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상남도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맞서 여름을 즐기기 좋은 영화가 1981년 처음 개봉한《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입니다. 다섯 편으로 된 이 영화는 《레이더스》로 시작으로,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뒤를 이었다가 드디어 2023년 6월 30일《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다섯 번째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이 영화처럼 다들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처럼 모험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망설일 까닭은 없습니다. 함안박물관과 말이산고분군이 딱입니다. 우리를 1500년 전으로 이끌고 가는 타임머신입니다. 함안군 함안 읍내를 살짝 벗어나면 함안박물관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입구에서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게 있습니다. 고인돌공원입니다.

자연석을 다듬어 신앙의 대상물로, 마을 경계의 표시로 세워놓은 선돌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뒤편으로 재현해 놓은 옛사람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고인돌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선사 시대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고인돌 만드는 방법도 엿봅니다.

고인돌공원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맞선 배롱나무의 진분홍빛 응원을 바라보며 야트막한 언덕 위 아라가야 고분군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걸음을 곧장 옮길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라홍련 첫 재배지가 다시금 우리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전국 최고(最古), 최대(最大) 목간(木簡) 출토지로 알려진 함안 성산산성 내 연못에서 옛 연꽃 씨앗들을 발견했습니다. 700여 년 전 고려시대 연꽃 씨앗입니다. 2010년 드디어 씨앗에서 연꽃을 피워냈습니다. 함안에 자리 잡았던 아라가야의 이름에서 따서 아라홍련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개량종보다 작고 색도 연합니다.

연꽃과 작별하고 나면 함안박물관이 나옵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고분군을 둘러봐도 좋고, 예습하듯 고분군을 산책하고 난 뒤 박물관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저는 먼저 고분군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 고분군 중 하나인 말이산고분군이 복숭아처럼 봉긋봉긋 솟아 우리를 반깁니다.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왕가의 언덕을 마실 하듯 산책합니다. 함안 읍내의 풍광이 딸려 옵니다.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이라는 이정표는 우리를 1500년 전 가야 시대로 시간여행을 이끕니다. 파란 하늘에 파란 잔디, 아늑한 풍광이 평화롭습니다.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아도 부족해 연신 스마트폰에 담습니다.

햇살에 샤워하듯 걷습니다. 섬잣나무를 양산처럼 선 나무 아래 그늘에서 숨을 고릅니다. 오가는 산들바람이 내리는 땀을 스리슬쩍 훔쳐 갑니다.

고분군 산책을 마치고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박물관 뜨락에는 좀 전 거닐었던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한 <수레바퀴 모양 토기>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사슴뿔잔 토기>가 아라홍련 사이로 우리를 반깁니다. 박물관은 불꽃을 피워올리는 봉수대 같습니다. 불꽃무늬 아라가야 토기를 닮았습니다.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마다 아라가야의 역사가 활활 타오르며 우리의 앞길을 밝힙니다.

입구 왼편에는 휴게공간이고 이를 지나면 어린이 체험실 <고대 왕국 아라가야 속으로>가 나옵니다. 2층으로 오르면 본격적으로 타임머신이 우리를 시간 여행지로 이끕니다. 아라가야 고도 함안,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 함안박물관의 고갱이들이 발길과 눈길을 곳곳에서 붙잡습니다.

최초의 함안인들이 만든 도구가 보입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손에 잘 때까지 놓지 않는 스마트폰과 같았던 다양한 석기 시대 돌들이 나옵니다.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고인돌에 새겨진 이들의 신앙을 톺아보기도 합니다.

드디어 농경사회, 이제 지배자가 등장합니다. 예리한 돌화살촉들과 가지 형상의 토기들이 농경 시대 풍성했던 당시를 엿보게 합니다. 함안 곳곳이 아라가야 박물관이라 부를 정도로 유적이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습니다. 함안에서 발굴된 가야인들의 유물과 유적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알아갑니다.

