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전
[용인여행] 꽃보다 고요함! 용인 은이성지에서 마주한 초봄의 순례길
"본 기사는 용인시 SNS 시민 서포터즈가 취재한 기사입니다."
용인시 SNS 시민 서포터즈 취재기자 김영진입니다.
햇살이 부드러워지고,
공기 속에 묘한 온기가 스며드는 초봄입니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나무마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
차분한 봄을 만나고 싶어,
용인의 은이성지를 찾았습니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
겨울의 흔적과 봄의 시작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은이성지
✔️ 운영시간 : 09:00 ~ 17:00 (월요일 휴무)
✔️ 문의 : 031-338-1702
은이성지, 숨겨진 마을에서 시작된 이야기
‘은이(隱里)’라는 이름에는
‘숨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이었던 이곳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님이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평온한 공간이 되었어요.
봄기운이 스며든 은이성지를 거닐며,
그 오랜 시간 속에서 이곳이 품어온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김가항 성당, 380년의 시간을 담은 공간
성지 안으로 들어서니 하얀 외벽이 눈에 띄는
작은 성당이 보였어요.
정문 위에는 ‘天主堂(천주당)’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고 회색 기와로 덮인 지붕 위로
십자가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님이
1845년 사제 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 김가항 성당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곳이에요.
내부에는 김가항 성당에서 실제 사용되었던 기둥과
대들보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비록 이곳이 한국 땅에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의미는 국경을 넘어
이어지고 있었어요.
성당 앞에 서서 잠시 바라보았어요.
새하얀 벽, 오래된 기둥,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을 수많은 기도의 시간.
무엇이든 천천히 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김대건 기념관,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길
성당을 옆으로는 조용한 공간 속에 자리한
김대건 기념관이 있습니다.
겉에서 보기엔 크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김대건 신부님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어요.
전시는 김대건 신부님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돼요.
어린 시절 은이 마을에서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먼 타국으로 떠나
신학을 공부해야 했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의 용기와
신념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김대건 신부님이
실제로 사용했던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낡은 성경책, 손때 묻은 묵주,
그리고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간 편지들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보다 보면,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면,
한 번쯤 마주쳤을지도 모를 한 청년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어요.
기념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지만,
덕분에 한결 더 집중해서
전시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봄의 은이성지를 걸으며
은이성지는 그냥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끝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지고,
하나하나 눈에 담게 되는 곳이었어요.
성당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언덕을 따라 기도의 숲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며
바스락 소리를 냈고, 그 아래 작은 돌길을 따라 걸으며,
오래전 이곳을 걸었을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작은 광장이 나왔어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공간이었어요.
잔디가 깔려 있고,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었는데
아무 말 없이도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어요. 🪑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기도의 숲이라 불리는 조용한 길이 나왔어요.
길가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었고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고 있었어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완연한 봄이 오면 다시 찾고 싶은 곳
이번 방문에서는 벚꽃도 없고,
연둣빛 잎들도 아직 채 피어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차분한 은이성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새순이 돋아날 준비를 하는 나무들처럼 이곳 역시
늘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완연한 봄이 오면 다시 이 길을 걸으며
꽃이 핀 성당과 연둣빛 숲을 만나고 싶어요.
그때는 또 어떤 감정을 안고 이곳을 찾게 될까요?
아마도 지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여전히 이곳의 고요함을 즐기며
천천히 걷고 있겠지요.
따뜻한 봄날,
당신도 은이성지에서 한 걸음 쉬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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