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김영진 기자

남한강을 품은 여주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안식처와 삶의 터전이 되어왔습니다. 그 결과 여주 곳곳에는 선사시대 인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오늘은 단순한 고고학적 유적을 넘어, 한반도 농경문화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인 여주 흔암리 선사유적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경기도 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흔암리 선사유적은 1962년 구릉 지역에서 처음 토기와 석기들이 발견된 후, 서울대학교 박물관과 고고학과에 의해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진행되면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흔암리 선사유적지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한국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흔암리 선사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당시 인류의 농경과 주거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남한강과 맞닿은 구릉지대에 자리한 선사유적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물과 토지를 제공하는 이상적인 장소였을 것입니다.

선사유적지가 위치한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는 본래 마을에 있던 흰 바위 때문에 ‘흰바위’, ‘흔바위’로 불렸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안산과 이름 없는 바위산, 그 앞으로 펼쳐지는 남한강은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흔암리 선사유적에서 발굴된 20여 기의 집터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집터는 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은 구릉지대에 자리 잡았으며, 내부에서는 화덕 자리, 저장 구덩이, 기둥 구멍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흔암리 선사유적지 발굴 유물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구멍무늬토기와 민무늬토기, 붉은간토기, 돌칼, 반달 돌칼, 돌도끼, 돌화살촉 등 다양한 유물들도 출토되었습니다. 이 유물들은 당시 사람들이 농경을 주된 생활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돌칼과 반달 돌칼 등은 농기구로 사용되었으며, 이 지역에서 농업이 발달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더욱 흥미로운 것은 탄화된 곡물, 즉 불에 탄 쌀과 조, 수수, 보리 등이 출토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불탄 곡물들은 흔암리 사람들이 기원전 7세기경 이미 벼농사를 짓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 발견은 쌀농사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파되었다는 일본의 주장을 뒤집고, 한반도가 동아시아 농경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였음을 보여줍니다. 흔암리에서 출토된 쌀은 여주 쌀이 기원전 3,000년부터 이미 재배되었으며, 이후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명성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을 통해 흔암리 유적의 일부가 기원전 7세기가 아닌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이는 흔암리에 오랜 기간 사람들이 계속해서 거주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강 유역에서 매우 중요한 청동기 시대 유적임을 말해줍니다.

흔암리 선사유적지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흔암리 선사유적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복원된 움집 모형이 눈에 띕니다. 이 움집은 청동기 시대의 주거생활을 재현한 것으로, 당시 사람들의 주택 구조와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볏짚을 이용해 지붕을 덮은 이 집들은 산의 경사면을 L자형으로 파고 만든 장방형의 구조로, 크기와 형태가 다양합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복원된 움집 내부에서는 화덕, 출입구, 저장 구덩이, 선반 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의 크기는 작은 것은 5m×2.5m, 큰 것은 10m×4m에 이릅니다.

기둥 구멍과 화덕 자리가 없는 것도 있었지만, 일부는 맞배지붕을 가리키는 기둥 구멍이 3열로 배치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바닥에 두꺼운 점토층을 다지고 저장공이 만들어져 있었던 흔적도 볼 수 있습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움집 안에는 불을 지피는 도구가 재현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마치 선사시대에 돌아간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요소들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흔암리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토기입니다. 동북 지역 계통의 구멍무늬토기와 골아가리토기, 붉은간토기와 서북 지역 계통의 겹아가리에 짧은 빗금이 장식된 변형 팽이형 토기가 함께 출토되었으며, 이들 형식이 혼합된 겹아가리에 한 줄의 사선과 구멍무늬 장식이 있는 소위 ‘흔암리식 토기’도 발견되었습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현재 여주시립박물관에서 전시 중입니다. 발굴 현장 사진과 함께 다양한 유물들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객이라면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김영진 여주시민기자

흔암리 선사유적지는 단순한 고고학적 발굴지를 넘어, 우리의 농경문화와 생활상을 밝히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입니다. 이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땅에서 시작된 농업과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주를 방문하신다면, 남한강과 함께한 이 오래된 유적지에서 한국 선사시대의 흔적을 직접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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