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열린 예술 작품 전시회 '반아호연'

​동춘당 역사문화공원에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아직은 날씨가 폭염경보 수준으로 이어지는데, 100일 동안 피어 있다는 저 배롱나무꽃이 지기 전에는 여름이 세력을 잃을 것입니다.

호연재 김씨 시비 옆에 '반아호연'이란 입간판이 있는데,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반아호연'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 보아도 당당한 한옥, 소대헌입니다. 사랑채인데 방마다 문을 활짝 연 채로 예술 작품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밖에서 본 것처럼 '반아호연'입니다.

이번 전시는 'K 헤리티지 아트전'입니다. SAVERS와 MALLICA가 주최 주관한 전시인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후원과 빙그레의 협찬을 받는 전시입니다.

​소대헌은 호연재 김씨의 남편인 송요화(송준길의 종손)가 머물던 사랑채입니다. 소대헌은 사랑채로는 규모가 큰 편인데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작은 소대헌 현판을 보면서 검소, 소박, 소심, 등의 내용을 떠올립니다.

소대헌의 활짝 열린 문마다 안쪽에는 멋진 작품이 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을 봤는데 너무 멋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소대헌 호연재 고택 자체가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시민의 힘으로 보전하는 국가민속유산(2016년 지정)이기도 합니다. 소대헌의 왼쪽 첫 방에서 만나는 작품은 이윤희 작가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도자 작품입니다. 도자 작품에 자신만의 기묘한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옆방과 대청에서는 부채와 우산, 금빛 찬란한 회화 작품이 있는데, 부채는 국가유형유산 선자장 이수자를 잇는 김동식 선자장의 작품이고, 우산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우산장의 작품입니다.

회화는 신경철 작가와 김진아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품과 고택의 분위기가 서로 어우러지며 우아한 품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대헌 옆의 건물은 오숙재입니다. 오숙재는 부모나 장성한 아들의 거처였던 작은 사랑채인데 큰 사랑채인 소대헌보다 규모가 조금 큽니다.

조선시대에는 건물 규모의 크고 작음보다 그 안에 누가 머무느냐에 따라 건물의 격을 다르게 봤는데, 오숙재의 '재'가 소대헌의 '헌'보다 한 단계 높게 보기 때문에 처음 지었을 때 아버지를 모시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눈을 들어 위를 보면 다략방의 문을 활짝 열려있고 현대적인 내용의 신선로를 담은 조문기 작가의 회화가 보입니다.

관람하는 동안 날씨는 매우 뜨거워서 땀은 흘러도, 두 칸 방에 이어 대청을 지나 다른 방까지 한옥의 그윽함과 어울리는 작품을 보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김춘식 소반장의 나주반은 간결하고 견고한데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에 옻칠을 한 작품입니다. 삼합은 채상장 전승교육사인 김영관 교육사의 작품으로 대나무와 삼베를 이용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오숙재 대청에 있는 두 쪽 병풍은 궁중자수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고 한상수 보유자에게 사사받은 방채옥 선생의 작품으로 정조대왕 능행차도 8폭 병풍 중 5번과 6번 자수를 재현한 작품으로 비단에 실크사로 수놓은 섬세한 작품입니다.

병풍 좌우의 업경대는 대전광역시무형유산 단청장 김성규 보유자의 작품입니다. 오른쪽 방에 있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문갑은 국가무형유산 고목장 소병진 님의 작품이고, 문갑 위에 놓인 지공예는 세계적으로 한지를 알리는 고보경 작가의 작품, 벽에 걸린 회화는 박소현 작가의 작품입니다.

​넘실대는 한옥 기와지붕 사이로 한여름의 하늘이 푸르릅니다. 소대헌과 오숙재 사이, 오숙재 아래의 중문을 지나면 안채 호연재입니다.

​원래는 호연재 마당에 풀이 없었을 것인데, 지금은 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조각 작품 등을 전시합니다. 호연재에는 현판이 없었는데, 누군가 현대적인 현판을 작게 달아놓은 모습입니다.

