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경남/창원]'4세 고시'의 유래? 조선 왕자 교육을 엿보다, 경남대박물관
2024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김종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아이들이 이른바 유명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 ‘7세 고시’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 등은 '4세 고시'로 불립니다. 조선 왕실의 교육은 이보다 더 훨씬 전인 태교 때부터 엄격히 시행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반복된 조선의 왕자 교육을 그림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 귀중한 자료가 경남대학교 박물관 데라우치 문고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생동하는 봄기운은 대학교 입구처럼 물씬 밀려옵니다. 대학 새내기들의 앳되고 설레는 표정들이 봄을 보게 합니다.
월영지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갑니다. 등 뒤로 햇살이 올라가는 우리를 떠밀어 줍니다.
<한마미래관>에 이르면 박물관 이정표가 우리를 이끕니다. 들어서기 전 임형준의 <소리-Bruit>가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가부좌를 튼 듯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는 형상입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넓고 높은 홀이 나옵니다. 한쪽에는 고사목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한마의 정신으로 한국 대학 역사의 새 지평을 열다’라는 경남대학교 역사실로 먼저 걸음을 옮겼습니다. 궁핍한 시대에도 한국 인재 양성의 씨앗이 움튼 과거를 엿봅니다.
온갖 난관을 헤치고 오롯이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땀 흘리는 말(汗馬)”에서 덩달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테라우치문고 전시실이 나옵니다. 박물관 안내에 따르면 ‘데라우치 문고는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1852~1919)가 조선과 일본, 중국 등지에 근무하면서 수집한 옛 전적을 바탕으로 설립한 개인 문고’로 ‘이 문고는 1946년 12월부터 야마구치 현립대학 도서관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라고 합니다.
또한, ‘야마구치현의 데라우치 문고에는 1,500점이 넘는 한국 관계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이 중 135책 1축이 1996년 1월 24일 경남대학교 박물관에 귀속’되어 오늘날 우리가 여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엄격했던 왕자 교육을 생생한 그림들이 마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듯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조선시대 왕실 교육은 유교 교육의 최고봉입니다. 유교의 이상적 모델로,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할 왕위계승자들은 사대부들보다 더욱 엄격하고 치열했던 교육과정을 받아야 했습니다.
옛사람들이 자기를 증명했던 오늘날 사인에 해당하는 수결(手決)에서 당대 사람들의 체취를 만납니다. 덩달아 내밀한 편지로 이들의 삶과 문화를 엿보기도 합니다.
“찰방이 와서 편지 받고 또 둘째 생질의 옥 연시도 받았는데, 말과 뜻이 모두 빈틈이 없어 나로 하여금 감탄 자아내게 하는구나. 너희의 재기가 이와 같으나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성공하기 어렵지 않으니, 모름지기 독서에 열중하여 가문의 소망에 부응하기 바란다.~”
퇴계 이황 선생이 자녀들에게 공부에 더욱 증진할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만나니 오늘날의 부모 사랑이랑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묵은 맺은 인연- 묵연(默然)’에서는 묵향이 유리 너머로 우리 곁에 다가와 가슴에 담기는 기분입니다.
그러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소 등에 기대니 봄기운처럼 넉넉함을 느낍니다. “앞길이 바로 술집인걸”이라는 그림에 곁들인 시구처럼 괜스레 주(酒)님 생각으로 입안에 행복한 침샘이 모여들기도 합니다.
‘한국 옛 상류 문화의 보고’를 찬찬히 둘러보고 곁에 있는 상설 전시실로 옮겼습니다. 문명에 드리운 자연의 은유가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수렵채집과 식량 생산, 금속기 사용과 개발 그리고 옛사람들의 자연관을 살펴볼 기회입니다.
걸음은 작은 돌무더기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저 평범한 돌처럼 보이는 저 돌은 석기인들이 사용한 석기입니다. 돌이 돌로 보이지 않습니다.
패총(貝塚)은 단순한 쓰레기장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전시 공간에서 영혼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옛사람들의 종교관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왔는지 살핍니다.
초기 농경에서는 당시 벼는 품종이 균일하지 않아 한 포기 내에서도 줄기마다 익는 시점이 달라 한꺼번에 베어내는 것보다 포기 내 익은 이삭을 하나씩 골라 따 가면서 여러 차례 수확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이를 위해 곡식의 이삭을 한 줄씩 끊어서 수확하는 ‘반달돌칼’이 개발되어 우리 앞에 유물로 다가옵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전시실을 둘러봅니다. 익살스러운 토우 앞에서 덩달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시간을 품은 경남대학교 박물관 전시실에 담긴 이야기에서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쉼과 여유를 느낍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에서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지혜와 흔적을 들여다봅니다.
경남대학교 박물관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관람시간 : 10:00~17:00(공휴일 휴관/ 방학중 15:00 마감)
💰관람료 : 무료
📍주차장 : 유료
📞 문의 전화 : 055-249-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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