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모습으로 서있는 l 예산 상가리 미륵불

등지고 서있는 상가리 미륵불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25

역사에 관심이 많아 어릴 적부터 역사 관련한 책과 영상을 많이 보면서 자라서인지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지금도 큽니다. 그래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알게 되면 가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번 예산 덕산명 상가리 미륵불도 마찬가지입니다.

상가리 미륵불은 고려 시대의 석불로 1984년 5월 17일에 충청남도 문화유산 자료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불상은 전체적으로 보면 돌기둥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머리에 풀과 꽃무늬가 장식된 화관을 쓰고 있고, 가운데에는 부처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또한 얼굴과 손 등의 형태를 보면 고려 시대에 충청도 지방에 널리 분포한 유형의 불상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설화가 두 개가 있는데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원래 근처의 가야사 바라보고 있었으나 흥선대원군이 가야사를 불태우고 남연군묘를 쓰자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는 일화가 재미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작지만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미륵불도 보고 걸으면서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조용히 앉아서 힐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은 개울도 있는데 그곳에는 다슬기가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내려가서 톡톡 건드려 보기도 했는데 아주 작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사 이야기도 하고 흥미 있는 불상도 볼 기회였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잔디밭도 넓게 있어 놀이도 할 수 있을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밤도 떨어져 있어 줍는 재미도 있었는데 벌레가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벌레는 이상하게 친해지기가 어려운 존재라는 것 ~

주변에 하얀 꽃이 많이 피어있었는데 이름을 잘 몰라서 검색을 해 봤더니 구절초 꽃이라고 나왔습니다. 향기도 있고 모양도 꼭 계란을 닮아있어 한참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상가리 미륵불은 조금 투박하게 보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안녕을 빌어주고 있는 인상 좋은 아저씨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이 차려 놓았는지 향과 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설화가 궁금해 상가리 미륵불에서 내려와 지금은 남연군 묘가 있는 가야사지에 갔었습니다. 가야사지 발굴 작업 때문에 올라 갈 수 없었는데 복원이 순조롭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뒤로 보이는 가야산 석문봉이 아름다웠습니다. 도로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공원 주변으로 구절초 꽃이 많이 피어있어 보기 좋았고, 정자와 그네도 많이 설치되어 있어 앉아서 음악을 듣기도 좋았습니다.

구절초 꽃이라고 하는데 향기가 엄청나게 났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은은하지만 깊은 향이 나서 오래도록 코에 머무는 향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양도 계란하고 같아서 더 신기한 꽃이었습니다.

꽃에 취약해서 이름을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이것은 작은 구절초 꽃인지 두 개가 정말 비슷하게 생겼는데 크기가 다르고 향기가 없어서 같은 종은 아니구나 하는 것은 알았는데, 들꽃이지만 작은 꽃도 별처럼 이뻤습니다.

오랜만에 주말 아침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고, 제가 궁금했던 덕산 상가리 미륵불과 가야사지를 직접 돌아볼 수 있어 기분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조금 일찍 일어나 주변의 문화재를 돌아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어서 춥더라고 가끔은 이런 주말을 보내야겠구나 하고 다짐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