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BLUES, 통영 바다와 이야기를 담다 (박진숙 개인전)
바다를 품은 통영에 정착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제게 바다는 여전히 '설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단 한 번도 같은 색이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적 없는 바다, 그 깊고도 찬란한 빛과
눈부신 윤슬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서 바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그림들이 바다와 섬,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색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었지요.
전시회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거북선 호텔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전시장 밖으로 펼쳐진 바다가 그대로 전시장의
배경이 되어 주었고, 작품과 공간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감동을 더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이 전시회를 찾았는데
평소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은 낚시를 즐기는
장면이 담긴 그림을 보고 오래 머물렀습니다.
일상의 바쁜 흐름 속에서 바다로 나가고 싶어도
쉽게 시간을 내기 어려운 그에게는 낚시를 하는
그림 속 인물이 더 없이 친근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저 또한 자연스럽게
그 그림을 바라보며 그가 품었을 아쉬움과
낭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작품에 눈이 갔습니다.
그림 속에는 특별한 움직임도, 화려한 요소도
없지만 바로 그 단순함이 주는 깊이 있는
평화가 느껴졌습니다. 바다의 잔잔함 속에서
홀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간,
마치 제게도 조용히 눈을 감고 바다에 담긴
내면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듯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모든 작품에 제목이 아닌
번호만 붙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이 관람객에게 보이는 순간,
그 해석과 느낌은 온전히 관람객의 몫이라는
작가의 배려 때문이었죠. 이렇게 작품이 던지는
감정과 메시지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둔
작가의 의도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작가는 오일 파스텔이라는 재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손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즉각성이 좋아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영의 바다와 사람들을 계속해서
이 오일 파스텔의 부드럽고도 강렬한
색감으로 그려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 어린 열정이 전해졌습니다.
사람과 이야기가 담긴 일상의 모습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주변의 친구이자 가족, 나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이야기로 다가와서 보는 내내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작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나니, 마음 한편에 바다의 감동과
그리움이 깊이 남았습니다. 고요한 바다의
색과 다양한 감정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고, 그 안에서 저 역시 마음을 열고
각 작품 속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통영의 바다와 섬, 그 안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전시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여운을 안고 전시장을 나서니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통영 바다의 푸른 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하루였습니다.
그림은 겨우 그림일 뿐이다.
작품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그저 보는 이들에게 그림을 통해
그림이 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잠시나마 일상을 위로해 주는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나머지는
그림을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 작가노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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