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으로 세상과 소통해요

여주시 장애인 평생교육

‘버팀목장애인야학’

중증장애인이 평생학습 배움의 길을 걸으며 재능 계발과 창작의 꿈을 펼치는 곳.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는 버팀목장애인야학의 따뜻한 동행에 함께 해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성재


배움에 담긴 희망의 여정

글을 배우니 내가 사람 가타요(같아요).

나는 한글 공부가 좋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한글과 숨바꼭질 하는 것 같다.

많이 배워서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

이름 배우는 게 참 어려워요. 근데 이제는 내 이름 쓸 줄 알아요.

노래 부르면서 이름 외워요.

존댓말도 배워요.

-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中

버팀목장애인야학의 학생과 직원, 강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도 문해력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덕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낮지만, 장애인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절반 이상이 중졸 이하 학력이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한 여주 관내 장애인들이 배움의 갈증을 해소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2019년 버팀목장애인야학이 탄생했다. 여주 상동에 위치한 버팀목장애인야학은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며 배움을 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초문해부터 학력보완, 직업능력, 문화예술, 인문교양 교육까지 다양한 과정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장애인을 위한 문예교육 모임 형태로 시작해 2019년 여주교육지원청 등록 제11호 장애인 평생교육 정식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50여 명의 장애인들이 검정고시 수업과 문화·시화, 음악·댄스, 홈패션·퀼트, 미술·DIY목공, 컴퓨터까지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만나고 있다.

버팀목장애인야학의 교훈은 ‘당당하게 배우고 행하자’다. 장애인이 배움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모토인 것이다. 이에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융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버팀목장애인야학은 매년 성과공유회를 마련해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댄스나 음악 활동 등을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또, 학습자를 대상으로 상장도 수여하는 등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미술로, 수업 날짜를 늘릴 정도로 많은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난타 같은 음악 프로그램도 큰 인기다. 야학이라고 해서 밤에 수업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시작은 야간이었지만, 현재는 낮에만 수업이 진행된다. ‘밤 야(夜)’가 아닌 들판이나 문밖을 뜻하는 ‘들 야(埜)’자로의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공간 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장애인 가족들이나 활동 지원사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할뿐더러 교육실이 하나여서 현재 인근의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강의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주거 지역이다 보니 댄스 수업 같은 경우 소음의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버팀목장애인야학에서는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와 연계되어 장애인들이 원스톱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현재로선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버팀목장애인야학을 책임지고 있는 직원과 강사들.


[Mini Interview]

당당하게 배우고

행하는 그 날까지 

버팀목장애인야학 이상미 교감

Q. 버팀목장애인야학은 누가 이용할 수 있나요?

A. 여주 지역 성인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뿐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Q. ‌배우고 적응하는 모습에 장애인의 가족들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A. ‌처음에는 외출조차 꺼리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주말이 없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평일에만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삶에 큰 활력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가족들도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가끔은 주말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시다면요?

A. 전동 휠체어를 타시는 전신 마비 학생이 계셨어요. 손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업에 임하시며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하셨습니다. 욕창 때문에 3~4시간 수업하는 것이 정말 힘든데, 일주일에 세 번씩 나오시면서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저희가 반마다 반장을 뽑는데 반장을 맡은 후로 큰 변화를 보인 분도 계십니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큰 동기부여를 주는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Q. 도전을 망설이고 계신 장애인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저희가 상담을 나가보면 아직도 가족이나 당사자가 마음을 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들이 “얘가 뭘 해요?” “얘는 집에 있어야 돼요” 하시는 거죠. 장애인 당사자도 외출을 꺼리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러다가 참관 수업을 한번 받아보시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뿐 아니라 동기들과 교류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경우도 있죠. 고민이 된다면, 일단 참관 수업에 한 번 참여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하반기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A. 조금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저희도 매년 수학여행도 가고 소풍도 갑니다. 올해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준비 중입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시는 분들이 많아서 모두 들뜬 채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계십니다. 수학여행 기금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도예가이신 박광천 대한민국 명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기부 및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안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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