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작가들이 바라본

부안군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님들이 내소사에 처음 가셨대요.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다가 직접 보니 매우 좋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작가님은 눈물까지 흘렸다고 해요”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에서 특별한 전시가 진행됐습니다.

부안군문화재단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

부안군문화재단은 지난 8월 20일부터 10월 25일까지 부안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부안군문화재단이 주관했으며 부안군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 전시는 작은 미술관 조성 사업 일환으로 열렸습니다.

작은 미술관 조성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정책으로, 전국 곳곳에 미술문화가 도달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시각예술 향유를 목적으로 실시 중입니다.

부안역사문화관 상설전시실

전시 장소인 부안군역사문화관은 국가등록문화재 제117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2021년 12월에 개관한 이곳은 옛 부안농협, 부안금융조합, 부안군청 해양수산과 등 여러 기관들이 사용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상설 전시실 및 기획 전시실, 수장고 등으로 꾸몄습니다.

부안군문화재단 관계자는 “개관한 지 아직 오래되지 않아 옛 장소로 기억하는 군민들이 많다. 그래서 부안역사문화관을 알리고자 약 3~4개월에 한 번씩 기획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 가 열릴 때마다 소식 듣고 온 관람객들이 꽤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안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는 부안군에 거주하는 5명 장애인 작가(고석만, 김순애, 박선진, 이유빈, 전지숙)들이 바라본 부안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이 전시됐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들이 부안군 대표 관광지인 내소사와 벼락폭포 등 여러 곳들을 다니면서 그들이 바라본, 그들만의 기법과 개성으로 표현한 것들이었습니다.

김순애 작가의 '내소사 동종'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작업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각각 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은 평소 걷기 불편하거나 휠체어로 이동하여 비장애인에 비해 자유롭게 다니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작가들은 부안군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유명 관광지들을 사진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선진 작가가 표현한 '벼락폭포’

전지숙 작가의 '벼락폭포’

그러던 중 몇 달 전, 부안군문화재단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작가들을 모시고 내소사, 벼락폭포 등 여러 부안 명소들을 다녔습니다.

작가들은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았던 부안 명소들을 직접 두 눈으로 현장에서 목격했습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바라본 광경에 큰 감동을 받았고 그 풍경을 스케치했습니다. 그리고 스케치한 것들을 나중에 작업실에서 완성했습니다.

작품과 함께 자화상도 전시됐다. 박선진 작가의 모습이다.

전시장은 벽면들에 작가 작품들과 자화상들이 전시되었고 중앙에는 작가들의 작업 과정들이 영상으로 소개됐습니다. 같은 장소를 그렸음에도 각각 다르게 표현한 작품들이 신기하면서 작가의 관점에서 좀 더 바라보는 풍경들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부안군문화재단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두의 여행, 부안' 팸플릿


Q. 장애인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한 이유가 있나요?

A. 저희 재단이 지난해 부안 무경계 락 페스티벌을 개최한 적이 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같이 어울리고 공감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축제를 계기로 축제 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하는 자리를 고민하는 중에 평소 어디를 이동하기 어려워하는 장애인 작가님들을 관광지 현장으로 모시자는 의견이 나왔고 전시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Q.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김순애 작가는 이 중에서 가장 오래 장애를 안고 계시고 그림 경력이 가장 오래된 분이에요. 장애가 없다가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어 많은 아픔을 겪으셨죠.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회복하셨고 지금은 자기 그림을 보고 관람객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하고 계세요.

박선진 작가는 전라북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전라북도장애인예술제 등 각종 미술대전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작가님이에요. 붓 터치가 뚜렷하다는 점이 작가님의 매력이죠. 최근 부안 경찰서에서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빈 작가가 현장에서 스케치한 작품들

내소사 꽃창살문

이유빈 작가도 각종 미술대전에서 수상하며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작가예요. 이 분은 자폐를 가졌는데 숫자에 밝고, 손이 매우 빠른 편이에요. 내소사에 갔을 때 꽃 창살문에 꽂혔대요. 꽃살이 마치 딸기, 나뭇잎, 국화처럼 생겼다면서요. 그 자리에서 스케치 21장을 20분 만에 그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죠. 1분에 1장씩 그렸으니까요. 이번 전시에서도 4점의 작품을 제출하며 가장 많이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고석만 작가의 작품들

고석만 작가는 이유민 작가와 반대로 손이 느린 편이에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소요돼요. 그만큼 하나하나 표현에 공을 들이면서 디테일하게 표출하는 편이랍니다. 휠체어에 앉아 바라본 내소사 대웅전과 요사채의 압도적인 크기에 깜짝 놀라셨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전지숙 작가는 눈이 30cm 쌓여도 늘 같은 시간에 작업실로 향할 정도로 루틴이 철저한 분이에요. 그림 경력이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모든 요소를 평면화해서 표현하는 그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전지숙 작가의 자화상과 작품들


Q. 5명 작가님들 모두 이번에 처음 부안 명소들을 직접 보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작가님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A. 맞아요. 평소 가지 못한 곳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다들 매우 좋아하셨어요. 어떤 작가님은 눈물까지 흘렸다고 해요. 평생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보니 감격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당시 받은 감동을 스케치를 그리는 등 작가 본능(?)을 발휘했지요. 하하.


Q.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A. 전반적으로 만족해하셨어요. 부안군에 장애인 작가들이 있는 줄 몰랐다가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분들도 계셨고 장애인 작가들의 뛰어난 실력에 놀라워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자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10월 19일에 열린 제2회 부안 무경계 락 페스티벌 (출처 부안군)

부안군문화재단은 전시와 함께 지난 10월 19일, 제2회 부안 무경계 락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축제 당시, 가수 김장훈은 장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장애 문제는 차별보다 낯섦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무경계 락 페스티벌처럼 자주 만나고 기획된다면 자연스럽게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지자체에서 부안군이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도 마찬가지 마음이 아니었을까.


▼부안군문화재단 '모두의 여행, 부안' 전시 영상 보러가기▼



글, 사진=김진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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