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불꽃의 미소를 머금은 '공주 불장골 저수지'

아름답고도 쓸쓸한 계절,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여행지가 어디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 이웃의 블로그에서 본 비가 내리는 날 촬영한 불장골 저수지 사진 몇 장에 눈길이 간다.

국도를 따라 천천히 달려 불장골 저수지 가는 길, 공주 사곡면을 지나고 우성면을 지나 금강 변을 따라 난 32번 국도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한낮 햇볕을 받은 강물은 은빛 물결이 되어 반짝이고 강변을 따라 피어난 억새가 바람에 일렁인다.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판은 온통 고운 옷 갈아입은 나무와 숲이 빚어내는 색으로 울긋불긋하다.

송곡교에서 불장골 저수지로 들어가는 1차선 좁은 도로로 접어들자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어떻게 비킬지 내심 걱정된다. 아니나 다를까 줄줄이 나오는 차들과 마주하면서 가다 서기도 하고, 후진하여 조금 넓은 도로로 피하기도 하고, 스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기도 하여 아무 문제 없이 주차장에 도착하여 보니 분명히 평일임에도 웬 차들이 이렇게 많은지 놀랍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저수지 둑방으로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파란 하늘 아래 저수지를 감싼 듯한 계룡산 줄기라는 우산봉 능선이 펼쳐지고 산 아래 숲은 만산홍엽이다. 호숫가에 두 그루의 커다란 메타세쿼이아를 중심으로 햇볕을 많이 받는 좌측의 나무들과 숲은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있고 햇볕을 덜 받는 우측의 나무와 숲은 언제 먼 길을 떠나려는지 아직 성성하다. 이러다가 된서리가 내리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다 떨어져 내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불장골 저수지

아직은 바람이 잠들어있어 잔잔한 호수 속에도 지상의 풍경이 그대로 반영되어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이다. 아마도 호수 속의 이런 풍경 때문에 이 저수지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호수 속의 풍경은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일면 일시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옆에 누군가 “제일 좋은 시간에 왔네”라고 했다.

▲ 불장골 저수지

불장골 저수지 혹은 송곡지라고도 부르는 이 저수지는 “1975년 송곡리 마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되었으나 돌을 쌓아 만든 ‘보’라하여 ‘석보’ 또는 ‘돌보’라고 입소문이 난 주변이 은밀한 불꽃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명소입니다.”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은밀한 불꽃 미소’, 누구의 표현인지 몰라도 지금 이 기막힌 풍경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자꾸 중얼거리게 된다.

▲ 불장골 저수지

둑방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 아래 ‘목마른 자의 샘’이라는 뜻을 가진 하얀 건물의 카페가 있다. 카페 뜰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호수 저편 검은 실루엣을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윤곽이 뚜렷하고 잎이 다 떨어져 버린 감나무에 홍시가 되어 매달린 감 몇 개가 애처롭다.

▲ 불장골 저수지 단풍과 카페 ‘엔학고레’

▲ 불장골 저수지 단풍

▲ 불장골 저수지 감나무의 감

▲ 불장골 저수지 사람들

▲ 불장골 저수지 사람들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나오자 아니나 다를까 호수에 바람이 불어와 호수 속의 단풍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몇몇 날이 지나 건너다보이는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이 붉게 변해 ‘은밀한 불꽃 미소를 머금고’ 활활 타오르면 나는 다시 이곳으로 오는 길 위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불장골 저수지 메타세쿼이아

저수지를 나오면서 반대편에 줄줄이 올라오는 차들을 보면서 ‘호수 속의 단풍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일찍 오시지 싶어 내가 다 아쉽다.

▲ 불장골 저수지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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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골 저수지

○ 주소 :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산 21-6

○ 주차 : 무료, 주차공간 많음

* 취재일 : 2024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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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설산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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