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12경 중 제3경에 속하는

용봉사에는 마애불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용봉사 아래쪽에 위치한 정원명 마애불이며,

다른 하나는 용봉사 위쪽에 위치한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입니다.

용봉사 마애불은 충청남도 지정 문화유산이며,

799년 신라 소성왕 원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통일신라 말기 불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마애불인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을 보기 위해서는

용봉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약 200미터가량 위쪽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제가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을 찾아간 날은

부슬비가 내리는 3월 1일이었는데요.

빗속에서도 등산하시는 분들이 많아,

어디까지 가시냐고 여쭤보니, 충의사까지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3.1절을 맞아 많은 분들이

내포역사인물길 1코스 따라가시는 것 같습니다.

거리상으로는 200미터라고 하나,

가파른 경사길이라 오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경사길을 다 오르고 나면 상상하지 못했던

넓은 평지로 인해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이곳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는 이유는,

이곳이 원래 용봉사가 있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원래 용봉사가 있던 터가 좋아, 평양 조 씨 일가가 자기네 조상 묏자리로 쓰려고

용봉사를 강제로 폐사시키고 이곳에 자기네 조상 묏자리를 썼다고 합니다.

이에 마을 주민들과 신도들이 힘을 모아

현재의 용봉사 자리로 절터를 이전한 것이라고 해요.

이곳이 옛 용봉사 절터였다는 사실은

저기 보이는 불상 아래에서 기와 조각들이 출토되었기 때문입니다.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은 국가유산 중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정면에서 보았을 때는 커다란 돌에

자애로운 부처의 모습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단순 생각할 수 있으나,

이걸 측면에서 바라보면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커다란 돌을 평평히 잘라

그 안에 부처상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로 돌을 잘라낸 뒤

그 안에 부처상을 조각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밑에서 올려다보면

부처 상이 108배를 하는 신도를 자애로운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줍니다.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의 특징은

머리 부분은 깊게 새겨 얼굴은 매우 풍만한 편이나

아래쪽으로 갈수록 신체 표현이나 옷 주름을

얕은 돋을새김으로 처리하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마도 부처의 자애로운 얼굴을

더 자세히 묘사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 마애여래입상을 뒤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스핑크스처럼 한 마리의 사자가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인데요.

언덕 위에 앉아서

멀리 용봉산의 기세를 살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언덕 위에 부처 상이 있는데

그것도 바위가 기운 상태인데 만약 비가 많이 내리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래입상 위쪽에 배수로를 깊게 파서 아무리 큰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물이 양 갈림길로 나눠져 밑으로 흐르게끔 관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

용봉사 입구에 위치한 마애불의 키가 2미터인 것에 반해

이곳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은 그 키가 4미터에 달합니다.

저렇게 큰 바위를 깎아서 여래 입상을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그 키가 자그마치 4미터에 달한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봄을 맞아 용봉사에 가실 분들은

힘들긴 하겠지만 200미터가량 위쪽에 위치한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도 한 번 살펴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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