​고택의 분위기와 이처럼 잘 어울리게 전시했는지, 작품가 고택의 의미가 더욱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마당에 있는 석상 두 작품은 나한상으로 국가무형유산 석장 이재순 보유자의 작품입니다.

이재순 석장은 현재 국가무형문화재(유산)기능협회 이사장인데, 문화유산 보수 복원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에보관문화훈장을 받은 분입니다.

나한상 중 하나는 부처의 제자로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고요히 '수행하는 나한상'(29cm 높이)이고, 다른 하나는 깨달음을 이루고 성자의 모습으로 '미소짓는 나한상'(33cm 높이)라고 합니다.

​쪽마루에 걸친 자세로 있는 석상은 천록입니다. 천록은 궁궐의 화마나 액운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전설 속의 동물입니다.

​호연재 대청에는 흑유 작품과 회화 작품을 전시합니다. 흑유는 김시영 작가의 작품으로, 조선시대에 맥이 끊긴 고려 흑자를 빚는 작가입니다. 흑자 도자는 화염 예술의 극치라고 하는데, 김시영 작가는 35년 이상 흑자 도자에만 집중해서 작품을 한다고 합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서 대한민국 문화훈장 화관을 서훈했고, 그의 작품인 52cm 대형 흑자 달항아리는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박한 호연재 대청이 작품으로 정말 화려해졌습니다. 뒤에 걸린 회화는 김자인 작가의 작품입니다. 도예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기법을 결합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한다고 하는데, 오일과 아크릴로 그린 작품인데 영롱한 도자기의 표면 느낌이 연상되는 회화 작품입니다.

​호연재 안방에는 품위 있는 안방마님이 들어가면 딱 좋은 분위기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왼쪽 앞에 있는 화려한 나전 찻상은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최상훈 보유자의 작품이고, 뒤에 있는 이층 원앙장은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정재훈 이수자의 작품으로 참죽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뒤에 걸린 회화는 조문기 작가의 '삼신할매'이고, 앞에 있는 화려한 해주반은 설이환 소목장 이수자의 작품입니다.

​너무 뜨거운 날씨에 소대헌, 오숙재, 호연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작품을 감상하고 끝났나 싶을 때 안내서를 보니, 건물 뒤 장독대가 있는 곳에도 작품이 있습니다.

호연재 안방 뒷문 밖의 쪽마루에 하얀 달항아리가 고고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단아하게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보자마자 놀랐습니다. 신원동 작가의 작품 '대호'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안방 안쪽의 구석방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안에는 조세라 작가의 금속공예 작품 가락지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안방 안쪽의 이런 작은 방은 여러 가지 물품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방이었을 것으로 추측해 보았습니다.

​신원동 도예가의 작품은 소대헌 담장을 따라 여러 작품 전시했습니다.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는 생명을 담은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작은 호가 3작품, 달항아리가 4작품 있습니다.

​왼편에서 발견한 '바나나맛 우유'가 연상되는 작품은 이 전시 협찬사인 빙그레에서 전시하는 작품입니다.

처마 좌우로 왼쪽에는 빙그레의 'B', 오른쪽에는 50주년을 의미하는 '50'이 풍경처럼 만들어 걸었습니다. 딸랑딸랑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날은 뜨겁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서 아쉽게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형상으로 만든 작품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기몰이하는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는 달항아리를 닮았는데, 바나나맛 우유가 벌써 50주년이라고 합니다.

​장독대의 항아리에는 장 담근 이의 이름을 걸고 장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고택인데 사람의 왕래가 잦고 그 공간을 쓸고 닦으며 활용하고 있으니, 고택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서 매우 좋습니다.

아마도 보존한다고 홀로 두는 것보다 사람과 함께 숨 쉬는 한옥의 생명이 더 길게 이어지며 전통을 전할 것입니다.

​'반아호연' 전시는 8월 25일까지 무료 전시입니다. 주차 공간은 많지 않으니, 빈자리가 없다면 주변 골목에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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