로움'이라고 전해지지요.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는 미국의 시인의 글에 배롱나무의 꽃말이 아름답게 녹아있어서 그런지 배롱나무를 선물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의미가 있다는군요.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꽃나무 중 하나인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 이남에서만 자라며, 충청남도 이남에서만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중부권에서도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붉은 꽃이 100일 이상 피는 배롱나무를 과거에는 선비들이나 유학자들이 서원, 향교에 심었고 절에서도 심었다고 하며 특히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충신이나 열사, 선비의 무덤에 심었다고도 해요. 그래서인지 고택이 많은 동네의 산소 주변이나 서당, 사찰 등에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선비의 거처인 종택이나 서원, 정자에 심은 뜻은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것이고, 사찰에 심는 것은 출가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습성이나 욕망을 다 떨쳐버리라는 의미였다고 하며, 한편으로 옛 어르신들은 나무줄기가 매끄럽기 때문에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배롱나무를 심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답니다.

수피가 상처 딱지 떨어지듯 하는데 그 속의 새 수피가 부드러워 자꾸 만져보고 싶을 정도라 해서 희롱나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배롱나무의 가지는 일반적으로 Y 형식으로 자라는 게 아니라 V자에 형태로 자라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당이나 좁은 공간에 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한 수형이 원형에 가깝게 자라므로 원형 화단에 적합하다고 해요.

사람이 심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배롱나무는 당나라 때부터 관청의 뜰에 심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약 천2백 년 때쯤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혼자 있어도 여럿이 함께 있어도 아름다운 배롱나무는 우리나라의 전통 단청과 기와와도 참 잘 어우러지기에 그림으로 사진으로 모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담양 명옥헌이나 장흥의 송백정처럼 유명한 배롱나무 군락지는 아니지만 의령 향교에 가득한 배롱나무의 아름다움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8월이 머문 의령향교에서 배롱나무의 화려한 몸짓을 구경하러 오세요.

지금 한창 피기 시작하니 늦지 않게 오셔서 꽃구경도 하고 의령의 교육의 산실이었던 향교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의령향교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병로15길 30

(지번. 의령읍 서동리 393)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01호(1982. 8. 2.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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