‘아라’라는 말은 『광개토왕비문』,『삼국사기』,『삼국유사』,『일본서기』 등에 아시랑국, 아나가야, 아라, 안야, 안라 등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함안을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던 가야 각국(各國)의 가장 친숙한 명칭입니다. 같은 나라가 다양한 이름으로 기록된 까닭은 한자의 뜻과 음을 빌려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나라 이름을 ‘아라’ 또는 ‘안라’로 읽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며, 그 의미는 큰 나라, 아래 나라, 알 나라, 나(우리)의 나라, 물(강) 이름 등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아라가야는 가야 각국(各國) 중에서도 독특한 모양새가 있습니다. 불꽃모양과 선, 점으로 된 문양이 있는 뚜껑 등이 그러합니다. 오늘날에도 사용해도 좋은 머그잔도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생산된 각종 토기들이 왜 등으로 수출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토기들을 지나면 오늘날 탱크와도 같은 철갑을 두른 말이 나옵니다.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각종 무기를 보면서 오늘날도 군비 경쟁을 벌이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영혼의 전달자인 새를 장식 미늘쇠로 붙인 철제품 앞에서 다시금 눈길과 발길을 멈췄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을지, 당시 지배자가 죽은 뒤에도 영원토록 권세를 누리도록 바란 뭇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기분입니다.

다음 전시실로 옮기자, 아라가야의 대외 교류에 관한 전시물들이 하나둘 펼쳐집니다. 아라가야의 독특한 불꽃무늬 토기가 분포되는 한반도 남부와 일본의 혼슈 지역은 서로 교류의 물결이 일렁인 곳이겠지요.

6세기 초반 가야, 백제, 신라의 균형이 깨지고 신라에 복속되었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함안군은 법흥왕(~540)이 많은 병사를 동원하여 아시랑국을 멸하고, 그 땅을 군으로 삼은 곳이다.’라고 합니다. 아라가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함안 지역에는 민중의 삶은 여전히 이어져 왔습니다. 남북국시대(통일신라) 군북면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입상(磨崖藥師如來三尊立像)이 나오는데 바위 한쪽에 만들면서 쓴 글이 남아 있습니다. ‘성인 미도나가 정원 17년 신사 3월 16일 큰 불상을 조성함에 바라는 바를 기록한다. 첫째 부자왕과 등왕이 나날이 널리 떨치기를 바란다. 둘째 부모가 함께 있고 일체중생이 □하기를 바란다.(成人弥刀, 貞元十七年辛巳三月十六日, 鴻巖仏成記. 願旨一父▨王▨▨▨日弥, 二父母弥 又一切衆生▨.)’ 마애불상을 조성한 미도나가가 말한 부자왕은 누군지 궁금증을 안고 지나면 700년의 기다림 아라홍련 이야기가 환하게 웃으며 반깁니다. 1400년 전 함안 사람들이 신라 경주에 흔적을 남긴 목간이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2관으로 이동하다 잠시 테라스에서 숨을 고릅니다. 자연이 빚은 산수화입니다. 2 전시관은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함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무진정 낙화놀이를 영상으로 만나 감동을 가슴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낙화놀이를 지나 화천농악과 농요를 만납니다. 박물관 20주년 특별전으로 가는 중간에 쉼터가 있습니다. 노란 커버를 씌운 소파에 앉아 보고 느낀 것을 되새김질합니다. 되새김질을 끝내고 ‘말이산에서 아라가야를 보다’ 특별전을 관람했습니다. 말이산고분군 출토 유물을 다시금 찬찬히 둘러봅니다. 당시 사람들이 삶을 엿볼 수 있는 집과 왜와 교류에 나선 배 모양 토기는 물론이고 고래등 같은 엉덩이 뒤로 숨은 짧은 꼬리의 <사슴 모양 뿔잔 토기>가 걸음을 꽉 붙잡습니다. 두 뿔과 송곳니가 없고 가냘픈 목에 귀만 달려 있어 암컷으로 추정하는 사슴은 살짝 뒤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왜 고개를 돌렸을까요? 사냥꾼에 쫒겨 달아나면서 저만치 새끼들이 걱정되어 고개를 돌렸을까요?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말이산 고분군 특별전을 관람하고 나와 3층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과 더불어 창 너머 풍광을 넉넉하게 구경합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신선놀음을 마치고 고분군 재현 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재현한 고분군 속에는 주인공을 따라 순장 당한 이들도 여럿 보입니다. 고분 속 주인공과 순장자는 과연 누굴까요?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고고학자를 비롯한 우리가 이 신비를 풀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함안박물관과 인근 말이산고분군은 1500년이 넘는 과거로 떠나는 타임머신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처럼 신나게 과거로 보물을 찾아 떠난 시간이었습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이었습니다.

함안박물관

✅주소 : 경남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지도

⏰️관람시간 : 월요일 휴무 (신정, 설날/추석 연휴 휴관)

매일 09:00 - 18:00 /11월~2월)09:00 - 17:00

📞전화번호 : 055-580-3908

💰관람료 : 무료

편의시설 : 남/녀 화장실 구분, 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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