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마을 입구마다 제법 오래된 나무가 있는 것을 시골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순창에 와서 마을마다 잘 가꾸어진 당산나무를 보면서 이 정도면 왠지 마을마다 의미있는 행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새해가 되자 마을 소식통을 통해 알아보니,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당산제를 하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이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당산제를 보러 가고 싶은데 여자가 참여해도 되나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절인데 그런 걸 따져요. 언제든지 오세요.”

사실 시골 어르신의 이야기에 의하면, 여자는 당산제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어릴 적에는 마을에서 당산제를 하는지도 몰랐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이 간다, 특히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 문화 우리 전통에 관심이 많아졌다.

“당산제 요리는 전부 남자들이 한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그 말은 맞는데, 요새는 미리 다 주문을 하니까...”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산제를 준비하는 절차가 꽤 까다롭다고 한다. 남자들이 음식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산제 제주로 선택된 사람은 며칠 전부터 부부관계는 물론 모든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도 항상 정갈한 몸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화장실을 갈 경우 온 몸을 씻기 위해 샤워를 다시 해야 할 정도라고 하니, 21세기에 누가 그런 규칙을 따라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런 엄격한 규정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그 때 그대로의 전통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당산제는 대보름 하루전 초저녁부터 농악이 마을을 돌면서 풍악을 울리면서 시작되어 새벽에 끝났다고 한다.

당산제를 지내는 나무는 할머니 나무인데, 마을마다 할아버지가 나무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 곳에 가서도 풍악을 울리고 제를 지낸 뒤 할머니 나무인 당산나무에서 밤 11시가 넘어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지금은 그 당시의 어르신들이 대부분 돌아가셔서 마을에서 당산제 때문에 풍악을 울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마을에 아무 일이 없도록 같이 기도하고 그 해 농사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이지만, 제사를 지낸다는 이유로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대한민국 모든 시골에 남아있는, 우리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고유한 전통문화라 할 수 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온 이번 겨울의 경우, 당산제가 열리는 2월 12일은 전날에도 폭설 수준의 눈이 왔지만, 대보름 당일에는 아침부터 진눈깨비처럼 비가 내려 당산나무 앞에 있는 제단에는 음식을 차리지 못하고 장안마을의 경우 정자에 정성스럽게 상을 차렸다.

당산제가 끝나고 제사음식을 동네 사람들이 나눠 먹는 모습도 훈훈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웃음 가득한 대화를 나누며 마을 행사를 함께 즐겼다.

이번에 방문한 장안마을 뿐만 아니라 순창에서는 아직 당산제를 하는 마을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새로운 마을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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