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쌍계사로 떠나는 흑백사진 여행
사물의 본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흑백사진
(사진가, 피터 린드버그)
충남 논산시 양촌면 중산리 3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는 흑백사진이 컬러사진보다 사물의 본질을 더 깊이 느끼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디지털의 시대에도 여전히 흑백사진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도 흑백사진이 주는 깊은 감성의 이미지를 촬영해 보고 싶어서 8월에 이어 9월에 한 번 더 논산시 양촌면 중산리에 위치한 쌍계사를 찾았습니다.
흑백사진은 피사체의 명암 대비가 강할수록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논산 쌍계사의 대웅전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빛바랜 단청과 꽃살문이 흑백사진을 촬영하기에 좋습니다.
쌍계사 대웅전의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을 흑백사진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닫집의 적멸궁을 한가롭게 나는 천상의 새가 돋보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논산 쌍계사 대웅전의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도 흑백사진 속에서 더욱 엄숙해 보입니다. 최근 개금불사로 화려하게 빛나던 금동 불상의 모습에서 온화한 인상이 되살아는 듯합니다.
쌍계사 대웅전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닫집 , 그리고 꽃살문입니다. 무궁화, 국화, 작약, 모란, 연꽃이 대웅전의 5칸 문짝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사계절 연화장세계를 나타내는 꽃살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식도 흑백사진 속에서 본질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쌍계사 대웅전은 외부의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정면에 비해 소박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측면은 흑백사진 속에서 색감을 비워냄으로써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건축미를 뽐내는 듯합니다.
흑백사진의 또 다른 매력은 쌍계사 나한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한전은 근래의 건축물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흑백사진으로 촬영하니 금세 미황사 응진전에 계신 나한들과 견주어도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쌍계사에서 흑백사진을 촬영할 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명부전, 봉황루, 범종각, 연리근, 요사채 등은 있어도 석탑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암이 분명한 석탑의 조형미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다는 관세음보살상입니다. 머리에 쓴 보관과 법의는 검게 물들었지만 얼굴만큼은 순백의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쌍계사를 찾을 때마다 세월 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에 감탄했는데요. 흑백으로 촬영해 보니 색깔에 감춰져 있던 아름다움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쌍계사 초입의 부도군을 촬영하는 것으로 흑백사진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랫동안 컬러사진을 찍어오다가 오랜만에 흑백사진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니 그동안 컬러 색상에 익숙했던 시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흑과 백의 명암 대조를 통해 마치 여백의 미를 찾아가듯 쌍계사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카메라를 흑백사진 모드로 전환해서 여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논산 쌍계사
충청남도 양촌면 중산길 192
○ 관람료 : 무료
* 취재일: 2024년 9월 16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오르페우스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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