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념, 정약용 선생의 가족 사랑을 담은 문학 읽기 (하피첩, 회혼시 등)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의 달은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건강가정을 위한 개인과 가정, 사회의 적극적 참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 제12조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에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5일 가정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이 있는데요.

오늘은 가정의 달을 맞아 남양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문학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학자로서의 면모 외에도 가정을 중시하는 가치를 담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남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양주의 대표 인물입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학자이자, 수원 화성 축조, 도르래, 해시계 앙부일구, 혼천의 발명 등 뛰어난 업적으로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정조 사후 정적들의 공격으로 유배를 가게 된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도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실학을 연구하여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의 연구서를 집필하였습니다.

이렇게 조선을 대표하는 발명가이자 실학자로 유명한 정약용 선생은 문학에서도 뛰어난 소양을 보였습니다. 특히 선생이 쓴 글 중에는 특별한 가족 사랑이 잘 드러난 작품도 있는데요. 하피첩과 회혼시, 두 편의 작품을 통해 부인과 자녀들을 향한 정약용 선생의 따스한 가족 사랑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하피첩

출처-문화재청 국가유산포털

정약용의 아비로서의 마음 _ 하피첩과 매조도

매조도

출처-국회도서관

강진으로 유배를 간 정약용 선생은 유배 생활 10여 년이 되어가던 차에 남양주에 있는 부인 홍 씨로부터 빛바랜 다섯 폭의 치마를 받습니다. 시집을 올 때만 해도 고운 붉은 색이었던 명주 치마는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노을빛으로 옅어지고 낡아져 있었죠. 정약용 선생은 남양주에 두고 온 두 아들을 위해 이 치마로 작은 책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치마를 책자 크기로 잘라 아들을 위한 가르침을 담은 글을 써 책자를 만들고 ‘하피첩’이라 명명합니다. 하피란 노을빛 치마를 의미합니다. 정약용 선생은 하피첩에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학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엄격하지만 자상한 당부의 말을 적어 두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하피첩을 만든 3년 뒤에는, 남은 치마 원단으로 딸을 위한 선물도 만들었는데요.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매화가지 위 한 쌍의 멧새가 다정스럽게 앉아 있는 그림, 바로 ‘매화병제도’입니다.

선생은 강진에 사는 친구 윤서유의 아들이자 자신의 제자인 윤창모를 자신의 딸과 맺어주었는데요. 귀양을 떠날 당시 마냥 어렸던 딸이 어느새 자라 한 가정을 이루게 된 것을 본 흐뭇한 아버지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부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을 담은 회혼시

회혼시는 정약용 선생이 결혼 60주년인 회혼일에 부인에게 주려고 쓴 한시입니다. 회혼일 아침에 정약용 선생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회혼시는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습니다. 이 시에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신혼과 같이 부인을 사랑하고 흠모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회혼시(回婚詩)

六十風輪轉眼翩(육십풍륜전안편)

櫻桃春色似新婚(농도춘색사신혼)

生離死別催人老(생리사별최인로)

戚短歡長感主恩(척단환장감주은)

육십 년 세월, 눈 깜박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짙은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살아 이별하고 죽어 헤어짐이 이 사람을 늙게 재촉하지만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此夜蘭詞聲更好(차야란사성갱호)

舊時霞帔墨猶痕(구시하피묵유흔)

剖而復合真吾象(부이복합진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