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울산.

지금은 전국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도시로 항상 최상위권에 속해 있을 만큼 울산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빠르게 산업화를 이룩한 도시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울산이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업단지가 조성되기 전 만 하더라도 울산은 한반도 동남부의 대표적인 어촌이었습니다.

특히 장생포는 고래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했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역사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지향해 왔고 발전에는 변화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면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삶이, 삶의 터전이 바뀌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울산을 만나보는 시간. 산업도시 울산의 단면이 남아 있는 곳, 남구 신화마을입니다.

신화마을 입구

남구 야음동 일원에 위치한 신화마을.

이곳 마을의 역사는 산업도시 울산의 시간과 궤를 같이합니다.

신화마을은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마을, 즉 자연 취락은 아니었습니다.

1960년대 울산석유화학단지 조성으로 지금의 장생포 인근 매암동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신화마을은 부득이하게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이 모여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새롭게 조성한 마을이었습니다.

신화예술인촌에서 바라본 신화마을 일대. 멀리 왼편에 보이는 아파트 단지는 삼산동, 오른 편에 보이는 공단이 원래 마을 주민들이 살던 석유화학단지.

마을 이름인 ‘신화’ 역시 새롭게 화합해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의미에서 붙여졌습니다.

조용했던 울산의 이주민 마을은 2010년, 정부 주관 마을 미술 프로젝트 사업 대상에 최종 선정되면서 장생포 고래특구와 연계한 공공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2011년 처음 마을에 벽화가 그려졌고 2013년에는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인 신화예술인촌이 문을 열었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처음 벽화가 그려졌지만 여전히 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테마의 벽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며 여러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 이전의 신화마을은 낡은 지붕과 오래된 벽체들로 인해 외부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으나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관광명소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주민들의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매너 있는 마을 탐방이 중요합니다.

마을에 거주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고령이니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미리 염두에 두고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마을 주민과 함께 다양한 굿즈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

또한 마을에는 독특하게 문화해설사가 아닌 미술해설사가 있어서 마을 이야기, 벽화에 담긴 의미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걸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주거 형태와 공동체의 등장으로 예전의 '마을' 형태의 공동체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그 역시도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곳 신화마을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바뀌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좁게는 나를, 넓게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어떤 지향점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60년 전의 사람들은 다른 선택으로,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도 있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아픔을 나누고 좋은 일은 축하했던 사람들과 새롭게, 함께 하는 시작을 선택했습니다.

마을의 터줏대감 고양이

단지 예쁜 벽화가 그려진 마을의 의미보다 오늘날까지 신화마을이라는 마을이 있을 수 있었던. 유지될 수 있었던,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과거의 울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더는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마을은 점점 소멸되어 가겠지만,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일까요?

그보다는 신화마을이 오랜 시간 유지되어서 사람들에게 울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그런 마을로 오랜 시간 기억되고 보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근의 여천 메타세쿼이아길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선선하게 걷기 좋은 요즘 같은 가을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로 추천드립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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