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록은 청량한 신선함을 줍니다.

신록을 만끽하기 위해 평택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해발 208미터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무봉산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다른 산에 비해서는 낮지만,

숲이 우겨져 있어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푸른 그늘 속을 걷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했습니다.

무봉산은 진위면 사무소에서 → 원각사로

→ 성황당(당고개) → 등산로 삼거리 → 가곡리

→ 무봉산 정상 → 만기사 → 진위향교로 내려와

진위면 사무소까지 8Km 거리의 무봉산 둘레길도 있지만

이번에는 무봉산 청소년 수련원 옆길로 올라가 → 등산로 삼거리

→ 가곡리 → 무봉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생활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춘향이가 탔을 법한 긴 그네가 있어 그네를 타며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만기사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를 들었습니다.

푸른 숲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이정표가 나왔는데요.

이곳에서 봉남리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숲을 거닐다 갈림길이 나오면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떠오릅니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The Road Not Taken / Robert Frost (1874–1963)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할 때마다 이 시의 마지막 두 줄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떠오르곤 했습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은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내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시인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시에서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한 시구가 가슴을 더 아리게 하는 건 왜일까요?

산행길 중간쯤 등산로 삼거리에 생활체육시설과

원두막 그리고 이정표가 보입니다.

당고개 방향과 올라온 청소년 수련원 방향,

가곡리 방향 중 무봉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가곡리 방향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산길에는 국수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카시 꽃이 마지막 향기를 전해주며

하얗게 꽃이 지고 있었습니다.

도로 때문에 등산길이 뚝 끊어져서 당황하게 되는데요.

중간에 길이 끊어진 듯하지만 길 건너 산속 계단으로오르면

무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길가에 핀 애기똥풀을 바라보며

다시 무봉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같은 초록이어도 5월의 초록이 주는 신선함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나 봅니다!

여러분들도 푸른 숲 향기를 맡으며

무봉산에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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